[어제와 오늘] 중국은 가짜다

중국과 미국이란 커다란 대륙 국가들이 보인 탈북자(10만~20만 명)에 대한 대처방식의 차이는 태평양 보다 넓다.

아서 듀이 미국 국무부 난민ㆍ이민 담당 차관보는 6월 19일 상원 청문회에서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대에 난민촌을 건립할 의사가 없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는 그것을 선택방안으로 고려하고 있다.

국제기구와 다른 민간 단체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요청되는 사항”이라고 했다. 반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월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탈출자들 모임이 몽골ㆍ중국 국경지역에 수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난민촌을 건설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구하자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

이 대변인은 “그들은 난민이 아니다”라며 난민촌 건설안을 단칼에 거부했다. 그들은 불법 침입자이기에 북한에 돌려 보내겠다는 예의 원칙의 거듭 확인한 것이다.

이는 6월 12일 베이징 주재 한국 영사관에서 발생한 중국측의 난민 신청자 검거와 한국 외교관 폭행에 대한 리빈 주한 중국 대사의 발언과 궤가 같다.

리 대사는 “중국은 한국의 요청에 따라 탈북자의 진입을 막는데 협조했고 중국 공안의 정당한 공무 집행을 방해한 한국 외교관의 책임추궁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미국 상원은 6월 19일 만장일치로 탈북자의 안전한 망명허용과 북한으로의 강제송환을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탈북자에 대한 중국의 원칙을 변경하라는 요구이며 동시에 압박인 것이다. 탈북자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인식 차이는 너무나 넓기에 이런 전혀 다른 발언들이 나온 것이다.

그러면 이 같은 차이는 무엇 때문일까.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의 베이징 지국장 자리를 자진 사퇴한 제스퍼 베커가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베커 지국장은 1980년대 전후부터 영국의 BBC 방송과 가디언 등의 중국 특파원으로 일했다.

SCMP에서만 15년간 취재했고 1997년에는 마오저뚱 집권시절 전개된 대약진 운동(1958~1963년) 당시 기근을 다룬 ‘굶주린 유령들 : 중국의 은밀한 기근’을 썼다. 마오가 당시 3,000만 명의 중국인을 인민공사제도에 묶어 아사케 한 ‘굶주린 유령’을 들추어 내는 것은 중국의 ‘인민을 위한 공산혁명’을 부정하는 행위나 다름 없었다.

그가 홍콩이 중국에 편입되고 새로운 세기를 맞으며 30여년간 취재한 중국을 정리해 ‘더 차이니즈’라는 책을 냈다. 이 책은 2001년 8월 서울에서 ‘중국은 가짜다’로 번역되어 출간됐다. 이 ‘가짜’의 결론 부분에 탈북자 문제가 나온다.

중국은 세계에 퍼져 있는 화교, 특히 동남아에 분포되어 있는 화교 3,000~4,000만 명의 돈과 충성심을 끌어 모으기 위해 그들 스스로가 20세기 마지막의 제국임을 알리려 진력했다. 중국 공산당이 열강의 약탈과 일본의 침략으로부터 제국을 지켜냈고 그 공산 지도자가 제국의 후계자라고 선전했다.

“중국은 1966년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소요사태를 피해서 도주한 사람들과 1979년 크메르 루주에 의한 대학살 후 베트남을 떠난 사람 등 순수한 중국 혈통을 가진 피난민들에게는 순순히 도피처를 제공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 북한의 식량문제 때문에 중국으로 도망쳐 온 북한 주민들은 북한으로 강제송환했다.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까지 베트남에서 도망쳐온 베트남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은 마치 순수 중국인을 제외한 다른 민족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의무가 전혀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오늘 시점에서 보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나 주한 중국대사의 탈북자에 대한 발언은 ‘인도주의’ ‘인권’이니 하는 ‘국제적인 의무’와는 관련이 없는 ‘순수 중국인 외교’의 주장인 것이다. 베커는 오랜 중국 취재에서 얻은 경험에 해학을 섞어 오늘의 중국을 표현하고 있다.

지금은 ‘21세기 장쩌민 황제 3세대’시기라는 것이다. 장은 2000년 자정 “봉건사회는 자본주의 사회가 되었다. 이제 중국인들은 근대화를 향한 커다란 발걸음을 내딛었다”고 천안문 광장에서 선언했다.

그러나 이는 바로 황제 선포식이며 누구도 그에게 도전할 수 없다는 공표였다고 베커는 해석 했다. 베커는 오늘의 중국은 “진정한 의미의 의회가 없는 마지막 나라”라고 결론 내리고있다.

1987년 상하이 당서기였던 장은 한 학생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누가 당신을 지도자로 세웠죠. 상하이 시민 입니까?” 장이 대답을 못하자 학생들이 말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지도자”라고.

중국 국민에 의한 지도자라면, 그런 정부의 외교관이라면 한줌의 탈북자를 “난민이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말하는 지도자나 외교관은 모두 가짜다.


박용배 언론인

입력시간 2002/06/2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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