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산 산] 설악산 ③ - 반나절 산행

살포시 들춰보는 설악의 치마 끝

설악산의 정상 대청봉을 오르는 산행은 적어도 하루 이상의 일정이 소요되는 긴 산행이다. 일정이 빡빡한 사람들에게는 아쉽다. 약 반나절의 산행으로 설악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코스도 있다. 물론 대청봉을 오르는 것만은 못하지만 그런대로 ‘설악에 올랐다’라는 자부심은 들 것이다.

■ 울산바위

미시령을 통해 백두대간을 넘으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바위봉우리가 있다. 거대하고 아름답다. 울산바위다. 울산바위는 바다로 내려갈 때까지 보인다.

과거 미시령 끝 자락 분지지역에 콘도 타운이 없었을 때, 동해바다 쪽에서 바라보면 마치 거대한 초원을 방석처럼 깔고 앉아 있는 울산바위의 모습은 이국적이다 못해 신비롭기까지 했다.

지금은 콘도들이 그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망쳤다. 이 바위 봉우리는 원래 울산에 있었다고 한다. 금강산에서 아름다운 바위를 모집했다.

열심히 달려갔는데 금강산에서 모집한 일만이천봉이 모두 채워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그냥 주저앉았다고 한다.

우뚝 선 모양 만큼이나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예전에는 암벽 등반가들의 전유물이었다. 대부분의 난코스에 철계단과 철다리가 놓여져 이제는 일반인도 쉽게 오른다. 물론 정상까지는 아니다. 북쪽 끝에 있는 너럭바위까지이다.

신흥사쪽에서 오른다. 흔들바위까지는 그런대로 평탄한 길이다. 이후부터는 경사가 급해지고 본격적으로 바위를 탈 때에는 오금이 저릴 정도로 가파르다.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 걸린다.

등반객이 많으면 체증이 많이 생겨 오래 걸린다. 길의 종착지인 너럭바위에 서면 눈이 확 트인다. 북쪽으로는 푸른 초원과 바다가 뻗어있고, 남쪽으로는 갈퀴 같은 설악의 연봉이 파도친다.

■ 주전골

한계령을 넘으면 길은 오른쪽으로 계곡을 끼고 나 있다. 설악산과 점봉산의 사이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데 이 계곡은 설악의 아름다움을 집약해 놓은 곳이다. 흔히 주전골이라 부른다.

산행이 아니라 약 2시간의 트레킹으로 알맞은 계곡이다. 휴가철이나 명절에 차가 막힌다면 운전자를 제외한 나머지는 편도 트레킹도 해볼만 하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편도 트레킹을 해보자. 한계령 휴게소를 지나 약 5분을 구불거리고 달리면 작은 주차장이 나온다. 용소주차장으로 트레킹의 출발지이다. 관리소를 지나 조금 내려가면 용소폭포가 나온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잘 생겼다. 마치 폭포의 모델같다.

폭포 아래로 계곡을 따라 길이 나 있다. 다소 험한 구역도 있지만 시설이 잘 돼 있어 아이들도 무리없이 지날 수 있다. 두 번 째 만나는 절경이 선녀탕이다. 4, 5개의 물웅덩이가 하얀 바위 위에 이어져 있다.

물빛이 신비로운 옥빛이다. 잠깐 발을 담그고 쉰다. 쉬면서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묘하게 생긴 바위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비쭉비쭉한 바위가 밀집해 있다. 정식 이름은 없다. 산꾼들은 만물상이라 부른다.

다시 걸음을 옮기면 작은 절이 있고 길은 평탄해진다. 오른쪽으로 오색약수가 눈에 들어온다. 트레킹의 종착지이다. 약수 한 모금으로 하산주를 대신한다.

■ 권금성

흔히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다. 그러나 원래는 걸어서 올랐다. 여전히 길이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다가 밑을 보면 길이 보인다. 조금 고생스럽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이다. 약 1시간 걸린다.

그러나 권금성의 빼어난 조망이 고생에 대답을 해 준다. 설악산의 거대한 능선을 가장 잘 볼 수 있다. 케이블카를 이용한 편도 산행이 가능하다.

권오현 차장

입력시간 2002/06/2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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