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세계여행-14] 사이판(Saipan)

환상의 물빛, 파도가 유혹한다

사이판처럼 가깝고, 편리하고, 가격도 적당한 해외 휴가지도 없을 것이다. 특히 아이를 동반한 가족여행으로 다녀오기에 딱 좋은 곳이다.

비행시간 4시간으로 부담이 없는데다가 한적하고 아름다운 해변, 눈이 부시도록 푸른 바다, 이국적인 자연환경, 입맛에 맞는 음식, 독특한 볼거리까지 구비하고 있으니 금상첨화다.


■ 무궁무진한 매력의 섬

우리가 언제부터 사이판이나 괌을 식상한 여행지로 생각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우리의 입맛이 다양해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괌이나 사이판이 결코 시대에 뒤떨어진 혹은 싸게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만은 아니다. 비싼 여행지를 선호하고 골프여행, 스파여행 같이 고급 선택관광을 하는 걸 자랑으로 여기는 풍토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급으로 취급되기도 한다.

사이판이 가진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우선 가깝기 때문에 아이들이나 나이 많은 어른을 모시기 편하고 항공권도 저렴하다.

좁은 좌석에 앉아 몇 시간씩 꼼짝도 않고 있어야 하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4시간 정도의 비행거리는 일본이나 중국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속한다.

또 그동안 한국 여행자들이 많이 다녀간 덕분에 현지인들 가운데 간단한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이들이 많아 영어가 능숙하지 않아도 큰 어려움 없이 여행할 수 있다. 관광이 최대산업인 만큼 기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편하게 다닐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특급호텔에서부터 저렴한 호텔까지 가격대별로 다양한 숙소와 여러 종류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들, 편리한 쇼핑과 갖가지 해양스포츠 등 무엇하나 뒤질 것이 없다.

신변의 위협을 느낄만한 것들도 전혀 없다. 한적함을 맛보려면 가까운 거리에 있는 티니안이나 로타 같은 섬으로 숨어들 수도 있다. 이국적인 정취를 만끽하며 금빛 모래사장에서 평화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사이판이다.

참고로 세계적인 골프장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골프장과 세계 체인의 스파 등도 경험할 수 있다.


■ 탄성이 절로 나오는 바다색깔

사이판의 최고 자랑거리는 바다일 것이다. 깨끗하고 푸른 바다. 서 있는 위치나 그 날의 날씨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바다 빛깔은 그야말로 환상이다.

바다가 특히 아름다운 곳이 몇 군데 있다. 만세절벽에서 내려다보는 짙푸른 네이비 블루의 바다, 마나가하 섬의 너른 모래사장을 핥으며 들락날락하는 연한 초록빛의 파도, 타포차우 산 정상에서 섬을 360도 돌아보면서 바다 깊이에 따라 달라지는 물빛을 감상할 수도 있다.

타포차우 산은 섬 주변에 형성된 코랄 리프(산호띠)를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나가하 섬이나 가까운 티니안 섬으로 배를 타고 지나가다 보면 수시로 바뀌는 물빛 때문에 탄성을 지르기도 한다.

먼저 만세절벽으로 가보자. 태평양전쟁 당시 패한 일본군들이 '반자이(만세)'라 부르짖으며 바다로 뛰어들었던 절벽이다.

물살에 패여 섬뜩한 느낌을 주는 바위 절벽과 거세게 달려드는 파도가 장관이다. 만세절벽으로 들어가는 곳에 일본군의 최후사령부가 있다. 그 바로 옆에는 한국인 위령탑이 자리를 잡고 있다.

만세절벽을 지나 조금 더 가면 도로 끝에 새섬이 있다.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바위섬으로 수천 마리의 새들이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해서 새섬이라 불린다. 새파란 바다 빛과 하얗게 바랜 바위, 섬으로 몰려드는 새떼 등이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그로토는 푸른 동굴이라고도 하는데 짙은 감청색 바다가 인상적이다. 사이판 곳곳에 다이빙 포인트가 많지만 바다와 동굴이 어우러진 곳으로는 그로토가 최고다. 항상 스쿠버 다이버들이 입수를 기다리고 있다.


■ 마나가하 섬의 한가한 오후

사이판의 명소 가운데 놓칠 수 없는 곳이 바로 마나가하 섬이다. 보트로 10분 정도 떨어진 작은 무인도인데 유난히 물이 맑고 백사장이 넓어 해변을 즐기기에 가장 좋다. 정기 여객선을 탈 수도 있고, 개별적으로 스피드보트나 바나나보트를 타고 들어갈 수도 있다.

섬은 느린 걸음으로도 30분이면 한바퀴를 돌 정도로 작다. 모래밭과 야자수 해변, 태평양전쟁 때 썼던 대포, 원주민 동상 등이 섬 여기저기에 널려 있다.

보통 아침 10시나 11시경에 들어와 스노클링이나 수영, 스쿠버 다이빙, 파도타기, 일광욕 등을 즐기다가 서너시 경에 돌아간다. 점심은 직접 가지고 와도 되고, 섬 안에 있는 식당에서 사 먹을 수도 있다.

다른 스포츠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스노클링은 누구나 시도해 볼 만하다. 물안경과 숨대롱, 오리발만 있으면 된다. 수영에 자신이 없다면 구명조끼를 입으면 된다. 알록달록한 열대어나 산호초가 손에 잡힐 듯하고, 바다 빛깔도 물 속에서는 신비롭게 느껴진다. 섬 안에서 장비를 대여해준다.

마나가하 섬과 사이판 해변 사이의 공간은 여러 가지 해양 스포츠가 이뤄지는 무대다. 해변에서 가까운 쪽에서는 스노클링을 하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제트스키와 카누를 즐긴다.

더 멀리에서는 패러세일링, 윈드서핑을 하는 이들을 볼 수 있다. 해양 스포츠는 한가지씩 따로 계산하는 것 보다 패키지로 만들어진 게 저렴하다. 인원에 따라 얼마간 깎아주기도 하므로 흥정을 시도해 봐도 좋다.


■ 원주민과 함께 춤을

사이판은 미국령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이곳에 살던 주민은 차모로족이다. 지금도 사이판 인구의 많은 부분을 이들 차모로인들이 차지한다. 차모로인들의 음악과 춤, 음식, 생활양식을 접할 수 있는 원주민 문화체험 프로그램도 흥미롭다.

원숭이처럼 야자수를 기어오르는 묘기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나뭇잎으로 모자를 만들기도 한다. 야자를 깨트려서 물을 마시고 속을 파내는 동작을 불과 1, 2분만에 끝내기도 한다. 차모로 스타일로 요리된 음식을 먹으며 민속공연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밤이 깊어 간다.

호텔에서 마련되는 디너쇼는 식사를 하며 전통음악에 맞춘 춤을 보는 것으로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쇼의 마지막은 하늘하늘한 옷을 걸친 원주민 소녀들과 어울려 춤추는 것으로 장식한다.

저녁식사를 위한 또 한가지 제안은 선셋 디너 크루즈를 이용하는 것이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바다로 세일 보트를 몰고 나가 노을을 보며 식사를 한다.

같은 저녁놀이라도 해안에서 보는 것과 바다 한가운데서 보는 것은 다른 느낌이다. 바다와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저녁 해와 달콤한 올드 팝송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때로는 여자 종업원들과 블루스를 추려는 사람들 때문에 분위기가 깨어지기도 하지만.

자유로운 개별여행으로 즐기는 사이판
   
사이판은 북동쪽과 남서쪽으로 길고 비스듬하게 누워 있는 형태인데 서쪽 해안은 거의 모래해변이고 동쪽은 모래해변을 중간중간에 품은 바위 절벽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호텔이 서해안에 자리잡고 있다. 가장 남쪽의 PIC 사이판을 시작으로 사이판 그랜드호텔, 다이아몬드 호텔, 다이이치 호텔, 하얏트리젠시 사이판, 아쿠아 리조트 클럽, 호텔 닛코 사이판이 차례로 이어지며 마지막에 마리아나 리조트 호텔이 있다.

작은 호텔들이 이들 중간에 끼여 있거나 해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다.

호텔도 모두 똑같지 않다. 각기 개성을 가지고 있어 여행자의 입맛에 따라 고를 수 있다. PIC 사이판은 활동적인 여행자들이 선호한다.

워터 슬라이드, 인공 파도타기 풀, 해앙센터, 인공 암벽장 등 스포츠 부대시설이 많아 굳이 호텔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하루 종일 놀 수 있다.

하얏트와 닛코는 고급스런 객실과 편안한 시설 덕분에 허니문 여행객들이 많다. 닛코나 다이이치 호텔에는 일본 여행객들이 대부분이다.

 

 

글 김숙현(여행작가) 사진 트래블채널

입력시간 2002/06/2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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