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데이트] 채시라, "행복해 보인다고요? 남편 잘 둔 덕이죠"

모노드라마 '여자'로 10년 만에 연극무대 올라
가을쯤 안방극장 복귀 예정

채시라(33)가 짧은 커트머리로 변신했다. 한결 상큼하다. 쇼트머리는 드라마 파일럿에 출연했던 1993년 이후 9년 만이다. 월드컵 열기에 맞춰 스포티하게 코디한 빨간 티셔츠 때문인지 더욱 어려진 모습이다.

남편인 가수 김태욱이 운영하는 강남의 기획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월드컵이 끝난 직후 전파를 타는 한 전자회사의 CF를 찍고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다.

“세련된 느낌이 드나요?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제품 이미지에 어울리도록 큰 맘 먹고 변화를 준 것인데요.” 다행히 새로운 헤어스타일이 잘 어울린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고 한다.

특히 남편이 예쁘다고 해서 기분이 좋다. “남들이 다 밉다고 해도 남편이 좋다면 된다”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최근 10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선 것도 남편의 권유 때문이었다. TV무대에 복귀하기 이전에 연기자로서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그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채시라가 단독 출연한 모노드라마 연극 ‘여자’는 3월 30일부터 한 달간 서울 유시어터에서 공연돼 호평 받았다.

6월에는 부산과 천안 등지에서 순회 지방공연도 했다. 육체적으로는 많이 힘든 작업이었지만 관객들 반응이 좋아 즐거운 경험이 됐다. 특히 이번 공연은 30대 연기자로선 처음으로 모노드라마에 도전했다는 자부심이 크다.


“원래 춤추는걸 좋아해요”

연극 ‘여자’에서 그는 두 번의 이혼을 겪고 성이 다른 두 자녀를 키우는 30대 이혼녀 역할을 맡았다. 절망적인 현실에 몸부림치는 강인혜로 분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또한 극 중간에는 가수 박지윤의 ‘난 남자다’라는 곡을 현란한 율동과 함께 선보였다. 이 춤을 소화하기 위해 박지윤을 가르친 안무가에게 세 차례에 걸쳐 직접 지도를 받았다.

“목 동작이 많은 춤이에요. 처음에는 목이 너무 아파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근데 제가 원래 춤을 좋아하니까 적응이 잘 되더라구요.” 어려서부터 음악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몸을 흔들었던 그는 실제 무용가를 꿈꾸었던 타고난 리듬감의 소유자다.

그런 그가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의 힘이었다. 1982년 중2때 한 잡지사의 퀴즈 응모에 당첨돼 상품을 받으러 갔다가 즉석에서 표지모델을 제의를 받아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이후 그의 사진을 눈여겨 본 롯데제과 관계자에 의해 발탁돼 TV에 첫 등장했다. 청소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1985년)’, 사극 ‘꼬치미(1987년)’ 등을 통해 꾸준히 연기자로 성장했다.

그가 톱스타로 자리를 굳힌 것은 1991년 ‘여명의 눈동자’에서 정신대 처녀 윤여옥의 기구한 삶을 혼신의 힘을 다해 열연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가 가장 아끼는 작품은 따로 있다. 진정한 연기의 눈을 뜨게 해준 ‘서울의 달(1994년)’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연말 방송사 연기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도시의 그늘에 가려있는 소외계층의 얘기를 담담하게 그린 작품이었죠. 김윤경 작가가 서민들의 삶을 공감대를 느끼게 풀어간 점이 참 좋았어요. 무엇보다 제 땀이 많이 배어든 작품이라 애착이 가요. 여명의 눈동자 때는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만 연기했는데 이때부터 제 나름대로 역할을 분석하고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는 시각을 갖게 됐어요.”


못하는 요리 없는 프로 주부ㆍ프로 엄마

채시라는 가정에서도 프로다. 연극 ‘여자’ 공연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집에 돌아오면 영양가를 꼼꼼히 분석해 아기 이유식을 챙기는 자상한 엄마다.

7월까지 모유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억척스럽게 모유만 먹였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또한 한식, 일식, 중식 못 하는 요리가 없다. 이렇게 바쁘게 사는 덕분에 다이어트가 절로 된다. 결혼 전보다 더욱 날씬해진 비결이다.

“바깥 일 하고 집안 일하면 살이 찔 틈이 없어요. 몸은 피곤한데 마음이 행복하니까 열심히 살 수 있는 거 같아요.” 그는 사실 남편보다 밥을 많이 먹는다고 귀띔한다.

그런 그가 곧 경사를 맞는다. 7월 7일이면 딸 채니가 돌이 된다. 가까운 친지들과 식사를 하는 조촐한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채니가 돌 잔치 때 어떤 물건을 고르기를 원하냐”라고 기자가 질문을 했더니 대답이 망설임 없이 책이라고 대답했다.

채니가 평소에도 책을 갖고 노는 습관이 책을 짚을 것같다는 것이다. 채시라는 채니가 장래에 ‘선생님’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과목도 정해졌다. 영어 선생님이다.

“선생님이란 직업만큼 가치 있는 일도 드물잖아요. 또 제가 영어를 잘 하니까 남편은 채니가 저 처럼 세계화 시대에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구요. 전 학창시절 잘 때도 영어책을 껴앉고 눈을 감을 정도로 영어 공부를 좋아했거든요. 그때 공부가 지금 채니를 키우는 데 많이 도움이 되요. 영어로 동요를 불러주고, 간단한 말도 하고 그래요.”


날마다 감동시키는 남편이 자랑스러워

가정 생활을 얘기하는 채시라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든든한 남편에 사랑스러운 딸이 있으니 부러울 것이 없다. 남편은 날마다 그를 감동시키는 연인 같은 사람이다. 특히 친정 식구들에게 너무 잘하는 모습이 가장 고맙다고 말했다.

이렇게 행복한 가정 생활에 푹 빠져 있는 그에게 TV 복귀 계획을 물어봤다. “올 가을이나 겨울쯤 주말드라마로 안방극장에 찾아갈 예정이에요. 따뜻하면서도 재미있는 드라마가 될 거예요. 저다운 씩씩함과 강인함을 느낄 수 있는 역할을 그려나가려 해요. ‘역시 채시라야’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할께요. 기대해 주세요.”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2002/06/28 16:37


배현정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