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성공한 지식인의 장신구, 만년필

역사의 순간을 증명한 상징적인 필기구

만년필은 지식인의 품격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필기구이다. 20세기 이후의 문인들은 만년필을 작품을 형상화하는 생명과도 같은 도구로 여겼으며, 중요한 역사의 분기점마다 만년필은 항상 최고 결정자의 앞에 놓여 있었다.

만년필은 선물로서도 특별한 사랑을 받는다. 받는 사람의 ‘성공을 기원한다’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워드프로세서나 PDA가 문자기록을 대신하고 있지만 만년필의 가치가 여전히 빛을 발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각 가정에 컴퓨터가 보급된 2000년 이후 명품 만년필은 오히려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파카, 워터맨, 크로스 등 국내에서 판매중인 명품 만년필 브랜드들은 매년 평균 15~30%의 매출 증가를 보이고 있다. 특히 몽블랑의 경우 매년 70% 이상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몽블랑의 차훈 대리는 “명품 만년필은 단순 필기구가 아니라, 성공한 남성의 신분을 나타내는 장신구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만년필로 사인하는 문화가 보편화된 것이 인기 폭발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또한 만년필은 사용하는 사람의 개성을 나타내는 고급 필기구로도 각별한 관심을 얻고 있다. 만년필의 펜촉은 쓰는 이에 따라 다르게 길들여지는 특성이 있어, 각도에 따라 독특한 필체를 드러나게 한다.

파카, 워터맨의 국내 수입을 담당하는 주식회사 항소의 오성주 차장은 “디지털 문명의 시대에 자신을 표현하는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 몽블랑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린 만년필.’

1990년 10월 3일 서독의 콜 총리와 동독의 디메제이로 총리가 통일 조약서에 서약을 하면서 분단된 독일은 45년 만에 다시 하나가 됐다. 이 역사적인 순간 두 사람의 손에는 몽블랑의 만년필 ‘마이스터스틱 149’가 쥐어져 있었다. 1924년 처음 선보이자마자 세계 최고의 만년필로 자리잡은 명품 브랜드다.

몽블랑의 대표적인 모델인 마이스터스튁(Meisterstuck)은 78년간 변하지 않는 사랑을 받아온 완벽한 디자인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예술적인 18K 펜촉은 플라티늄으로 상감처리 되었고, 장인의 손길을 거친 수차례의 공정을 통해 깊이 있는 광택을 발한다.

2002년 한정생산품인 앤드류 카네기(Andrew Carnegie)는 그 이름처럼 세계적인 철강왕 카네기를 기념해 제작된 모델이다. 카네기가 즐겨하던 진보적 성향의 아르누보 스타일을 빌려 감각적이고 우아하다.


● 파카

만년필의 명가(名家)로 불리는 파카만년필은 한 교사의 제자 사랑의 마음으로부터 탄생했다. 1888년 미국에서 기술교사로 재직하던 죠지 새포드 파카는 학생들의 펜이 고장이 잦자 완벽한 만년필을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했다.

이것이 100여 년의 전통을 이어온 파카사가 설립된 계기다. 이후 파카펜은 심플한 디자인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경제계, 정계, 교육계 그리고 예술계의 리더들로부터 사랑 받아왔다. 마가렛 전 대처 수상은 “어린 시절부터 파카펜을 갖는 나의 꿈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파카의 수많은 제품 중 눈여겨 볼 명작은 바로 듀오폴드(Duofold) 모델이다. 만년필을 ‘지성의 소장품’으로 격상시킨 최고급 만년필인 듀오폴드는 1912년 루이스 테블이라는 파카사의 영업사원에 의해 개발된 롱 런 모델이다.

성공 비결은 최고급 품격을 내세운 차별화 전략. 보통 펜보다 사이즈가 훨씬 크고 잉크의 양도 많으면서 붉은 오렌지 빛의 화려한 몸통장식을 자랑한다. 이 펜은 맥아더 장군이 태평양 전쟁 종식 당시 미주리함 선상에서 일본의 항복문서에 서명할 때 바로 이 듀오폴드 펜을 사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 워터맨

1883년 미국 뉴욕, 평범한 보험외판원인 루이스 에드슨 워터맨은 만년필의 잉크가 흘러내려 중요한 보험계약서를 망쳐버리게 된다. 이때 잉크가 흐르지 않은 펜을 만들겠다고 작정하고 고심 끝에 발명해낸 것이 오늘날의 모세관식 만년필이다.

워터맨은 이듬해 특허를 받은 뒤 자신의 이름을 따서 회사를 설립해 만년필을 제작 판매했는데 사람들로부터 대단한 반응을 얻었다. 특히 워터맨은 1926년 찰스 린드버그가 세계 최초로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한 뒤 그 감격을 일지에 기록하는데 쓰여진 만년필로 유명하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워터맨 만년필 중 가장 대표적인 최고급 모델은 창시자의 이름을 딴 ‘에드슨’(EDSON). 이 만년필은 시가 모양에 수공으로 만든 18K 금펜촉, 짙은 청색 반투명 몸체와 골드 커버의 조화가 일품이다.

각각의 제품에는 다이아몬드로 일련번호가 새겨져 있어 그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과 매력으로 보는 이를 강렬히 사로잡는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이씨에라II(ICI ET LA II)펜은 여성의 립스틱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디자인과 부드러운 실크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감각적 여성을 위한 제품이다.

찰스톤(CHARLESTON)은 1939년에 선보인 아르데코 스타일을 더욱 심플하게 표현한 모델. 기하학적인 형태, 확연한 홈이 드러나는 외곽라인, 나사식 캡 등이 특징이다.


● 크로스

크로스는 1846년 영국계 이탈리아인 발명가 타운젠트 크로스에 의하여 설립된 150여년 역사를 가진 필기구 전문 회사이다.

크로스는 나무 연필에 금과 은으로 세공한 제품으로 출발, 1876년 잉크 주입식의 첨필형 만년필을 출시했다. 크로스의 경영 철학은 바로 디자인과 세공 기술의 완벽함에 있다.

1933년 출시된 타운젠트 모델은 전통적이고 클래식한 디자인의 스테디셀러 제품으로, 크로스의 대표적인 인기 모델이다.

올해 새롭게 선보인 매트릭스는 5가지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독특한 펜이다. 만년필, 젤 잉크 수성펜, 듀얼 액션 볼펜, 노랑색 마커펜, PDA용 스타일러스 팁 등을 갖춘 다기능 펜이다.

특히 스틸의 세련된 감각과 블랙의 모던한 조화가 느껴지는 디자인으로 젊은 비즈니스맨을 사로잡고 있다.

만년필 오래 사용하는 법
   
1) 사용 후에는 반드시 캡을 닫아준다. 그러면 잉크의 빠른 증발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체적 혹은 부분적인 잉크의 흐름 방해를 방지할 수 있다.

2) 갑자기 잉크가 새는 것을 미리 방지하려면, 펜촉을 위로 향하게 하며 주머니나 핸드백에 펜을 수직으로 넣어 둔다.

3) 비행기에 타고 있거나 열에 노출되는 경우에 특히 잉크가 샐 위험이 높아지는데, 그 이유는 대기압력의 변동 때문이다.이 영향으로 카트리지 내부의 공기가 팽창되어 잉크가 파열되어 샐 수도 있다. 카트리지가 반쯤 비어있을 때는 가득 차 있을 때보다 샐 위험이 높다.

4) 얼마동안 펜을 사용하지 않으려면, 잉크 또는 카트리지를 제거하여 펜촉 부분이 막히는 것을 미리 방지한다. 갑자기 잉크가 샐 경우 펜을 깨끗이 씻어준다.

 

 

배현정 주간한국부

입력시간 2002/06/2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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