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아내의 건강을 챙기자 ② 폐경기

밤에 잠을 자다가 문득 깨어 마루로 나가 보니 아내가 찬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있는 모습을 접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여성의 몸은 자연의 시계와 같아서 달 주기에 따라 자궁의 피가 밀물과 썰물처럼 밀려 나갔다 들어왔다 하고, 때가 되면 이 기능이 점차 쇠퇴하여 없어지게 된다.

이 시기는 대략 49세 전후가 되는데, 비단 이 나이에 있는 여성 뿐 아니라 40대 초반의 여성들도 이 시기를 위한 준비를 하느라 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9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여성의 폐경기에 관한 관심이 적었기 때문에 우리의 아내나 어머니들은 알아주지 않는 고통을 혼자 감당하며 힘들게 넘겨 왔다.

하지만 이제는 생사와 직결되지는 않지만 여성들에게 고통을 주는 이 같은 여성의 성숙의 단계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여성은 사춘기가 되면 여성호르몬의 분비에 의해 월경이라는 새로운 행사를 시작한다. 이것이 폐경기를 맞아 끝나게 되는데 폐경기를 전후하여 나타나는 증상들은 일정한 패턴을 가진다.

기억력이 갑자기 떨어진다거나 집중력이 떨어진다면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 매일 손수건을 준비해 주던 아내가 손수건을 빠뜨리고,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던 기념일을 아내가 깜빡 잊어버린다면 이제 그 어여쁘던 젊은 날의 내 반쪽이 늙어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때로는 편두통을 호소하기도 하고, 변덕이 심해지기도 한다. 피부는 건조해 지고 탄력을 잃는다. 뼈가 약해지고 여기저기 아프다고 호소하게 되며, 질벽도 얇아지면서 염증도 잘 생기고, 소변을 찔끔거리기도 한다.

갑자기 열이 오른다면서 볼이 붉어지고, 답답증이 생겨 안절부절하며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 이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반적으로 이러한 여성들은 산부인과를 찾거나 신경정신과를 찾아서 약물 치료를 받게 된다. 호르몬 치료를 주로 하게 되는데, 호르몬 치료의 위험성에 대하여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 없다.

특히 폐경 전에 호르몬 제재를 복용하는 것은 미국에서도 아직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지 못한 요법이라고 한다. 그리고 10년 이상 호르몬 제재를 복용한 여성들이 치명적인 유방암에 걸린 확률이 43%나 더 높았다는 연구가 있다.

그러면 적극적인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이에 대해서는 아직 학계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듯하며, 한의학계도 두말할 나위 없다. 언제나 문제가 생기면 본질부터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폐경기 전후의 증상도 마찬가지이다.

폐경기를 폐경기로 받아들이는 환자들은 같은 증상이 발생해도 덜 고통스러워 한다. 하지만 내가 나이가 드는 것이 정말 싫고 현실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훨씬 힘들어 진다. 이것은 남성들도 마찬가지이다.

새싹이 돋았으면 튼튼한 뿌리와 무성한 잎으로 한때를 자랑하다가 예쁜 꽃도 피우고, 알찬 열매도 맺다가 자기 일이 다 끝났으면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겸양의 지혜를 나눠주는 것이 자연이 이치이다. 인생도 이와 같음을 마음에서부터 받아 들여야 이 시기를 편안하게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인위적이지 않은 여러 가지 극복방안이 있다. 부부가 함께 하는 운동, 인스턴트 식품을 배제한 건강한 자연식, 아이들과 함께 하는 등산, 인생을 헛되이 살지 않았다는 자부심, 이런 것들이 약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다.

혹 아내들에게 예전과 같지 않음을 탓하며 밖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자연의 눈으로 아내를 바라보면서 함께 위기를 극복하도록 노력한다면 사랑이 더욱 깊어질 것이다. 모든 관계는 상대적인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강남경희한방병원 이경섭 병원장

입력시간 2002/06/28 20:19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