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를 벤치마킹하자] 인터뷰/ING베어링증권 오벨건 상무, 로진크 이사

현실주의 경영이 네덜란드 경제의 힘

“네덜란드의 힘은 상인정신으로부터 출발한다.”

ING베어링증권 서울지점의 케이스 오벨건(35) 최고운영(COO)담당 상무와 패트릭 로진크(33) 위기관리(리스크 매니지먼트) 담당이사는 6월 22일 다국적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기 앞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으로 비용부담과 노사관계를 꼽았다.

근로자들의 높은 임금이 일본을 제외한 주변국에 비해 높을 뿐 아니라 매번 봄철이 다가오면 임금 단체 협상 등으로 항상 곤혹스러워 하는 최고경영자(CEO)의 표정에서 ‘한국은 아직도 사업하기 어려운 나라’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오벨건 상무는 “중국과 일본사이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고비용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며 네덜란드가 1980년대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경제개혁 방안인 ‘폴더모델(전 국토의 20%이상이 바닷물을 빼내 간척한 땅으로 네덜란드의 개척정신을 뜻 함)’에 대한 시사점을 강조했다.

그는 “1980년대 초 네덜란드 경제는 방만한 국가재정 운영과 과잉설비 등으로 3년간 매월 1만 명의 실업자가 늘고 소비자물가는 연 6.4% 치솟는 경제위기를 맞았다”며 “당시 경제개혁을 위한 방안으로 노측은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사측은 노동기회의 재분배를 통한 고용창출, 정부는 사회 보장제를 유지하는 등 냉철한 현실의식을 바탕으로 노사정 타협을 이룸으로써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경제 개혁인 폴더모델은 1990년대 네덜란드가 경제성장을 회복하고 다시 고용창출과 공공재정을 개선하는 큰 밑거름이 됐다.

네덜란드 기업들의 현실주의에 입각한 철저한 경영방침은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높다. 세계 최고의 종합 금융 회사 중 하나인 네덜란드의 ING그룹은 파이낸스(은행ㆍ증권ㆍ투자은행) 사업부문과 생명보험 사업부문으로 나뉜다.

1986년 외국계 증권사로는 가장 먼저 국내에 진출한 ING베어링증권은 매년 수익률 규모면에서 국내 외국계 증권사 중 빅3에서 빠지지 않는다. 축구로 말하면 공격진인 영업사업 부문은 현지사정에 밝은 우수한 한국인들로 현지화전략에선 국내회사와 다름없다.

그러나 공ㆍ수의 흐름을 관리하는 회사의 운영담당 책임자(COO)와 골키퍼 격인 위기관리 담당자는 본사에서 오랜 실무경험을 쌓은 네덜란드 인이다.

국내 기업의 경영환경에서 직책 이름마저 낮선 COO와 리스크 매니저는 세계시장과 일원화 추세를 보이고 있는 현지 지사의 흐름을 본사와 조율하고 돌출 위기상황을 대비해 최고경영자(CEO)에게 긴급 조언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다.

로진크 리스크 매니저는 “모든 기업들에는 경영자의 전횡이나 경영상의 착오를 막기위한 독립적인 제어장치가 필요하다”며 “항상 한국 기업에서 만이 아니라 어떤 기업도 경영ㆍ재무상의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이를 관리하는 구조적인 시스템 구축과 현실감각에 뛰어난 인사 배치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2002/06/30 14:01


장학만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