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MD 체제 본격 추진 핵 경쟁 불 당기나

무기체계 개발 본격화, ABM 협정 공식 폐기

미국이 본격적으로 미사일 방어(MD) 체제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6월 15일 미사일 방어체제 실험기지 건설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국방부 미사일 방어체제국 대변인 릭 레이너 중령은 2004년 9월 완공을 목표로 한 알래스카 포트 그릴리 실험기지에 장거리 요격 미사일 지하격납고 6개가 건설되며 미사일 발사 실험은 인근 연안의 코디악 섬에서 실시되고 미사일의 실제 배치시기는 아직 승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와 함께 이지스급 구축함에 요격미사일을 장착하는 해상미사일방어체제, 보잉 747기에 레이저를 탑재해 상대방의 미사일을 이륙단계에서 요격하는 ABL 시스템, 미사일 추적·탐지 레이더인 X-밴드 레이더, 우주에 배치되는 적외선 위성 등 MD 관련 무기체계 개발을 본격화 할 예정이다.

미국이 계획대로 MD 체제를 추진할 경우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요격체제는 내년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요격체제는 2004년께 부터 실전 배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 여러 각도와 층위에서 레이더와 위성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본격적인 MD 체제는 2007년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사일 요격체제 내년부터 실전 배치

MD 체제 추진에 앞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6월 13일 옛소련과 1972년 체결한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을 공식 폐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짤막한 성명을 발표, 의회에 대해 미사일방어체제 예산을 승인해주도록 촉구하면서 “우리가 직면해 있는 점증하는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미국민과 군대를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한 조속히 미사일방어체제를 배치하기로 다짐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9ㆍ11 테러 사건에서 분명해졌듯이 ABM 협정이 체결됐던 냉전 세계에 더 이상 살고 있지 않다”며 “대량파괴무기와 장거리 미사일로 무장된 깡패 국가들에 이용될 수 있는 어떤 수단으로 우리 문명을 파괴하려는 테러 분자들로부터 새로운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MD체제는 부시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했으나 탄도 요격 미사일 수를 제한하기위해 1972년 구 소련과 체결한 ABM 협정이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부시 대통령은 이런 걸림돌을 제거하기위해 지난해 12월13일 ABM 탈퇴를 러시아에 통보했다.

ABM 협정은 해상과 우주에서 MD체제 구축을 전면 금지하고 지상에서도 한정된 곳에서만 이를 허용하고 있다. 미국 해군은 이날 밤 태평양상의 전함에서 모의 탄두를 격추시키기 위한 요격 미사일 발사 실험을 실시했다.

이번 실험은 SM-3라고 불리는 요격미사일이 미국 함정을 보호하고 대륙간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한 것이라고 군 관계자는 말했다.

이번 실험은 하와이 카우아이의 실험 시설에서 모의 미사일을 발사한 뒤 태평양상의 이리호 함정에 비치된 레이더 시스템을 이용, 요격 미사일이 모의 탄두를 격추시키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러시아 “전략적 안정 무효화” 유감 표명

러시아 외무부는 ABM 협정이 공식 폐기된 것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면서 앞으로 제2단계 전략무기 감축협정(STARTⅡ)이 효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으로 보며 더 이상 이에 구속을 느끼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에서 “미국은 STARTⅡ와 뉴욕에서 합의된 사항들에 대한 비준을 거부했으며, 6월 13일 ABM조약에서 탈퇴함으로써 30년간 유지되어온 전략적 안정의 초석을 무효화시켰다”고 지적했다.

1993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양국의 핵무기를 3분의 2 감축하는 내용의 STARTⅡ를 조인했으며, 1997년 9월 미국 뉴욕에서 부속 의정서들의 추가에 합의했다. 1996년 미국이, 2000년에는 러시아가 각각 의회의 비준을 받아 2003년 말부터 STARTⅡ를 발효시킬 예정이었다.

러시아는 이 같은 성명에도 불구, 미국의 ABM 탈퇴에 대한 보복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는 실재가 아닌 가상 공간 속에 존재하는 것이므로 대응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의 ABM 탈퇴와 MD 체제 추진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모스크바 정치연구소의 세르게이 마르코프 연구원은 “미국의 ABM 탈퇴로 야기된 핵 도미노 현상이 향후 10년 동안 세계 핵전쟁 위협을 50% 증가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르코프 연구원은 “핵 도미노는 중국의 핵 증강을 초래할 것이며, 이에 자극받은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도 앞 다퉈 핵전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민주당 소속 하원 의원 31명은 6월 11일 워싱턴 연방지법에 부시 정부가 취한 ABM 협정 탈퇴 결정의 위헌 여부를 묻는 소송을 제기했다. 31명중 한명인 데니스 쿠시니치 의원은 “이 협정이 지난 30년간 세계 안보에 잘 기여해왔다”고 주장했다.


미국, X-밴드 레이더 한국배치 검토

그러면 MD 체제 추진이 한반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ABM 조약에서는 탄도탄 요격 미사일 협정에 따라 미사일 및 그 구성요소를 다른 나라에서 이전하거나 국외에 배치하는 것을 금지시키고 있다.

하지만 ABM 협정이 폐기됨에 따라 미국은 이 조항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미국은 미국의 동맹국들 및 공해 및 영공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MD 무기 체계를 배치할 수 있는 길을 확보한 것이다.

현재 부시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미국이 직면한 최대 위협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무력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한국 및 그 인근에 패트리어트 최신 개량형인 PAC-3, 탄도미사일 요격시스템을 장착한 이지스함, 항공기 탑재 레이저(ABL) 등을 배치할 예정이다.

또한 MD 체제에서 상대방의 미사일을 탐지, 추적하는 핵심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X-밴드 레이더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국 내에 육해공군 및 무기 체계를 배치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이 ABM 조약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난다면, 한국은 MD 관련 무기 체계의 한국 내 배치를 막을 수 있는 법적 장치를 사실상 잃게 되는 것이다.

MD 체제는 단기적으로 북한을, 중장기적으로 중국을, 잠재적으로 러시아를 겨냥하고 있어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이 가장 전략적인 지역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미사일 요격 방식이 상대방의 미사일을 발사초기단계에 요격하는 이륙단계방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한반도가 MD체제 추진에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입력시간 2002/06/3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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