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세계여행-15] 네덜란드

꽃과 풍차의 나라에서 히딩크의 나라로…

네덜란드는 오랫동안 튤립의 나라, 풍차의 나라, 낙농업의 나라, 반 고흐와 렘브란트의 나라로 통해왔다. 혹은 방파제에 구멍이 나 바닷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밤새 자기의 팔을 집어넣어 나라를 구한 소년의 감동적인 이야기로 기억되는 나라였다.

하지만 지금은 바뀌었다. 온 국민을 들뜨게 했던 월드컵의 스타, 히딩크의 나라로 각인된 것이다. 매력적인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유럽여행 코스에서는 빠지기 일쑤였던 네덜란드. 이제는 일부러 찾아가는 나라가 되었다.

어느 발 빠른 여행사는 히딩크의 생가를 찾아가는 상품까지 만들어냈다고 하니 히딩크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게 한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굳이 히딩크를 거론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너무나 매혹적인 곳이다.


운하와 자전거 그리고 하이네켄

바다와의 오랜 싸움 끝에 일군 나라,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은 이 나라의 모든 면모를 농축해 보여준다.

수십 개의 물줄기가 어지럽게 도시를 가르고, 그 운하 위에 낭만적인 모양으로 떠다니는 크고 작은 배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전거를 달리는 소녀, 노천카페에 울리는 유쾌한 웃음, 창틀에 내놓은 형형색색의 화분들, 명물이 된 꽃 시장과 흥미로운 벼룩시장, 화가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미술관… 다분히 아름다운 그림이 연상되는 도시가 암스테르담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암스테르담의 나쁜 점을 끄집어내며 인류 종말의 본보기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국가가 공인한 홍등가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이 찾아들고, 여행객이라면 한두 번쯤 마약을 사겠냐는 귓속말을 듣기도 한다.

마약에 취해 눈이 풀린 젊은이가 뒷골목을 방황하는 것도 보인다. 좋은 것과 아름다운 것이 숱하게 많지만 그 사이에 악한 것과 추한 것들이 존재한다.

그게 우리네 삶의 모습이니 그리 새삼스럽지는 않다. 여행자는 골라서 취할 뿐이다. 천의 얼굴을 가진 도시라는 점은 여행자로서 반갑다. 그만큼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는 의미일 테니.

암스테르담에서 꼭 해봐야 할 것이 세 가지 있다. 첫째는 운하 크루즈에 올라 물살에 따라 출렁이며 느릿한 마음으로 도시를 바라보는 것이다. 둘째는 자전거나 트램을 타고 아무데나 계획성 없이 가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이네켄 맥주에 취하는 것이다. 혹자는 첫 번째로 홍등가와 그 주변의 섹스숍 탐험하기, 둘째로 에로틱 뮤지엄 방문, 셋째로 마리화나 피워보기 등으로 잡기도 한다. 무엇을 하던지 그건 내키는 대로다.

그만큼 자유로운 도시니까. '안네의 일기'의 소녀가 그 일기를 쓴 실제 장소인 안네 프랑크의 집이나 왕궁과 담 광장, 네덜란드 해양박물관, 하이네켄 공장 등 방문할 곳도 관심거리에 따라 다양하게 나뉜다.


배 위에서 바라보는 그림 같은 도시풍경

중앙역에 도착해 조금만 걸어 나오면 바로 운하와 다리가 보인다. 거미줄처럼 펴져 있는 운하는 암스테르담의 가장 큰 매력거리다. 운하가 주는 낭만이란 상상 이상이다.

꽃과 그림으로 치장한 보트와 운하 위에 걸린 각양각색의 다리들, 운하 변의 어여쁜 집들, 근사한 카페들… 특히 다리가 볼거리인데 600여 개나 된다. 보트가 지나갈 수 있도록 개폐식인 것, 나무로 된 것, 아치형으로 된 것, 난간이 예쁜 것, 평범한 것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운하 위를 다니는 보트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개인이 소유한 것에서부터 유명한 미술관이나 박물관 사이를 셔틀버스처럼 연결하는 뮤지엄 보트, 운하를 따라 도시를 벗어나 교외까지 나가는 크루즈형 대형보트도 있다.

이 가운데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배에 오르기만 하면 길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다른 도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운하 크루즈를 이용하려는 여행자들이 많기 때문에 종류도 여러 가지다. 뮤지엄 보트는 여행자들이 특히 즐겨 이용하는 보트다. 보트 티켓을 보여주면 박물관 입장료가 할인되는 이점도 있다. 워터 택시는 두둑한 여행자의 호주머니를 노린 것으로 원하는 대로 보트를 몰아주지만 그만큼 비싸다.

운하 버스는 국립미술관, 안네 프랑크의 집, 중앙역, 렘브란트의 집 등 정해진 루트만 다닌다. 중앙역 앞에 있는 여행자안내소 뒤편에 보트 선착장이 있다.


반 고흐와 렘브란트, 예술의 향기 가득

반고흐와 렘브란트가 네덜란드 태생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암스테르담은 고흐와 렘브란트의 예술세계를 깊이 있게 접할 수 있어 좋다. 제일 먼저 들러야 할 곳은 국립미술관(Rijksmuseum).

네덜란드 화가들과 세계 거장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일반전시와 함께 매 시기마다 개최되는 상설전 역시 알찬 내용으로 열려 인기 있다.

미술관은 전시실이 많아 뭐부터 봐야 할 지 처음엔 막막하지만 시대나 화가 이름 분류에 따라 원하는 곳을 찾아가면 된다. 국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한 작품 한 작품이 모두 소중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렘브란트의 명작 '야경'이다.

야경은 그 벽면에 이 한 작품만 걸어 놓았기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큰 작품에 모든 관람객의 눈이 집중된다. 빛과 어둠을 잘 대비시킨 렘브란트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렘브란트보다 더 인기 있는, 아니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화가는 바로 고흐가 아닐까? 네덜란드가 낳은 거장인 고흐의 작품들을 모아 놓은 고흐뮤지엄(Gogh Museum)은 국립미술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고풍스러운 네덜란드 스타일의 국립미술관과는 달리 고흐뮤지엄은 단순하고 현대적인 건축물이다. 고흐의 일대기에 관련된 전시와 함께 세계 유명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명 작품들에 비해 다소 덜 알려진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한가지 낯선 점은 일본풍의 그림들인데. 고흐는 우연한 기회에 일본 그림들을 접하고는 그 매력에 끌려 일본풍의 그림들을 그리기도 했다. 일본화를 인상파의 강렬한 붓 터치로 그려 색다른 느낌이다.

한편 렘브란트가 작업하던 주택이 아직까지 남아있어 '렘브란트의 집(Rembrandhuis)'으로 보존되고 있다. 그가 그림을 그리던 방과 당시의 물건들, 렘브란트 특유의 느낌이 짙게 배인 동판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꽃시장, 벼룩시장은 또다른 명물

운하 위에 자리잡은 암스테르담 꽃시장은 이 도시의 명물이다. 시내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담 광장에서 로킨 거리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꽃시장(Bloenmarkt)에 이른다. 꽃의 나라답게 꽃의 종류도 다양하고 온갖 꽃 장식이며 화분, 구근, 꽃씨까지 구할 수 있다.

꽃 파는 아줌마, 아저씨는 꽃 같은 미소로 사람들을 대한다. 꽃을 사랑하고 서로 주고받는 걸 즐기는 국민들이다 보니 꽃시장은 늘 붐빈다. 싱싱한 꽃구경도 하고 사람 구경까지 할 수 있는 꽃시장은 암스테르담 여행에서 빠트릴 수 없는 필수 코스다.

좀더 능동적인 시장 순례를 하고 싶다면 벼룩시장으로 가자. 운만 좋으면 먼지 덮인 골동품 가운데 꽤 쓸만한 것을 찾아낼 지도 모른다. 유럽인들은 대부분 옛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데 벼룩시장에 나온 물건들을 살펴보면 ‘정말 그렇군’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빠진 접시나 손때 묻은 커피잔 세트, 군데군데 녹이 슨 태엽시계, 네덜란드 풍의 푸른 그림이 들어간 도자기 등 거실에 장식으로 두면 딱 좋을 것들이 너무 많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뒤적거리게 된다.

가장 큰 재래시장은 앨버트 퀴프 마켓으로 없는 게 없는 시장이다. 벼룩시장은 워털루 광장에서 열린다. 구제 옷이나 고서, 각종 액세서리, 옛날 흑백엽서 틈에는 누군가 쓴 편지도 끼어 있고, 사진이 꽂힌 지갑을 발견할 수도 있다. 시장은 월요일부터 토요일 아침에 선다.

아름다운 교외에서 네덜란드 진수를 맛본다
   
암스테르담은 시내에도 볼거리가 많지만 하루 정도 짬을 내어 교외로 나가보는 것도 좋겠다.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 떼, 꽃이 언덕을 이룬 들판, 평화로운 전원마을 등 네덜란드의 한적한 멋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풍차, 꽃, 항구와 해변, 나무신발을 만드는 마을 등 특색 있는 곳들이 많다.

우리에게 풍차마을로 더 잘 알려진 잔세스 칸스(Zaanse Schans). 파랗게 칠한 벽에 새하얀 창틀을 갖춘 집이 앙증맞고 커다란 날개를 펼친 풍차는 이국적이다. 잔 강 옆의 둑 위에 여섯 개의 대형 풍차가 줄지어 서 있다.

사람들은 둑을 따라 거닐며 풍차와 강이 만들어내는 풍경에 취한다. 풍차 안에 들어가 볼 수도 있는데 여섯 개 가운데 세 번째 놓인 풍차가 내부관람용이다.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로 15분 거리에 있다.

낙농업이 발달한 네덜란드에서 맛있는 치즈가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알크마르(Alkmaar)라는 작은 마을은 온갖 치즈를 사고 파는 치즈시장이 대규모로 형성되는 곳이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면서부터 치즈시장의 상인들이 전통복장을 입고 나와 더 그럴듯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치즈시장은 4월부터 9월 사이 금요일 아침마다 열린다.

마두로담(Madurodam)은 암스테르담 근교라기보다 헤이그 근교라고 하는 게 맞겠다. 헤이그로 가서 마두로담행 버스나 트램을 타야 한다. 간 김에 이준 열사 기념관과 왕립미술관, 평화의 궁전, 스케베닌겐 등을 둘러보고 마두로담까지 방문하면 헤이그 당일여행으로 충분하다.

마두로담은 네덜란드의 유명한 건축물이나 명소를 실제의 4분의 1 크기로 만들어 놓은 테마파크다. 정교하게 만든 건물은 물론 아름답게 가꾼 정원도 인상적이다.


■ 항공 : KLM네덜란드항공에서 주 6회(월, 수, 목, 금, 토, 일요일) 암스테르담으로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목요일은 여름철(8월까지) 임시편이며 여름 이후에는 주5회 운항된다.

비행시간은 약 11시간. 예약은 (02)733-7878나 www.klm.co.kr


■ 도시교통 : 암스테르담 시내에서는 버스, 자전거, 트램, 운하의 보트 등으로 움직인다. 지하철이 있긴 하지만 구간이 짧고 중앙역에서 시내 동쪽으로 이어지는 노선이라서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

트램이 가장 편리한데 덜컹거리며 구불구불한 길을 달리는 맛이 각별하다. 자전거를 타는 것도 좋은데 중앙역이나 여행자 안내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자전거 렌탈 업체가 몇 개있다.

 

 

글·김숙현 사진·KLM네덜란드항공 제공

입력시간 2002/07/0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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