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한국경제 업그레이드다

정부·재계, 월드컵 열기 '경제효과극대화'로 있기 위해 머리 맞대

“꿈은 한국경제의 도약으로 이뤄져야 한다.”

한국의 월드컵 4강 신화를 계기로 ‘한국경제의 업그레이드화’가 정ㆍ재계의 최대 화 두로 떠올랐다. 정부와 대기업들은 ‘월드컵 효과’를 살리기 위한 각종 전략수립과 실행방안 마련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최근 범 정부차원의 ‘포스트 월드컵’ 대책마련을 위해 이건희 삼성회장 등 9개 대기업 총수들과 간담회를 가진데 이어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각종 월드컵 후속대책 수립과 이에 대한 실행을 지시했다.

월드컵으로 높아진 국가브랜드 이미지를 최대한 활용해 정부는 기업들의 제품 브랜드 극대화를 통해 수출품 가격을 평균 10%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강구하고 있다.

특히 월드컵 대회 기간 중 입증된 정보기술(IT) 강국 위상을 토대로 IT기업의 해외진출 활성화는 물론 7월엔 해외에서 민관 합동으로 한국경제 설명회를 열기로 하는 등 ‘월드컵 효과’를 최대한 살리겠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88 올림픽 당시 행사 자체는 훌륭하게 치렀지만 경제효과 극대화를 위한 사후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전례를 되풀이 하지않기 위해선 정부 중심의 획일적인 ‘탁상공론’보다는 재계 등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보다 체계적이고 실용성에 중점을 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월드컵 경제효과는 26조원 이상

한국의 월드컵 4강 진출에 따른 직ㆍ간접적 경제효과는 과연 얼마나 될까.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포스트 월드컵 발전전략과 정책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월드컵 4강 진출에 따른 직ㆍ간접 경제효과가 26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소비진작효과 3조7,600억원, CNN과 CBS 등 세계주요 방송을 통한 국가브랜드 홍보효과 7조7,000억원, 기업이미지 제고효과 14조7,600억원 등을 합칠 경우 26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재계와 경제 연구소들은 이 같은 추정 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경제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점을 꼽고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원은 “한국전 응원과정에서 500만 명의 붉은 물결에서 뿜어져 나온 한민족의 저력은 과거의 ‘Can-Do(할 수 있다)’ 정신을 ‘레드 스피리트(Red Spirit) ’로 한 단계 승화시켰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를 토대로 지속 가능한 선진경제인 ‘레드 이코노미(Red Economy)’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것은 값진 성과”라고 평가했다.

유 연구원은 또 “월드컵 16강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붉은 악마들의 열정을 유발 한 것처럼 21세기 국가발전에 대한 분명한 목표와 전략을 제시해 국력을 결집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월드컵이후 과제로 국가발전 비전과 새로운 리더십 확립, IT산업 초일류화 등 경제활력제고, 사회통합과 갈등해소를 통한 선진사회 구축 등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월드컵이후 전략적인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다이내믹 코리아’의 이미지와 ‘IT강국 코리아’의 세계화를 통한 동북아지역 중심국가라는 국가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국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국가 에너지의 창조적 화합을 이루어내는 새로운 리더십을 확립하는 것도 월드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김은환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경제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IT산업의 초일류화와 지식기반산업 집중육성, 지역특화 관광산업 및 축구 전용구장의 효율적인 활용 등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월드컵을 사회통합과 선진문화를 정착시키고 국가브랜드를 제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월드컵을 계기로 높아진 국가이미지를 국가브랜드위원회 등 전문조직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리,평가하는 국가브랜드 제고시스템을 구축 함으로써 지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에서 부는 ‘월드컵 효과’ 살리기 바람

국제사회에서 높아진 한국의 인지도와 개선된 이미지를 가시적인 경제적 성과로 담아내기 위해선 품질 높은 제품과 서비스의 제공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잔뜩 기대에 부푼 전세계 고객에게 실망을 안겨줘 오히려 역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 수출품은 현재 중저가 제품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술력 향상을 통해 제품의 고도화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도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 구본무 LG 회장, 손길승 SK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은 월드컵 효과를 최대한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월드컵 기간 중 이들은 월드컵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방한한 전략적 제휴기업의 최고 경영진과 해외 바이어, 딜러들과 함께 월드컵 주요 경기를 지켜보며 협력관계를 다지고 실리를 챙기는 마케팅을 진두지휘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이 디지털ㆍ정보기술(IT)의 강국임이 입증된 것을 바탕으로 삼성 브랜드의 세계 일류화를 굳히기 위한 미국 중국 유럽 등지에서의 해외 마케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LG도 월드컵 이후 ‘강한 한국’의 이미지를 살려 LG전자를 중심으로 세계 1등 상품으로서의 LG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과 수출 확대 등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는 월드컵 공식 스폰서로 참여해 비용으로 1억 달러를 들였으나 그 직ㆍ간접적인 마케팅 효과는 50배에 달할 것으로 평가하고 이를 해외 판매 확대로 연결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는 특히 자사 초청으로 또는 자비를 들여 방한, 월드컵을 관람한 뒤 공장을 둘러본 해외 딜러(판매대리점) 2,000여명이 자국으로 돌아가 맹활약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월드컵 응원열기를 포스트 월드컵 효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경련 손병두 전국경영자연합 부회장은 “월드컵 기간 중 산업활동이 저하되고 환율이 급락하는 등 경제환경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월드컵을 계기로 통합된 전국민의 힘과 열기를 ‘일하는 분위기’로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2002/07/05 14:41


장학만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