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비서' 해결사 114

한국인포서비스…KT분사 1년만에 흑자

한국인포서비스(KOIS)의 114 안내 요원인 이명순(29)씨는 최근 월드컵 기간 중 한 필리핀 사람으로부터 한 통의 문의 전화를 받았다.

모기장 원단을 취급하는 회사를 찾아 한국에 왔으나 알고 온 정보가 달라 전화번호를 확인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정확한 정보가 없이는 번호를 알 수 없다” 고 말하면 114는 물론 ‘대~한 민국!’의 이미지가 흐려질 것 같아 이 씨는 몇 곳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이씨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찾는 곳이 아니면 다시 연락하라”며 자신의 전화번호도 줬다. 필리핀인으로부터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이씨는 궁리 끝에 자신의 남편에게 전화해 필리핀인이 찾고 있는 회사를 수소문해 달라고 부탁했고 결국 필리핀인이 찾던 회사를 찾았다.

“용건만 간단히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또 다른 114 안내 요원 임영미(28)씨는 최근 저녁 11시가 넘어 걸려온 한 문의전화를 받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가 오는 날인데 오늘 커피 한잔 하자. 목소리가 너무 섹시하다”며 음담패설과 함께 치근대는 고객의 전화에 대해 임씨는 최대한 예의를 지키며 전화를 끊었다.


내년 코스닥 상장, 벤처정신으로 똘똘

114 안내 전화로 친근한 KOIS가 6월 말로 창립 1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위한 발걸음을 내딛었다.

지난해 KT에서 분사된 KOIS는 업무효율성과 수익성 향상에 주력, 창립 6개월 만에 매출액 246억원과 당기순이익 15억 8,000만원을 기록하는 등 창립 원년 흑자경영을 달성했다.

구 한국통신의 개별 사업본부로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114 안내사업이 지난해 종업원 지주회사로 분사 한 후 처음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김성대(53) KOIS 기획본부장은 “안내요원의 역량강화와 평균 안내건수가 증가하는 등 114안내 사업의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하면서 분사전과 비교해 지난해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이 5.4%정도 늘어났다”며 성과를 자랑했다.

또 최근 우선번호 안내서비스와 안내대기시간 광고서비스 등 신규서비스 시장진출에 따른 수익성 제고를 통해 사기가 오른 직원들은 내년 코스닥 등록을 앞두고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이 회사 주가도 5월부터 114 이용서비스료가 100원으로 인상되면서 최근 장외거래에서 주당 1만 1,000원으로 치솟았다.

새로 이사 간 동네에서 식사주문을 하고 싶지만 지역상가의 음식점 이름이나 전화번호를 모를 경우 이젠 집 전화로 114만 누르면 원하는 음식 종류별로 식당을 선택할 수 있다.

또 지방 여행 중 급히 렌터카나 택시가 필요할 경우 휴대폰을 통해 지역번호에 114만 누르면 그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업체로 연결할 수 있다. 바로 우선번호 안내 서비스다.

이를 이용하는 고객은 특별히 부가 서비스료를 낼 필요가 없다. 단 114에 등록된 해당업체가 가입비를 낸다. 이용고객은 업그레이드된 114의 서비스를 만끽 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전화번호를 알기 위해 114를 눌렀지만 안내요원의 목소리가 금새 나오지 않고 잠시 대기중 안내가 나오면서 ‘공명선거’나 ‘산불조심’ 등의 공익광고를 들을 때가 있다. 이용고객으로선 짜증도 날 수 있지만 이는 114의 수익성을 높이는 또 하나의 신규 사업이다.


각종정보 원스톱 서비스 제공계획

KT 출신이 대다수인 KOIS는 종업원지주 회사답게 각종의 사업 아이디어가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분출하는 벤처 정신으로 똘똘 뭉쳐있다.

다양한 종합생활정보 제공업체로 성장할 것을 기업목표로 삼고 있는 KOIS는 올 하반기부터 획기적인 신규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 아이디어는 바로 직원들의 자발적인 의견수렴에서부터 나왔다.

이젠 더 이상 인터넷 혹은 신문 광고를 보며 주말 무슨 영화를 볼 지 생각할 필요가 없다. 올 하반기부터 서울과 경기 인천 강원지역의 극장 영화프로그램과 각종 공연 안내로부터 예매에 이르기 까지 114만 누르면 고객이 원하는 각종 정보를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음식점 안내 역시 114 이용고객의 음식 종류ㆍ지역 별 특성에 맞춰 분류해 정보제공도 받고 예약까지 할 수 있는 맞춤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

전체 직원 1,660명중 안내요원이 1,550명(여성)을 차지하는 KOIS를 이용하는 하루 이용객만도 100만~150만 명에 달한다. 아마도 올 하반기 종합생활정보 서비스가 실시될 경우 그 수는 5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KOIS측의 전망이다. 이젠 114가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를 잡는 시대가 도래할 전망이다.


남모를 고충에 시달리는 안내요원들

114를 누르면 금방 ‘안녕 하십니까’ 라며 응답하는 114 안내 요원들의 상냥한 목소리 뒤에는 남다른 사연이 숨어있다. 전화상담 고충이 이만 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용 고객 중 자신의 불만을 114로 전화해 토로하거나 청와대 전화번호를 대라, 김00를 바꿔라는 식의 억지성 전화가 하루에도 수십 통에 달한다. 또한 유명한 지명이나 특산품이 텔레비전에 방송될 때면 그 장소가 어디냐, 그 상품을 파는 곳을 알려 달라며 생떼를 쓰는 고객도 있다.

이 밖에 결혼하고 싶으니 안내요원을 소개 시켜 달라, 이름을 알려 달라, 술 한 잔 하자, 밤이 너무 외롭다. 부부싸움을 하고 안사람이 도망갔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는 등 상상 밖의 전화가 많다.

지역과 상호를 모르는 데도 “114가 그것도 모르냐”며 비아냥거리는 고객도 허다하다. 안내요원 임영미(28)씨는 “아무리 친절한 서비스를 하려고 노력하더라도 이용객의 막무가내식 전화 때문에 기분을 상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장학만기자

입력시간 2002/07/12 14:01


장학만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