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업씨와 돈, 그리고 권력] 국정원장이 '영식님'에 용돈 준 사연은?

임동원 전 원장 등 홍업씨에 수시로 돈 제공, 출처, 배경에 의혹

전ㆍ현직 국가 정보원장들이 김대중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에게 수시로 돈을 제공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돈의 출처와 돈을 건넨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임동원 전 국정원장은 세 차례에 걸쳐 모두 2,500만원의 돈을 홍업씨에게 ‘용돈’으로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계좌추적에서 확인된 국정원-홍업씨간 수표거래는 1999년 1월 이후 모두 6차례였다. 이중 99년 1월14일의 100만권 수표 6장, 2000년 6월12일 100만원권 3장 및 지난해 2월28일의 100만원권 10장 등 모두 1,900만원이 임 전 원장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99년 1월의 600만원과 2000년 6월의 300만원은 1,000만원과 500만원 단위로 홍업씨에게 쥐어진 용돈 중 일부”라며 “임씨가 건넨 용돈 규모는 모두 2,500만원”이라고 말했다.

신건 현 원장의 수표는 지난해 5월10일과 5월21일 두 차례 홍업씨에게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5월21일의 800만원이 홍업씨에게 건넨 1,000만원 용돈 중 일부라는 것이다.


“개인돈” 해명, 공금일 가능성도

이에 대해 임 전 원장과 신 원장은 “국정원 돈을 준 것이 아니라, 개인 돈을 국정원 수표로 바꿔서 준 것일 뿐”이라고 똑같은 해명을 했다. 게다가 1,000만원 또는 500만원 단위로 전달했다는 점, 국정원 수표를 이용했다는 점 등 ‘홍업씨 용돈 제공 수법’ 도 판박이처럼 흡사하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김영삼 정권 때 김기섭 전 안기부 기조실장이 김현철씨 비자금을 세탁해주었다면, 임·신 두 전ㆍ현직 국정원장은 관행적으로 홍업씨에게 금품을 제공해왔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두 국정원장은 공금을 제공했을 때의 처벌과 비난을 낮추기 위해 개인 돈을 주었다고 해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이 같은 해명에 대해 신 원장 등의 파면을 요구하며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도 전신인 신한국당의 1996년 총선 당시 안기부 예산 전용의혹 사건 재판과정에서 안기부 예산을 전용한 게 아니라 기업과 당 자금을 안기부 발행 국고수표로 세탁해 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국고 도용 사실이 드러나자 궤변을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한나라당은 안기부 예산을 그렇게 많이 전용했다면 안기부 활동이 마비됐을 것이라면서 통상 안기부 돈은 계좌추적이 안되기 때문에 세탁수단으로 활용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정보수집 진행비일 경우 정치개입 의미

홍업씨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국정원 수표가 넘어간 정황을 볼 때 이 돈이 과거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존재하던 ‘신록사업비’가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신록사업비란 중정과 그 후신인 안기부가 정치인 등 사회저명인사를 접촉해 정보를 수집하는데 쓰이는 진행비의 일종이다.

국민의 정부 출범 후 국정원이 정치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하면서 사업비가 대폭 축소됐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정원장이 홍업씨에게 준 돈이 국가예산에서 나온 국정원 공금인지, 또는 당사자들의 주장대로 개인차원의 단순한 용돈에 불과한 것인지 등 궁금증에 대한 후속 수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입력시간 2002/07/1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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