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확 달라지고 있다·中] 은행의 미래 밝힐 가치창조 경영

기고 - 신 금융질서의 화두는 '가치',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탈바꿈해야

최근 은행권의 최대 화두는 겸업ㆍ대형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다. 은행들마다 합병 및 금융지주회사의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은행들은 원 스톱 뱅킹을 통한 교차판매증대로 수익을 증대하고, 전산 및 후선 업무의 통합으로 비용절감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통합에 따른 리스크 관리 역시 간과할 수 없는 과제다. 금융지주회사의 설립 혹은 합병을 통해 은행 규모가 커질수록 취급 업무가 은행업 뿐 아니라 증권과 보험까지 확대돼 경영이 더 어렵게 된다.

통합이후의 경영 리스크는 이전에 비해 한층 커진다. 축구에서 멀티플레이어가 각광을 받듯이 은행 경영에서도 멀티플레이어의 몸값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효과적 역할 수행이 최고의 경쟁력

합병 혹은 금융 지주회사 설립 보다 은행 경쟁력 강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은행이 그 고유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느냐 여부다. 은행의 기본 역할은 금융시장에서 도덕적 해이문제 등을 최소화해 자금중개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은행은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능력을 평가하여 신용등급을 산정하고 대출승인여부 및 대출금리를 결정하며 대출이 실행된 후에도 대출자가 대출용도에 합당하게 대출금을 사용하는가 혹은 대출자의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변수가 바뀌지 않았는가 등에 대한 사후관리를 만기 전까지 계속해야 한다.

은행의 부실화는 대출승인 및 사후관리와 관련해 요구되는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는데 있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 내부에서 개선해야 할 사항들은 은행의 자체 노력으로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대출기업의 회계자료가 투명하지 못하고, 대출기업이 정치권 및 관료 등의 힘을 빌어 대출압력을 행사하는 등의 은행 외부환경적 요인은 상대적으로 덜 개선됐다.

1998년 6월29일 5개 은행이 문을 닫았다. 3개월이 지나 이들을 인수한 5개 은행과 또 다른 부실 은행들에게 공적자금이 1차로 투입됐다.

2000년 12월에는 1998년 제1단계 구조조정에도 생존가능성이 불투명한 은행들에 대해 또다시 공적자금을 투입, 금융지주회사로 편입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외환위기 전에도 은행의 구조조정 논의는 많았다.

은행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수익성을 제고해야 하고 이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구조조정의 당위성이 대두됐다. 사실 선진국 은행에서는 구조조정이 일상화돼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구조조정에서는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부실은행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이루어졌다. 은행들은 그 동안 하드ㆍ소프트웨어의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추진해 지난해 사상 최대의 수익을 냈다.

수익성이 개선되자 더 이상 구조조정은 필요 없다는 목소리가 은행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은 은행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계속 추진돼야 한다.

제2단계 은행구조조정을 통해 은행간 통합은 물론 불합리한 금융관행이 은행 내ㆍ외부적으로 해소되면 은행은 기본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규제, 폐쇄, 무책임경영 등으로 나타나는 구 금융질서 대신 감독, 개방, 책임경영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신 금융질서가 자리잡으면 은행의 기본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신 금융질서는 ‘가치파괴’ 경영이 아닌 ‘가치창조’ 경영이다.

은행이 ‘가치창조’경영을 하면 고객(예금자 및 대출자), 주주, 임직원, 감독당국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 은행의 미래는 구조조정과 가치창조경영이 은행에서 일상적인 활동으로 자리잡을 때 비로소 밝은 모습을 보일 것이다.


■ 필자 약력

서울대 경영학과, 동 대학원 경영학 석사, 미국 펜실배니아대 워튼 경영대학원 박사(재무관리학). 한국수출입은행 해외투자연구소 책임연구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흥은행 사외이사.

지동현 조흥은행 상무 겸 기관고객ㆍ자금본부장

입력시간 2002/07/19 15:49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