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섭의 한의학 산책] 아내의 건강을 챙기자 ③ 남과 여, 음과 양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이것을 모르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다른가? 아마도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왜 다르냐는 질문은 뭐 철학자가 아닌 이상 더더욱 답하기 힘들 것이다. 주역(周易)에 보면 음양(陰陽)에 대한 체계적인 설명이 나온다. 태극(太極)이 분화하여 음(陰)과 양(陽)으로 나뉘고 음양이 다시 사상(四象)으로 나뉘어 태음(太陰), 태양(太陽), 소음(少陰), 소양(少陽)이 되고, 사상이 다시 팔괘(八卦)로 나뉜다.

태극이라 함은 아직 분별이 생기기 전의 혼재된 상태를 말하는데, 여기에 음양의 잣대를 갖다 대면 음과 양의 속성이 갈리는 것이다. 음은 양에 비하여 정적이며, 유연하고, 어둡고, 수축하는 성질이 강하다.

하늘과 땅을 보자면 하늘은 양이 되고 땅은 음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사물은 자신의 실체와 그 실체가 발휘하는 기능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이것을 체(體)와 용(用)이라고 한다. 체용은 서로 상반된 속성을 가진다.

예를 들자면 남자는 몸은 딱딱하고 강인하게 생겼지만, 실제로 내부적으로는 유연하며, 약한 모습을 지녔고, 정착하지 못하고 계속 밖으로 활동하는 특징이 있는 반면 여자는 체는 연약하고 유연하고 부드럽게 생겼지만 용은 강하고, 잘 지켜내는 면모가 있다.

한편 선현들은 1부터 10까지의 기본수로 자연의 생성, 소멸의 법칙을 설명했는데, 남녀의 체용도 숫자로 표현할 수 있다. 음과 양의 기본수로 2와 3이 있는데, 2는 짝수로 균형 잡힌 형태를 이루며, 안정적이고 정적인 음의 성격을 대변하며, 3은 홀수로 계속 변화하는 동적인 양의 성질을 나타내게 된다.

7을 소음수라 하여 여자와 관련시키고 8을 소양수라하여 남자와 관련시키는데, 이것은 주역의 팔괘를 적용한 것이다. 남자는 리괘에 배속되는데, 양효 두 개와 음효 한 개로 이루어진 괘이므로 3+3+2로 8이라는 숫자가 나오고, 여자는 감괘에 배속돼 7에 해당된다.

남자와 여자의 신체로 살펴보자면, 남자는 머리가 발달하고 가슴이 없으며 ‘고추’가 달렸기 때문에, 양과 음과 양으로 이루어진 모습이다. 이것은 즉 3+2+3으로 8이라는 숫자가 되며 이 수에는 남자의 신체의 비밀이 담겨져 있다.

같은 방식으로 보자면 여자는 머리(지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님)보다 가슴이 발달했으며, 생식기가 튀어나오지 않고 들어간 형태를 취하므로 음과 양과 음으로 2+3+2해서 7에 해당된다.

이러한 것이 남녀의 성장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여자는 7세에 신장의 기운이 차오르기 시작하여 치아가 새로 나며 모발도 길게 자라고, 14세에 생식능력이 생겨서 월경이 시작되고 아이를 가질 수 있게 된다.

21세에 신장의 기운이 충만해지고 균형을 이루어 사랑니가 자라고, 28세에 뼈와 근육이 단단해지고 모발이 풍성하게 자란다. 35세에 얼굴이 초췌해지기 시작하고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고 42세에 얼굴이 완전히 초췌해지고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기 시작하며 49세에 생식능력을 다하여 형태가 어그러지고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된다.

반면에 남자는 8세에 신장의 기운이 튼튼해져 모발이 길게 자라고 치아가 새롭게 나고, 16세에 신장의 기운이 왕성해져서 정기(精氣)가 흘러 넘치게 되고 따라서 생식능력이 생긴다. 24세에 신장의 기운이 조화를 이루고 뼈와 근육이 단단해지고 사랑니가 자라며, 32세에 뼈와 근육이 풍부해지고 살이 차 오른다.

40세에 기운이 쇠하고 머리카락이 빠지고 치아가 상하기 시작하고, 48세에 얼굴이 초췌해지고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한다. 56세에 간장의 기운이 쇠하여 근육을 잘 움직일 수 없고, 정이 고갈되고, 신장의 기운도 약해져 몸이 노쇠해진다. 64세가 되면 비로소 치아와 머리카락이 빠지게 된다.

이렇게 몇 천년 전에 책에 기록된 남녀의 신체 변화가 지금에도 그대로 들어맞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여기에서 변하지 않는 진리의 존재가 느껴진다. 이런 것을 더욱 연구하여 그 깊이를 알고 깨달아서 더 높은 차원의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우리 후세 사람들이 할 일이 아닌가 한다.

이경섭 강남경희한방병원 병원장

입력시간 2002/07/19 16:53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