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인간 내면의 원초적 관능미

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 시켰던 월드컵 행사는 ‘한국축구의 아시아 최초 4강 진출’이란 경이로운 성적을 내고 막을 내렸다.

월드컵 행사의 또 다른 주역이었던 붉은 악마의 응원과 그 대표 장소였던 시청 앞 광장의 거대한 축구공 조형물은 애국심 어린 대한민국 국민의 상징으로 전세계에 알려졌고 앞으로 보다 많은 세계인이 기억할 명소로 가꾸어질 것이다.

우리나라에 ‘공공미술’ 이나 ‘환경조형물’ 이란 개념이 활성화되기 전에는 역사적 위인을 기념하는 동상이나 분수대 등이 거리 미술장식품의 전부였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에 즈음하여 대형건축물 건축비용의 1%를 미술장식으로 사용해야 하는 법규가 만들어진 후 조각, 설치, 회화, 사진 등 많은 작품들이 건물내외에 설치 진열되었다.

미술관 안의 전시로 국한되던 예술품이 공공장소를 장식하는, 이른바 환경예술로서 일반인들과 그 아름다움을 공유하게 되었던 것이다.

20세기 조각가중 처음으로 작품과 개방된 공간과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 작가는 프랑스 태생의 아리스티드 마이욜일 것이다.

마이욜은 고갱의 영향을 받아 강렬하고 매끄러운 느낌의 여인을 유화로 표현하기도 했으며 나무, 테라코타, 대리석, 청동 등 재료마다 다른 느낌의 여인을 조각으로 만들기도 했다.

그의 조각 작품은 초기 그리스 조각의 부동적이고 소박한 형태를 지향하면서 르네상스 문예부흥의 인간미를 연상하는 깊이와 단아함을 추구했다.

위의 ‘강’이라는 작품은 여인의 건강한 관능미가 느껴지는 신체의 굴곡과 하늘을 떠받치는 듯한 두 손의 방향에서 긴장감을 풍기며 동시에 외부세계와도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공공 장소에서의 예술작품은 단순히 미학적 평가만으로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 ‘예술은 현실을 반영한 거울’이라고 한 허버트 리드의 언급처럼 다소 엉뚱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이던 축구공 조형물이 월드컵의 상징이 되고 하나의 환경 조형물로 공간을 장식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사랑과 정열의 조화 속에서 그 가치를 더한 ‘축구공 조형물’처럼 밝고 온화한 양감을 가진 여인의 조각 예술은 건축과 자연의 조화 속에서 그 아름다움이 더욱 빛을 발하며 대중과 같이 호흡하고 있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07/2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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