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우리시대는 무엇을 향해 뛰고 있나

■ 21세기를 위한 인류 문화 탐구
안진태 지음
자연사랑 펴냄


영화 음반 TV 등 연예 부문에서 최근 한국이 이룩하고 있는 눈부신 성과는 궁극적으로 중국을 겨냥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판 문화제국주의’이라고 강릉대 안진태교수 (독어독문학)는 주장한다.

안 교수는 저서 ‘21세기를 위한 인류 문화 탐구’에서 최근 한국에서 불고 있는 이 같은 엄청난 문화적 열기의 얼개를 살펴보고 이를 구체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위해 최근의 언론 보도까지 증거 자료로 제시하는 등 실증적으로 접근했다.

책은 최근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른 생명 공학으로부터 출발한다. 인간 복제를 불가피한 현실로 간주하는 저자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 세계가 과연 행복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이어 생명 경시 풍조에 대해 논한다. 저자는 국내의 조폭 신드롬과 9ㆍ11 테러 등 날로 심화되는 폭력적 양상을 제어하기 위해 유년기의 환경부터 순화시켜야 한다고 제안한다.

책에 의하면 현재의 한국은 메리트크러시(실력 제일주의)가 지배하는 승자독식의 사회다. 그러나 소니사의 태엽을 돌려 에너지를 충전하는 라디오, 일본 히라타 시청의 ‘컴퓨터 없는 날’ 등은 이 시대가 인간의 냄새를 얼마나 갈구하는가의 실례다.

저자는 이를 위해 첨단 과학 기술과 선진 문화 예술을 통합하는 교육 정책과 국가 경영을 들고 있다. 그것은 동시에 현재 가장 고부가 가치의 브랜드인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길이다. 말미는 논란이 분분한 성의 혁명에 할애돼 있다.

살빼기와 꽃미남 붐에서 트랜스 젠더 문제 등 우리 시대는 금남과 금녀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대전환기라는 주장이다.

정부가 체육에 쏟는 정성만큼이라도 문화 예술에 투자했던가라는 저자의 우려는 여전히 유효하다. 환경과 교육까지 포함해 급변하고 있는 한국의 문화판도를 꿰뚫는 시각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긴요한 책이다.

장병욱 기자

입력시간 2002/07/29 14:43


장병욱 aj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