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나라당 김용환 의원 "자민련의 시대적 소명은 끝났다"

재·보선 이후 자민련의원 한나라당 입당 시사

“작금의 정계 개편이나 제3신당 움직임은 노무현 후보를 주변 세력으로 전락시켜 이회창 대세론을 더욱 공고히 할 뿐이다”

한나라당 김용환(70) 의원은 7월 24일 주간한국과의 인터뷰에서 “노무현은 그나마 이념적으로 DJ의 토대 위에서 있음 직한 후보”라며 “제3세력의 등장도 이회창 대세론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단언하며 이같이 말했다.

전 자민련 부총재이기도 한 김 의원은 “자민련이 제3당으로 존재했던 시대적 소명은 다했다”며 “자민련 옛 동료 의원들의 한나라당 입당을 개인적으로 원하고, 더러 권유도 했다. 이제 시대가 요구한다”고 말해 8ㆍ8 재보선 이후 자민련 의원들의 한나라당 입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가혁신위 위원장으로 당내 개헌론을 부각시켰던 김 의원은 “차기 정권에서 권력 구조 뿐 아니라 미래 남북 통일시대에 걸맞는 사회 변화까지 수렴한 광범위한 개헌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개인적으로는 내각제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국민의 정부’ 초기 경제팀 구성의 실세였음을 인정하면서도 “대기업 빅딜은 시장 원칙에 반하는 것이어서 반대했다”고 잘라 말했다.


JP와는 정치적으로 함께 할 수 없다

- 8ㆍ8재보선을 전망한다면.

“선거는 국민들의 판단과 기대에 따라 결정됩니다. 미리 결과를 전망하는 것은 주권자에 대한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6ㆍ13지방선거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듯 현정부의 부패와 국정운영 실패에 대한 비판이 고조돼 있습니다. 구시대를 극복하고 새 정치 문화를 만들기 위해 김대중 정권을 심판한다는 국민적 여망이 있습니다. 일부 견제 심리도 있겠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을 한나라당에 모아주리라 생각합니다.”

- 이회창 후보가 노무현 후보에 비해 ‘보수적, 귀족적’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한나라당은 합리적 진보와 건전 보수를 아우르는 스펙트럼을 갖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포괄적 실용주의 노선을 견지합니다. 이 후보를 보수적, 귀족적이라는 식의 계층적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일부 정치권의 선입견으로 용인될 수 없는 일입니다. 다만 이 후보가 걸어온 길이나 정책, 생각을 종합해 본다면 중도 우파적 성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후보는 깨끗하고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절도 있는 행동을 하는 분입니다.”

- DJP 공동 정부 출범의 산파역을 했다가 내각제 약속이 파기되자 탈당해 한국신당을 창당했는데 내각제 파기의 책임이 DJ와 JP중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 하십니까?

“두 분 모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내각제는 권력 구조와 관련된 대선 공약이었습니다. 그것을 파기한 것입니다. 1차적 책임은 그것을 처음부터 하지 않으려 했던 김대중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그에 못지않게 약속을 지키도록 노력하지 않은 김종필 당시 총리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정치적 약속은 단지 지켜 주기를 바라는 것만이 아니라, 상대방이 지키게끔 노력해야 합니다. JP가 충분한 노력을 했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입니다.”

- JP와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10여년간 정치를 같이 했다는 점에서 인간적으로 싫어하거나 배척하거나 하는 차원은 아닙니다. 단지 정치적으로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이회창 후보가 주간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으로 ‘집권 후 개헌 공론화’를 밝혔습니다. 그것은 당시 국가혁신위의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보이는데.

“국가혁신위는 5월 17일 대국민 발표회를 했습니다. 개헌 부분은 제가 직접 만든 것입니다. 개인적인 의견을 전했고, 이 후보가 수용해 주었습니다. 그 동안 대선이나 총선 전만 되면 정략적인 개헌 논의가 터져 나오곤 합니다.

이제 누가 집권을 하든 차기 정권에서 중립적인 기구를 통해 국민의 광범위한 의사를 모아 국가의 기본 골격인 헌법 구조를 매듭 지어야 합니다. 더 이상 소모적 국력 낭비는 안됩니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의 시차가 달라 선거에 너무 많은 국력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관심 갖는 권력 구조 뿐 아니라 미래 남북 통일 같은 우리 사회의 변화 과정도 염두에 두고 헌법 논쟁을 매듭 지어야 합니다. 헌법을 반드시 고치자는 것은 아닙니다.”


내각제 통한 권력분산과 책임정치 해야

- 개인적으로는 어떤 형태의 권력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생각 하십니까?

“현재로는 현행 헌법 내에서 내각과 총리 역할을 강화하는 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대선을 4개월여 남기고 헌법 논쟁에 정치권이 소모적으로 대치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장기적인 면에서는 내각제를 통해 권력 분산과 책임 정치를 했으면 하는 개인적 희망이 있습니다.

긴 안목에서 본다면 평화적 통일을 위한 권력 구조에는 분권적 개념이 포함되기 때문에 대통령제 보다는 내각제적 성격의 권력 구조를 채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차기 정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공약수를 찾으면 됩니다. ”

- 개헌에 적절한 시기는 언제라고 보십니까?

“1999년은 내각제를 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였습니다. 두 분(DJ와 JP) 지도자가 자신을 버리고 허심탄회하게 합의 했더라면 이뤄질 수 있었습니다. 국민들은 절대 권력을 갖는 대통령을 어떻게 믿음이 안가는 국회의원들의 손에 맡길 수 있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정치 의식이 변하면서 대통령 권한의 비대화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형성돼 가고 있습니다.”

- 김 의원께서는 외환위기 초기인 1997년 말 비상경제대책위원장을 맡아 ‘국민의 정부’ 초기 경제 운영의 틀을 짰는데.

“당시 제가 이끌던 비상경제대책위 아래에 기획단을 두었습니다. 단장이 이헌재 전 금감위원장이었습니다. 1974년에 재무부 장관으로 있으면서 1,2차 오일 쇼크 때 함께 했던 스태프들을 비상경제대책위로 불러 들였습니다. 그 때 사람들이 이헌재, 정인용씨 등 입니다. 오일쇼크 때 경제 붕괴를 막았던 경험 살려서 외환위기를 막는데 일조했습니다.”

- 국민의 정부가 2년여 만에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했는데.

“그 때 DJ 정부는 자만에 빠졌습니다. 우리 경제의 취약점인 구조조정을 마무리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단지 외환 사정이 한순간 좋아졌다는 이유로 ‘외환위기를 1년 반 만에 극복했다’고 과신 했습니다. 지금까지 계속되는 경제 어려움이 그 때 배태된 것입니다. 당시 국민들이 허리띠를 조여 맸을 때 과감히 구조조정을 해야 했는데 기회를 놓친 것입니다.”

- 국민의 정부 초기 대기업간의 ‘빅딜’을 주도 하지 않으셨습니까?

“빅딜은 시장 경제 원리에 따른 구조 조정과는 모순된 정책입니다. 저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빅딜은 내가 손을 뗀 후에 박태준 자민련 총재와 초기 김대중 내각이 한 것입니다. 시장 기능에 의해 도태돼야 하는 기업을 이리저리 붙여서 살려가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저는 빅딜을 반대한 사람입니다. 당시 경제 정책에서 손을 뗀 상태라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 국민의 정부에서 경제 관료로 입각하지 않은 이유는?

“1998년 초 김 대통령이 ‘정부에 들어가 같이 일을 하자’며 두 차례 재경부 장관을 맡아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사양했습니다. 대신 대통령에게 현 경제 위기의 성격상 1년 반 정도 대통령이 직접 경제 정책을 들여 다 보시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4반세기 전에 일했던 그 부서에 다시 가는 것도 적절치 않으니 대통령을 충실하게 보필할 수 있는 사람을 추천하겠다고 했습니다. 대신 저는 당에 남아 정치권에서 일하겠다고 했습니다.”


자민련의 시대적 소명은 끝났다

- 8ㆍ8 재보선 이후 자민련 의원 일부가 한나라당에 입당할 것으로 보이지 않으십니까?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 3당 정립이 됐던 것은 3김이 특정 지역을 배경으로 지역구도 정치를 하던 시절이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제 3김으로 대표되는 지역 정치, 구시대 정치 문화는 극복해야 됩니다. 그런 관점에서 양당 정치로 가야 합니다. 그래야 이념과 정책을 토대로 한 정당 정치가 이뤄집니다.

자민련이 제3당으로 존재했던 시대 소명은 이제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옛날이 같이 일했던 사람들에게 한나라당에 동참해서 함께 정치할 것을 바랬고, 권유도 더러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에 맡겨야 합니다. 지방선거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났듯 제가 나서 권유할 때는 지났습니다. 시대가 요구하고 있다고 봅니다.”

- 자민련 쪽에서도 한나라당 입당 의사를 보이고 있습니까?

“최근 들어서는 적극적으로 모색할 때가 지났다고 생각해 관심을 안 갖고 있습니다. 그 분들(자민련 의원) 중에 그런(한나라당 입당)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지요. 누가 봐도 자민련 역할에 한계에 왔다고 보여지지 않습니까?”

- 정몽준-박근혜-JP-이인제의 4자 연대 모색이 계속되고 있는데 제3 신당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지금의 시대 정신은 정권 교체입니다. 구시대의 3김 정치를 극복해야 합니다. 민주당이 아무리 DJ와의 차별화를 시도한다 하더라도 국민들은 DJ 정권의 연장을 바라지 않습니다. DJ의 토대 위에 아무리 사람과 이름을 바꾼다 해도 국민들의 판단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나마 노무현씨는 이념적으로 DJ 정권의 토대 위에서 있음 직한 후보였습니다. 소위 노풍이 가라 앉으면서 여러 대안이 논의 되는 것 같은 데 이런 모습을 보면서 ‘상대적으로 이회창 대세론이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낍니다.

작금의 정계 개편은 이회창 후보를 중심으로 한나라 당이 국민들의 대안 세력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그나마 대항 세력으로 존재했던 노무현 세력이 주변부로 전락하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회창 후보가 반드시 이긴다고 한나당 소속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죄송스럽지만 국민의 바람이 그렇고, 정치권의 움직임도 이런 대세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송영웅 기자

입력시간 2002/08/02 15:25


송영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