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안동 풍기인삼갈비

찜닭이나 헛제사밥, 간고등어 등 요즘 새삼스레 맛의 고장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안동.

기와집과 초가집이 오순도순 어울리고, 흙담과 골목길이 정겨운 옛마을 하회마을이나 퇴계선생의 깊은 뜻이 서린 도산서원, 우리나라 최고의 서원 건축물로 통하는 병산서원, 안동댐이나 안동민속촌, 박물관,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극락전이 있는 봉정사 등 볼거리가 많아 안동은 배움을 위한 여행지로 제격이다.

외지인들은 잘 모르지만 안동 사람들 가운데서는 명물로 통하는 이천동 석불상. 이 지방 사람들은 ‘제비원 미륵불’이라고 부른다. 안동∼영주를 잇는 국도 변에 자리잡고 있어서 눈여겨보면 지나는 차 안에서도 볼 수 있다.

거대한 자연석은 부처의 몸이 되고, 머리는 따로 만들어 얹어 놓은 형상이 독특하다. 고려 초기에 만들어 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상체에 그려진 투박한 옷자락 선만 보더라도 연대가 무척 오래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화강암으로 된 몸체의 높이는 10m에 이르며 너비 7m, 머리부분 높이 2.5m 정도로 거대한 규모다. 거구의 불상이라 자칫 위엄이 느낄 수도 있지만 자비로운 웃음을 머금은 얼굴 표정 덕분에 무척이나 친근하다.

길게 뻗은 눈썹과 지그시 감은 눈은 인자하고, 옅은 붉은 색으로 칠해진 입매는 부드럽기 그지없다. 잘 생긴 콧날에서는 강인함이, 길게 늘어진 귀에서는 불상 특유의 경건함이 배어 나온다. 전체적으로 여느 절 대웅전에 근엄하게 앉은 불상보다 더 친숙하며, 민간 신앙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은 토속적인 느낌도 있다. 미륵을 기다리는 서민들의 소박한 꿈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듯 하여 사뭇 경건해지기도 한다.

이천동 석불에서 차로 1분, 도보로 5분 정도의 거리에 독특한 갈비 맛을 선보이는 풍기인삼갈비집이있다. 돼지갈비를 재울 때 갖은 한약재와 풍기인삼을 넣는 것이 비법. 인삼과 한약재료 덕분에 육질이 연하면서도 쫄깃하다.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가 없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구울 때 냄새도 거의 없다. 인삼 잔뿌리와 기장을 넣어 지은 밥도 이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으로 입맛을 당긴다. 곁들여져 나오는 반찬도 하나같이 맛깔스럽다.

몸에 좋은 인삼, 대추, 은행, 잣, 표고버섯 등을 넣은 인삼갈비탕은 풍기인삼의 진한 맛과 갈비가 어우러져 기막힌 맛을 낸다. 뚝배기 안에 푸짐하게 담긴 갈비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진하게 우려낸 육수에 갈비와 한방재료, 마늘, 파 등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갈비탕 한 그릇 먹고 흘러내린 땀을 닦아내다 보면 넉넉하게 전해오는 포만감이 기분 좋다. 사시사철 즐길 수 있는 보양식으로 이 만한 것도 없을 것이다.

풍기인삼갈비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좋은 인삼이 생산되는 풍기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풍기에 문을 연 인삼갈비집에서 직접 요리비법을 전수 받아 안동에 갈비집을 차린 것. 주인이자 주방장인 조말선(52세)씨는 식당 일을 시작한 지는 올해로 3년째지만 그전부터 주변 사람들로부터 유난히 손 맛이 좋기로 칭찬이 자자했었다고 한다.

인삼은 기본적으로 열을 내는 식품이며 돼지고기는 냉식품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두 가지가 어우러진 인삼돼지갈비는 균형 잡힌 건강식품이며 가격도 저렴해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갈비를 구울 때 불쾌한 냄새가 없다는 것도 특징.

또 인삼갈비탕은 좋은 고기만을 골라 진하게 사골을 우려내고 인삼과 한약재를 넣어 보글보글 끓여 상에 올리는데 갈빗살의 부드러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조 사장의 인삼갈비와 갈비탕 자랑은 끝이 없다. 자랑할 만도 한 것이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들렀다가 한번 맛을 본 사람들은 대부분 다시 찾아온다는 사실. 포항이나 대구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고객도 있다고 한다.

안동으로 여행을 오거나 맛집을 찾아다니는 마니아들을 위해 홈페이지를 준비 중이란다. 환한 웃음과 넉넉한 인심으로 손님을 대하는 마음씨가 한 몫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 메뉴 : 인삼갈비탕 5,000원, 인삼돼지갈비 5,000원(200g), 소양념불고기 8,000원(200g), 인삼튀김 10,000원, 냉면 3,500원. ☎054-841-0789

* 찾아가는 길 :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IC로 나가 34번 국도를 타고 안동 시내로 간다. 안동 시내와 반대방향이 하회마을 가는 길. 안동에서 영주방면으로 5번 국도를 따라 간다. 시가지를 벗어나 주유소가 있는 고갯마루를 넘어 1분 거리에 풍산인삼갈비 간판이 보인다.

김숙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2/08/04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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