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물옥잠

물 위는 보랏빛 꽃방석 잔치

여름이 되니 아무래도 물이 가깝게 느껴진다. 수생식물, 즉 물에 사는 식물들에게 특별하게 관심이 가는 때도 바로 지금이다. 물론 물에 사는 다양한 수생식물들도 여름이 되어야 비로소 제대로 자리를 잡고 꽃을 피우며 다시 돌아온 자신들의 계절을 한껏 풍미한다.

수생식물에는 물가에 사는 식물, 물속에 사는 식물, 물위에 떠서 사는 식물 등 제 각각의 생태를 가지고 개성있는 모습으로 살아간다.

물옥잠은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돋보이는 식물 중 하나이다. 물옥잠? 부레옥잠이 아니구? 이 식물이름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는 이가 있을 듯 싶다. 하긴 초등학교 교과서이든, 식물을 파는 화원이든 부레옥잠은 만날 수 있어도 물옥잠을 접하기는 어려울 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레옥잠은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수초로 우리나라에 들여와 사는, 그러나 중부지방에서는 겨울조차 제 힘으로 날 수 없는 남의 꽃이고, 물옥잠은 같은 물에 사는 물풀이지만 이 땅에서 절로 자라는 아름다운 우리 꽃이라는 사실을 알면 조금은 부끄러워진다.

물옥잠은 우리나라 전국의 논 옆에 있는 물길 혹은 커다란 연못이나 늪 혹은 저수지의 수심이 낮은 곳에 자란다. 흔히 경남 창녕 우포나 합천 등의 못에서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남쪽 식물로 알고 있지만 철원 같은 중부지방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물에 떠서 크는 부레옥잠과는 달리 물 속에서 살지만 뿌리는 땅에 박고 식물체의 일부가 물에 잠기며 꽃과 잎은 물위로 올라와 자란다. 한해살이 풀이다.

잎은 하트형으로 아주 귀엽고 반짝거린다. 밑에 달리는 잎일수록 긴 잎자루를 달고 있으며 밑부분은 넓어져서 줄기를 감싼다. 물에 사는 식물인 만큼 줄기와 잎이 두터우며 그 속에는 스폰지같은 구멍이 많아 공기를 넣을 수 있다. 물에 잘 뜰 수 있게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꽃은 늦은 여름이나 가을의 초입에 줄기 끝에 달린다. 여러 개의 꽃이 원추형으로 달려 꽃차례의 길이가 한뼘 쯤 된다. 꽃은 아주 아름다운 남보라색이며 그 안에 노란 수술이 두드러져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그 유명한 부레옥잠은 물옥잠과에 속하며 브라질과 같은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우리나라에 부레옥잠이 처음 들어 온 것은 어항이나 실내 연못에 넣어 꽃을 보기 위해 심는 물풀이다.

하지만 요음 크게 관심을 모은 것은 '식물을 통한 수질정화능력' 때문이다. 물을 깨끗이 하는데 식물을 이용하는 방법이 시도되면서 부레옥잠이 아주 탁월한 효과를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생각하기에 따라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는데, 우선 부레옥잠이 오염물질을 식물체내에 모두 축적했을 경우, 겨울을 날 수 없는 상태로 죽으면 그대로 물에서 수중에서 부패하며 재오염을 일으킬 염려가 있으므로 그냥 심어 두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거두어 내는 등의 조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외래식물로 아마존 유역에서는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잡초의 하나이다. 자칫 우리나라의 따뜻한 곳에서 월동을 하여 퍼져나가 새로운 귀화식물이 생겨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꽃 물옥잠에 더 관심을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물옥잠을 처음 만난 것은 여러 해 전 우포 늪에 갔을 때였다.

늪 중간에, 아마 그곳은 주변보다 땅이 높아 물이 얕은 곳이었던 듯 한데 한 두 평쯤 되는 물옥잠의 군락이 꽃방석처럼 둥글게 모여 파란 하늘, 보랏빛 꽃잎, 초록빛 잎새, 일렁이는 물이 어우러진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내 머릿속에 박혀 두고두고 생각나는 장면의 하나가 되었다. 많은 이가 이러한 특별한 아름다움에 대한 체험을 공유할 수 있는 여름이었으면 싶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사

입력시간 2002/08/0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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