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즐겁다] 경남 남해도

쪽빛 바다에 솟은 남해의 보물섬

남해도는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큰 섬이다. 크기만 큰 것이 아니다. 볼 것이 무진장해 여름 휴가를 톡톡 털어 사나흘쯤 머물다 오고 싶은 곳이다.

남해도는 해안 드라이브의 백미를 간직한 곳이다. 해안 도로를 따라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는데 남해대교를 건너 8km 지점인 고현면 포상리에서 1024번 지방도를 따라 서면 - 남면 - 상주면 - 미조면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압권이다.

또 미조항에서 삼동면 물건리로 이어지는 3번 국도도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아름다운 코스다. 이 길을 따라 창선대교 건너 창선도 당항리 선착장에서 연락선(차도 실을 수 있다)을 타고 삼천포항으로 나올 수도 있다.

남면 해안 드라이브의 중심에 자리한 홍현리 가천마을은 산비탈에 계단식으로 들어서 풍경이 무척 예쁘다. 또 가천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만나게 되는 암수바위도 볼만하다.

가천 암수바위는 300여 년 전에 발견된 것으로 미륵불이라고도 불린다. 남성의 성기모양을 한 남근 바위는 높이가 6m나 되고 그 곁에는 아기를 잉태한 모양으로 배가 볼록한, 여성을 닮은 바위가 누워 있다. 가천마을 주민들은 험한 바닷길에서 어부들을 지켜 주는 고마운 바위라 하여 해마다 당제를 지낸다.

금산이란 이름 앞에는 항상 남해가 따라 붙는다. 그래서 '남해금산'이라 불린다. 남해도에서 제일 가는 경치를 자랑하는 금산은 상주해수욕장이 빤히 내려다보는 곳에 자리한다.

금산은 경치는 38경을 이룬다. 쌍굴, 용굴, 버선바위 등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어울려 천상화원을 이루고, 그 중심에 관음도량으로 이름난 보리암이 있다. 금산 정상에서 서면 상주해수욕장과 남해의 푸른 바다가 발 아래 펼쳐진다. 복곡 주차장에서 정상 문턱까지 차를 타고 가면 10분이면 정상에 설 수 있다. 상주해수욕장에서도 1시간이면 오를 수 있어 해수욕과 더불어 즐기기 좋다.

금산에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상주해수욕장은 남해도 뿐만 아니라 남해안에서 제일 가는 해수욕장이다. 햇살이 부서지는 고운 모래 해변이 2km에 달하고, 그 해변을 핥는 파도는 언제나 잔잔하기만 하다.

또한 바닷물을 따라 몇 백m를 가도 허리춤밖에 차지 않으니 해수욕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해변을 둘러싼 솔밭이 있고, 밤이면 가로등 불빛이 바다를 물들이는 산책로가 있다. 숙박시설과 식당도 충분하고, 야영장과 운동장, 음수대 등 편의시설도 여타의 해수욕장과는 비교할 수 없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다. 해수욕 시즌이 시작되면 밤마다 가설무대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진다.

남해도와 창선도의 경계가 되는 지족해협은 사라져 가는 원시어업인 죽방렴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죽방렴은 길이 10m 가량의 참나무 말뚝을 V자 모양으로 촘촘히 박아놓고, 그 가운데에 원통형의 대나무발을 만들어 놓는다.

물살을 따라 이동하는 물고기들은 말뚝을 피해 점점 좁아지는 말뚝 사이로 밀려들어가 원통형의 대나무발 안에 갇히게 된다. 지족해협에는 현재 23개의 죽방렴이 남아 있는데 창선대교 위에 올라서면 죽방렴의 구조가 훤히 보인다.


※ 길라잡이

대전-진주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남해도를 찾아가기가 한결 편해졌다. 경부고속도로와 대전-진주간 고속도로를 이용해 진주에서 남해고속도로를 탄다. 하동IC로 나와 19번 국도를 따라 10분쯤 가면 남해대교다. 5시간 가량 걸린다.


※ 먹을거리

미조항의 멸치회와 함께 남해도의 특별한 먹거리로 손꼽는 전복은 남면 홍현리와 평산리에서 난다. 해녀들이 직접 물질을 해서 따온 자연산 전복으로 요리를 하는데 평산나루터에 있는 사계절횟집(055-862-9193)의 전복죽이 유명하다.

전복죽은 물에 불린 전복을 얇게 저며 물을 붓고 한소끔 끓인 다음 불을 줄여 전복 맛이 충분히 우러나도록 곤다. 맛이 우러나면 물에 불린 쌀과 소고기를 넣고 간장과 참기름 꿀로 맛을 낸 뒤 후추와 잣을 넣으면 된다.

이 집의 전복죽은 내장까지 함께 끓여 연둣빛이 도는 것이 특징이다. 전복죽과 더불어 싱싱한 해삼의 창자로 담그는 해삼창도 별미다. 전복죽 한 그릇에 1만원, 자연산 회는 3만원에서 5만원 한다.


※ 숙박

상주해수욕장에는 대단위 민박촌이 있다. 죽방렴이 있는 창선대교에도 비치장여관(055-867-0818)을 비롯해 잠잘 곳이 두어 곳 있다. 자가운전으로 갈 요량이면 상주해수욕장이나 물건리 숲, 금산자연휴양림에서 야영을 하는 것도 좋다.

김우진 여행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08/04 15:27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