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남북화해의 진정한 수혜자는 구인가.

정세현 통일부 장관은 8월4일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 장관급 회담 실무대표 접촉을 끝내고 설봉호로 되돌아오면서 상기된 표정으로 “북측이 9월 부산 아시안게임에 200여명의 선수단을 보내기로 했다”며 “이는 북한식으로 말하면 ‘사변’”이라고 흥분했다.

말 그대로 ‘사변’은 8월 남북장관급 회담(12~14일ㆍ서울)을 시작으로 8ㆍ15 민족통일대회, 9월 남북축구대표팀 친선경기(8일), 추석 이산가족상봉, 부산아시안게임 남북 공동참가, 남북 경제협력회의, 북한 경제시찰단 방문, 군사당국자회의 등으로 숨가쁘게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낭보를 접한 정치권의 반응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향후 대선구도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사변’의 수혜자는 과연 누가될 것인가를 놓고 저마다 계산기를 두드리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월 중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직접 면담하고 남북축구대회 성사합의를 이룬 박근혜 한국미래연합대표와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이끈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은 9월8일 서울 상암구장에서 스폿라이트를 받고 떠오르는 차세대 정치 리더로 부각될 것이다.

정몽준 회장은 9월 중순 대선출마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암호명 ‘도라산 프로젝트’라는 신북풍의 의혹을 받으며 방북 추진설이 끊이지 않는 한화갑 민주당 대표도 ‘10월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각본 없는 시나리오를 연출하는 밀사의 역할을 맡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대선정국으로 가는 길목 끝에서 ‘DJ의 꿈★은 이뤄진다’는 극적인 반전의 효과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이에 비해 아들의 병역비리 구설수에 또 다시 휘말리고 있는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좁아질 수도 있다.

그러면 최대 수혜자는 누가 될까. 김대중 대통령도, 정몽준 의원도 아닐 것 같다. 북한의 김 위원장이 아닐까. 남한의 정치상황이 어떻든 햇볕게임으로 잃을 것이 없이 오로지 얻기만 하는 ‘꽃놀이 패’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에게 ‘사변’은 경제ㆍ정치역학적으로 꿩 먹고 알까지 챙길 수 있는 호기인 셈이다. 또 대외적으로 국제사회에 한일 월드컵 이상으로 스스로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김 위원장은 누구보다 월드컵 효과를 잘 파악하고 있는 듯 싶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2002/08/09 11:13


장학만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