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뉴 이어스 데이, 러브 앤 바스켓볼

성장의 어려움을 그린 영국과 미국 영화 두 편

영국에서 활동하는 인도계 감독 수리 크리쉬나마는 국내에 비디오로만 출시된 1996년 작 <남자의 비밀 A Man 0f No Importance>로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평생 숨기고 살아온 장년의 버스 운전 기사의 슬픔을 재치있게 그린 수작이다.

2000년 작인 <뉴 이어스 데이 New Year's Day>(15세, 메트로)는 <남자의 비밀>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주인공의 나이가 초로의 아저씨에서 두 명의 고등학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비디오 카메라로 찍은 흔들리는 영상과 강한 비트의 젊은 음악이 테크노 바에 온 느낌이 들 정도다. 이런 포장은 영화에 미치는 음악의 영향력을 평가한다는 벨기에의 플란더즈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뉴 이어스 데이> 역시 두 청소년의 내면을 따라가는 여행이므로, 가슴 찡한 여운을 남기는 점에 있어서는 <남자의 비밀>과 같은 맥락에 놓인다.

영국 남쪽의 작은 해안 마을. 토머스 랭글리 하이 스쿨에 다니는 제이크(앤드류 리 팟스)와 스티븐(바비 베리)은 하늘과 땅 차이인 가정 환경에도 불구하고 둘도 없는 단짝 친구다. 제이크는 신경이 불안정한 어머니와 어린 두 동생과 함께 국가 보조로 살고 있다.

반면 잭은 시의원인 아버지와 아름다운 어머니(재클린 비셋)의 외동 아들로 남부러울 것 없이 산다.

생물학적 부모에게 반항하는 두 말썽꾸러기의 학창시절은 눈 사태로 교사와 친구 10명을 잃고 단 둘이 살아남으로써 나락에 빠진다. 제이크와 잭은 방화, 동물 죽이기, 마약 복용, 수술, 경찰 때리기 등의 12가지를 실행한 후 새해 첫날 절벽에서 뛰어내려 친구들의 뒤를 따르기로 맹세한다.

정신 상담 교사 베로니카(마리안느 장 밥티스트)는 이들을 이해하기위해 무던히 애를 쓰는데.

지나 프린스와 바이더 우드가 공동 감독한 2000년 작 <러브 앤 바스켓볼 Love and Basketball>(15세, 메트로)은 밝지만 진지한 스포츠 청춘 영화다. 스포츠와 청춘의 성장을 접목한 영화가 적지 않지만 <러브->처럼 현실적이고 진솔한 영화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제작자가 미국 흑인 독립 영화계의 대부 스파이크 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수긍이 간다. 길거리 농구가 생활이 되다시피 한, 그리고 흑인이 출세하는데 좋은 디딤돌이 되는 농구에 자신의 미래를 건 두 청소년의 성장기는, 직업과 사랑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이루고 싶은 세상 모든 남녀의 심정을 대변한다.

초등학생인 1981년부터 프로 농구단에서 뛰며 결혼을 생각하게 된 현재까지를 4개 장으로 나누어 그리는 <러브->에는 유명 농구 스타, 해설가, 코치들이 직접 출연해 사실성을 높여준다.

유명 농구 스타를 아버지로 둔 퀸시는 농구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고 싶지 않은 초등학생이다. 헌데 옆집에 새로 이사 온 모니카가 "최초의 여자 NBA 선수가 될거야"라며 놀라운 농구 실력을 보인다. 고등학생이 된 퀸시(오마 옙스)와 모니카(사나 라단)는 여전히 티격태격하다 각기 다른 파트너와 졸업 파티에 참석한다.

그러다 캘리포니아 대학 선수로 합격한 사실을 서로에게 알리며, 둘은 비로소 진지하게 서로를 응시하며 사랑을 나눈다. 아버지의 외도로 상처입은 퀸시가 학업을 중단하고 프로로 전향하면서, 둘의 사랑은 깨어지는데…

옥선희 비디오 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08/0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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