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인터뷰/ 돈 오버도퍼 미 존스홉킨스 대 교수

"김정일이 세계를 놀라게 할 것"

"워싱턴은 2002 한일월드컵 대회가 한창이던 6월 25일 뉴욕의 주 유엔 북한대표부에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가 7월 10일 특사로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전달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4일 후 서해교전이 발발했고 북ㆍ미 대화 실행자체가 무기한 연기되는 상황을 맞았다."

서해교전 이후 교착상태에 빠졌던 북한과 미국의 대화 재개가 초읽기에 돌입했다.

켈리 국무부 차관보가 이르면 8월중 평양을 방문할 계획으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발언 이후 경색됐던 북한과 미국간의 관계가 급물살을 타며 해빙기를 눈 앞에 두고 있다는 성급한 관측마저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은 연말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대화의 채널을 유지하겠지만 이렇다 할만한 대화의 진전을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돈 오버도퍼 존스 홉킨스대 국제관계연구소(SAIS) 교수(71ㆍ전 워싱턴 포스트 국제문제 전문기자)는 8월 1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가진 주간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월드컵 대회기간 중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과 미국간에 무르익어가던 대화 재개 준비 상황을 설명하면서 최근 한반도에 불고 있는 남북간의 순풍에 대해 자신의 시각을 밝혔다.

자료 수집차 내한한 오버도퍼 교수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국제사회에 큰 놀라움(big surprise)을 주는 것을 즐긴다"며 "앞으로 한반도에서 언제 어떤 일이 다시 일어나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지 모르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두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대북특사 파견, 서해교전으로 무산

- 콜린 파월 미국 국무부 장관이 7월 31일 부르나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백남순 북한 외무상을 만난 이후 북ㆍ미 대화가 급 물살을 타고 있는데.

"파월과 백남순의 회동은 북ㆍ미 대화 재개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그러나 회동 자체는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 미국은 특사를 언제쯤 평양에 보낼 것으로 보는가.

"정확히 언제가 될 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7월 10일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를 평양에 특사로 파견할 것을 계획했었다. 그러나 1주일 여를 앞두고 서해교전이 발발했고 워싱턴은 양측의 대화가 완전 결렬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감이 높았다. 켈리 차관보는 북한 방문을 위해 싸고 있던 짐을 다시 풀어야 했다.

따라서 이번 미국의 평양특사 파견은 내부적으로 의견수렴 절차상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 8월 의회가 휴가철인 점이 다소 유동적인 변수일 수 있다."

- 북ㆍ미 대화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다뤄질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미국이 북한에 제기할 문제는 핵사찰, 재래식 무기, 대량 살상무기, 인권문제 같은 이슈가 될 것이다. 미국은 시간을 두고 이들 이슈를 하나씩 꺼내놓을 것이다. 그러나 북ㆍ미 대화가 이뤄져도 향후 5,6개월 사이엔 이렇다 할 만한 진전을 기대하기란 어렵다고 본다.

워싱턴과 평양 모두 올 연말 한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가 나오기까지 관망하는 태도를 보일 것이다. 따라서 북ㆍ미 관계는 한국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대화 채널을 유지하겠지만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는 시점은 내년 5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권 바뀌어도 남북관계 유지될 것

- 남한에 정권이 바뀐다면 대북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는가.

"새로운 정권이 들어선다고 해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정권이 들어선 다 해도 남북간의 관계개선을 위해선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 정권도 어떤 방식으로 든 북한과의 대화를 계속해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햇볕정책'이란 이름은 아닐 것이다. 처음엔 북한에 대한 접근방식이 지금과는 다소 다른 전술의 차이를 보일 수 있어도 결국 대세의 흐름은 '햇볕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 북ㆍ미 대화에서 가장 시급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는.

"우선적으로 대량살상무기 비확산 문제와 핵사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94년 체결된 제네바 합의문에 따르면 북한은 경수로 핵심부품이 반입되기 전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키로 했다. 지금 같은 공사진척도라면 핵심부품은 2005년께 반입되는 합의문 규정상 북한은 그 이전에 사찰을 끝내야 한다.

그런데 IAEA 사찰이 3,4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북한은 사찰을 이미 시작했거나 적어도 1년 내 사찰을 개시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북한과의 협의가 우선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본다."

-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우선적으로 얻어내려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 등 많은 것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아마도 바라는 것은 바로 북한 현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정을 요구할 것이다.

최근 도널드 럼스펠드 미국 국방부 장관이 북한에 대해 '정권교체를 시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의 입장을 밝혀 한반도 정세 전반이 대화국면으로 반전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북한 속셈 뭔지 지켜봐야

- 북한이 부분적이지만 시장가격 제도를 도입하는 등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데. "어떠한 속단도 금물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을 갖고 북한의 속셈이 좀더 분명히 드러날 때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북한의 변화를 속단하기엔 아직 시기상조다. 북한이 외자유치를 하겠다는 속셈으로 대화가능성을 열어두는 척 하며 국제사회의 시야를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을 고립시켜서는 안 된다고 본다. 대화 가능성은 항상 열어 둬야 하기 때문이다."

- 미군 장갑차의 여중생 참사 사고와 덕수궁 부지에 대사관 아파트 건립문제가 한국에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데

"7월31일 밤 아내 로라(71)와 함께 시내를 걷다 덕수궁 앞에서 항의 데모를 벌이는 현장을 목격했다. 참으로 안타까웠다. 여중생들의 참사는 불행한 사고였고 이에 대해 미군은 사건발생 초기부터 즉각 사건진상을 규명하고 투명ㆍ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했어야 한다. 괜히 머뭇거리는 행동자체가 문제를 확대시켰다고 본다."

- 국내에서 최근 저서 '두개의 한국(The two Koreas)' 한국어판이 출간됐는데.

"40년 가까운 기자생활을 마감한 1993년부터 4년간 다시 나는 기자 겸 역사가로서 한국전 이후 50년간의 한반도 근대사를 정확하게 취재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국, 북한 ,미국 등에서 450여명의 인터뷰를 통해 이 책의 초판을 출간했다.

그리고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2000년 말 추가로 이 부분에 대해 집필함으로써 '두개의 한국'을 재출간했다. 이 책이 나온 후 많은 사람들은 한반도에서 전개될 다음 상황단계에 대해 자주 물어왔다. 이를 예측하기란 어렵다.

특히 북한이 내리는 새로운 결정에 따라 남한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은 특히 그렇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하다고 본다. 앞으로 한반도에서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나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지 모르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두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것이다."


<약력>

·1930년 미국 애틀란타주 조지아 출생 ·프린스턴대 국제정치학과 졸 ·육군 포병장교로 한국전 참전(1953)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신문인 셰롯 업서버지 기자로 입사(1955) ·워싱턴 포스트 기자 (백악관ㆍ월남전 종군기자ㆍ도쿄 특파원ㆍ외교전문기자 역임 1968~93) ·프린스턴대 우드로 윌슨상 수상ㆍ'노근리 학살사건'에 대한 미 국방부 자문위원 역임 ·현 존스 홉킨스 SAIS 교수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2002/08/09 16:32


장학만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