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시들시들' 금강산 사업, 햇볕들까?

남북대화 재개 등 화해 무드, 특구지정 문제등 사업활성화에 기대

제7차 남북 장관급 회담 개최를 위한 남북한 실무대표 접촉이 금강산 여관에서 잇따라 열린 8월4일. 이곳에서 승용차로 10분(약 9km거리)정도 떨어진 금강산 해수욕장에는 500여명의 남측 관광객들이 8월의 태양을 만끽하며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금강산 관광을 시작한 지 3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7월 10일 북측의 군사 항구인 고성항에 해수욕장을 열었던 현대아산은 서해 교전 이후 경색된 분위기가 풀리자 금강산 관광 사업의 활성화와 금강산 관광 특구 지정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고조되고 있다.

남북 장관급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우선적으로 4월 남북이 협의한 금강산 육로관광 및 동해안 북부철도개설, 개성공단 건설, 경의선 철도연결 등 경제협력사업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기지개 켜는 금강산 관광사업

2000년 6월29일 소떼를 몰고 북한을 방문한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금강산을 포함, 해금강 남단에서부터 통천까지 약 50km에 달하는 동해안 지역을 관광ㆍ무역ㆍ금융ㆍ문화ㆍ예술을 망라한 특별경제지구로 개발키로 합의했다.

2년이 지난 6월 29일 연평도 인근 해역에서 남북한은 교전을 벌였으나 현대의 금강산 관광선은 아랑곳없이 남북 바닷길을 정상적으로 오갔다.

현대아산은 지난해 6월 한국관광공사의 사업참여로 금강산관광 활성화의 기반을 마련한 이래 올 4월 정부의 금강산 관광경비 보조로 관광객들이 다시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다. 금강산 관광객은 3월 3,000명, 4월 4,800명, 5월 6,500명, 6월 7,600명, 7월에는 1만 여명이 넘었고, 8,9,10월은 이미 관광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관광객 증가에 따라 현대아산은 6월부터 금강산 쾌속선인 현대 설봉호를 월 10회에서 20회로 증편 운항하고 2박ㆍ3박 관광 상품 외에 3박4일 일정을 추가 운영하고 있다. 현대는 이에 힘입어 기존 숙박 시설인 호텔 해금강과 설봉호 외에도 직원숙소 단지를 개보수한 ‘금강산 빌리지’를 최근 오픈하는 등 수익개선에 나서고 있다.

또 해수욕장과 청소년 야영장이 개장되면서 남측 민간기업의 금강산 투자도 비록 소규모지만 차츰 살아나고 있다.

수상레포츠 전문업체인 ‘챌린지 코리아’는 금강산 해수욕장에 모터보트, 바나나보트, 윈드서핑 등의 대여사업을, ‘레포츠 라인’은 자전거, 인 라인 스케이트, 퀵 보드 대여사업, ‘창희식품’은 이동식 스낵코너 등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측은 이번 남북간의 화해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 남측 통일전망대에서 금강산 해금강 남단까지 13.7km에 이르는 육로공사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육로관광이 가시화되는 등 금강산 지역이 관광특구로 지정 받을 수만 있다면 그 동안 만성적자로 애물단지로 여겨지던 금강산 관광이 햇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윤수 현대아산 영업이사는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민간차원에서 남북경제협력사업을 활성화 시켜 나가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그러나 남북 당국간 회담이 성공적인 결실을 맺고 육로관광 허용과 동해 북부선 철도ㆍ도로건설, 관광 경제특구 등이 실현될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조명 받는 경제특구 개성공단 건설

북한 개성공단 건설사업계획도 최근 재조명되고 있다.

개성공단 건설사업은 현대아산과 한국토지공사가 공동으로 북한측과 추진해 온 사업이다.개성공단사업은 북한의 경제개방을 촉진시킬 수 있는 시장경제로의 열린 창(窓) 역할을 할 경제특구지역으로 남한의 자본과 기술력,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돼 왔다.

현대아산측은 이미 2000년 12월 경제특구와 관련된 법안을 만들어 북측에 이를 전달했고 지난해 초 북측과 만나 이에 대한 토론까지 마친 상태다.

당시 북측과의 토론에 직접 참여했던 현대아산의 한 관계자는 “북측은 경제특구안에 대해 충분한 기간 검토를 통해 이미 경제특구법을 내부적으로 만들어놓았을 것”이라며 “다만 이에 대한 발표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아산은 개성공단을 건설한 뒤 국내외 기업을 적극 유치해 생산 및 수출기지로 만든다는 장기적인 구상을 세워놓고 있다. 이곳을 관통하는 경의선 철도연결은 북한 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유럽에 이르는 대륙철도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사업성에서 매력적이다.

그러나 북한 군부가 개방정책에 반발, 경의선 연결에 반대할 가능성이 많아 당장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도 만만찮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그 동안 ‘선(先) 금강산관광특구, 후(後) 개성공단 경제특구’라는 논리를 꾸준히 펼쳐왔고 금강산에 대한 관광사업이 어느 괘도에 도달하기까지 개성공단 경제특구에 대해 선급하게 발을 담그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사업 새로운 틀 짜야

그 동안 현대가 주축이 돼 이끌어온 민간차원에서의 대북사업을 전면적으로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우선적으로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인 정몽헌 회장의 전면적인 경영일선 복귀가 쉽지않을 뿐 아니라 내년 초 들어설 새로운 정부에 의해 대북 경협사업이 논의될 경우, 현대가 일방적으로 이끌어온 민간 대북사업은 일관성과 자금 동원력 등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대북사업에 대한 성과는 높이 평가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새로운 정권과 손잡고 이뤄지는 물밑거래가 아닌 보다 투명하고 일관된 민간 대북사업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금강산관광사업 3년8개월

1998년 11월 18일 세계의 관심과 이목을 집중 시킨 금강산 관광사업을 통해 지난 3년 8개월 동안 금강산을 다녀간 국내외 관광객은 약 46만 명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남북의 긴장과 갈등을 넘어 남북화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분단 50년 만에 민간차원의 남북경제협력을 활성화시켰다는 점에서 경제 외적인 무형의 가치를 지닌 민족적 사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하지만 사업초기 관광선 4척을 운영하며 연간 50만 명의 관광객을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국내외 여러 가지 요인으로 북측과 합의한 다양한 금강산 관광사업 활성화 방안이 제때 이루어지지 못해 현대아산은 재정적 여러움을 겪고 있다.

현대의 금강산 관광사업 참여이후 북측에 도로, 항만, 숙박시설 등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기위해 투자한 금액은 약1조원. 지금까지 금강산 관광사업의 누적적자만 약 7,5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현대아산이 금강산관광사업을 유지해 오는 것은 2001년 6월 북측과 합의한 관광경제특구 및 육로관광이 실현될 경우의 사업수익성과 개성공단, 영농, 수산물, 물류, 통신, 체육교류문화 등 남북경협사업의 장기적인 경제적 파급효과 때문이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사업을 통해 그 동안 남북간 쌓아온 신뢰와 남북 상시 대화채널을 가진 장점을 갖고 있다.

장학만 기자

입력시간 2002/08/09 16:36


장학만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