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대표' 신당 뜨나?

헤쳐모여 앞둔 민주당, 물밑 세불리기로 권력 투쟁 양상

“신당 대표는 정몽준 의원이 맡고 8월 말 발기인대회를 거쳐 9월 중순 창당한다. 민주당 의원 111명 중 80여명 참여한다.”최근 정가를 떠돌고 있는 신당 시나리오들 중 가장 그럴듯한 내용이다.

이 신당에는 자민련 일부와 민국당이 가세하고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와 이수성 이홍구 전 총리도 참여한다는 것이다. 한화갑 대표도 ‘포스트 DJ시대’를 의식, 김상현 김원기씨 등 호남에 근거를 둔 중진들을 제치고 호남 맹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신당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에 잔류하는 30여명의 의원들도 ‘노무현당’에 남지만 11월께 신당에 합류한다는 내용이다.


친노ㆍ반노 기준으로 패 갈려

8ㆍ8 재보선 이후 민주당의 ‘환골탈태’를 목표로 이 같은 신당설들이 가시화 함으로써 민주당 각 세력은 크게 노무현 대통령 후보에 대한 호ㆍ불호를 기준으로 치열한 물밑 정지작업에 들어갔다. 이들 세력은 신당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 외에는 신당의 성격, 창당 방법과 일정 등 모든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새판짜기’를 놓고 권력투쟁 양상까지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반 노무현 세력들이 이인제 고문을 중심으로 세불리기에 들어가고 있어 노무현 후보쪽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듯한 분위기이다.

물론 노무현 후보 진영 내부에서도 8ㆍ8 재보선후 신당론이 확산되고 있다. 적어도 민주당이란 간판은 내려야 한다는 것이 일치된 의견이다.

하지만 노 후보의 후보사퇴는 별개 문제라는 입장이 확고하다. 후보직을 유지한 상태에서 신당 논의에 참여하고 신당의 성격과 방향이 구체적으로 잡히면, 신당 참여 여부를 결정하고 이후 후보직을 내놓고 대등한 자격으로 다른 경쟁자와 함께 후보 경선에 뛰어든다는 복안이다.

일각에선 정몽준 의원을 염두에 두고 ‘공동선대위원장’ 방안과 함께 ‘대통령-책임총리’라는 러닝메이트 방식을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보 경선에서 2위를 한 후보에게 선대위원장 또는 책임 총리직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재보선 이후 8월말이나 9월초까지 대선 선대위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신당의 방향과 내용이 그때까지는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야 한다는 시한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또 신당의 성격과 관련, ‘3김식’ 구태 정치를 청산하고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있는 정당이어야 하며, 이념적으로 다른 세력의 참여도 거부하지는 않으나 주도권은 민주개혁세력이 쥐어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일부 보수적인 구 정치인들을 영입하는 정도의 ‘외연확대’로는 신당 효과가 없다는 인식이다. 신당 성격에 따라선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분당도 각오하는 셈이다. 친노 성향의 재야출신 및 개혁파 의원들이 중심이 된 ‘민주개혁연대’가 8월 중순께 창립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어 재보선후 신당 논의과정에서 노 후보에 대한 지원 세력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김근태 상임고문은 “권력형 부정부패와 분열적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데 동의하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민주개혁세력이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인제 “민주당 해체” 신당에 적극적

반면 반노세력의 중심인 이인제 의원은 8월2일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은 해산하는 것이 좋다”며 “마음을 비우고 크게 집을 지어야 하는데, 집 지을 때는 먼저 다이너마이트로 평지를 만들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 의원은 특히 신당의 대통령 후보 문제와 관련, “특정인을 염두에 둬선 안되며 크게 집을 지은 뒤 민심에 따라 늦어도 10월 말까지 후보를 정하면 된다”면서 “후보에 대한 검증 시간은 길지 않은 것이 좋다”고 후보교체를 기정사실화 했다.

그는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를 반대하는 세력이 60%는 된다며 가능한 모든 세력과의 연대를 통해 ‘반창(反昌)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최근 당내외 인사들과 접촉을 크게 늘리면서 8ㆍ8 재보선후 신당 창당을 위한 행보를 빨리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정몽준 의원이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는 대로 만날 계획이며, 그간 관계가 뜸했던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와의 관계개선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기존 후보는 후보직을 계속 유지하거나 그만 두거나의 두 가지 선택이 있을 뿐”이라고 말해 신당 후보경선에서 노 후보 배제 입장을 강력 시사했다.

박상천 정균환 최고위원 등도 노 후보 배제까지는 언급하지 않고 있으나 신당 창당에는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있다. 박상천 최고위원은 정몽준 의원 및 이한동 전 총리를 만나 ‘영입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고, 정균환 위원도 이미 두 사람을 비롯해 상당수 외부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


한화갑 대표 방향타에 관심 집중

친노와 반노 사이의 신당 힘겨루기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것으로 간주되는 한화갑 대표는 신당 창당 추진 의사는 분명히 했으나 자신의 선택방향에 대해선 이리저리 해석여지를 남겨두는 언행을 보이고 있다.

한 대표가 당내 모든 세력을 아우를 수 있는 방안으로 ‘백지 신당론’을 내놓음으로써 신당에서도 중심역할을 지향하는 의중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웬만해선 친노와 반노의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이른바 ‘노풍’(盧風)의 진원지가 호남이라는 것과 노 후보가 개혁적 컬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하고 있고 합리적 개혁론자를 자처하는 한 대표로선 결국 선택의 폭이 제한돼 있다는 분석이다.

한 대표의 한 측근은 8월 1일 노 후보와 한 대표의 회동 후 공동발표문에서 ‘당의 단결과 재건을 위해 계속 협력키로 했다’고 한 부분을 수사로만 치부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일부에서는 김상현 전 의원이 여의도 입성하면 김 전 의원과 노 후보간 관계도 한 대표 선택의 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송영웅 기자

입력시간 2002/08/09 17:01


송영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