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짜릿한 걸' 여대생 알바가 점령

여름방학 아르바이트로 룸살롱 등 밤업소 대거 진출

방학을 맞은 여대생들이 밤거리를 헤매고 있다. 아르바이트 거리를 찾아 단란주점이나 룸살롱, 심지어 퇴폐이발소 등을 전전하고 있으며 일부는 에로배우나 인터넷자키(IJ), 누드모델 등으로 진출했다.

이중 상당수는 낭비벽을 억제하지 못하고 흥청대다 생긴 막대한 빛을 탕감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고수익인 이른바 ‘황색 알바’까지 불사하게 됐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한 여대생의 경우 포르노영화에 출연했다가 검찰에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황색 공화국’에 펼쳐지는 여대생들의 아르바이트 요지경 풍속은 기성세대의 퇴폐적인 향락문화와 젊은 세대의 무모한 소비문화가 빚어낸 시대의 아픔인 셈이다.


퇴폐적 향락문화의 최일선에

7월 30일 서울 압구정 로데오거리 일대. 이곳 바에는 요즘 특이한 문화가 생겼다. 평균 신장 170cm의 ‘쭉쭉 빵빵’ 미녀들이 곁에서 말동무가 돼주는 것이다. 알고 보면 이 미녀들은 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대생들이다.

업소에 따르면 이들은 저녁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일을 한다. 테이블 손님들에게 다정한 말동무가 돼주는 게 대부분이지만 간단한 범위 내에서 술시중도 든다. 이렇게 하고 받은 돈은 시간당 7,000원. 웬만한 업종에 비해 2배 이상 더 받는 셈이다.

H대에 다닌다는 김모(22)양은 “한 달 뼈빠지게 일하고 푼돈 받는 친구들을 보면 이해가 안 간다”며 “일부 손님들이 술먹고 추근대긴 하지만 지금 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양의 경우는 애교로 봐줄 수도 있다. 목돈을 노리는 여대생들이 단란주점이나 룸살롱 등에서 대거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유흥정보 웹진인 나가요닷컴의 따르면 여대생들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은 서울 강남역 일대와 논현동 D호텔 단란주점 등이다. 웹진 운영자인 목모(46)씨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예약을 하지 않거나 늦으면 자리를 잡을 수 없다고 한다.


학생증 목에 걸고 룸에 들어오는 업소

삼성동 G룸살롱의 최모(31) 실장은 “여대생들이 유흥업소에 일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강남의 일부 룸살롱은 아예 학생증을 목에 걸고 룸에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다른 가게보다 ‘품질 좋은’ 아이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일종의 신고식인 셈이다.

이렇게 해서 이들이 버는 한달 수입은 평균 150만원 선. 이 정도만 해도 웬만한 직장 여성 월급을 상회한다. 2차까지 나갈 경우 수입은 두 배로 가파르게 상승한다.

눈에 띄는 점은 최근 들어 일을 자청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역삼동 F단란주점의 한 마담에 따르면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마담이 직접 신촌이나 강남 등 소위 ‘물좋은 곳’을 돌아다니며 아가씨들을 물색했다. 그러나 요즘은 가만히 앉아있어도 일을 하겠다고 찾아온다. 2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차만 뛰어라. 2차까지 안가도 좋다”며 통사정을 하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알아서 “2차에 나가겠다”고 제의해 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여대생들의 낭비벽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다. 흥청망청 쓰다 보니 빛이 눈덩이처럼 불어 유흥업소에 나오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일부 여대생의 경우 퇴폐 이발소 등으로 흘러 들어가기도 해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서울 장안평역 인근 속칭 ‘이발소 거리’의 주변은 퇴폐 이발소가 하나의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장안평역 입구서 먹자골목에 이르는 대로는 화려하게 수놓은 이발소 간판으로 눈을 뗄 수가 없다.

이곳에서도 대학생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여종업원에 따르면 얼마전까지만 해도 여대생이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나 얼마 버티지 못하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발소는 윤락녀 중에서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이 종착역으로 찾는 곳이기 때문이다.

강남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퇴폐 이발소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여대생들을 접할 때가 있다”며 “그럴 때마다 딸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낭비벽이 원인, 방학 아르바이트로 빛 청산

누드모델이나 인터넷자키(IJ) 등에 진출하는 여대생도 늘고 있다. 인터넷 성인방송 바나나TV 금민석 PD에 따르면 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틀 하려는 여대생들이 늘고 있다. 방학을 이용해 3개월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면 수입이 짭짤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3개월 정도 일하고 받는 금액은 보통 600∼800만원 정도. 웬만한 직장인 3, 4달치 월급과 맞먹기 때문에 방학 때만 되면 여대생이 끊이지 않는다. 요즘 들어 시장이 줄어 수효가 많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IJ일은 여대생들의 최대 부업거리다.

누드 모델도 단기간 일하기엔 꽤 짭짤한 편이다. 사진작가 김가중씨는 “방학 기간 동안 여러 학생들과 일을 같이 했다”며 “지금도 여러 명의 여대생이 현직에서 활약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얼마를 받는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이렇듯 방학을 맞은 여대생들의 아르바이트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물론 이중에는 생계를 꾸리기 위해 마지못해 유흥업에 종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는 유흥비를 조달하고 카드빛을 감기 위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최근 포르노 영화에 출연했다가 검찰에 덜미를 잡힌 오모(21)양이 대표적인 예다. 오양의 경우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명문대 출신이다. 그런 그녀가 보기에도 민망스러운 음란 비디오에 출연한 이유는 단돈 200만원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명구(35) 성문화평론가는 “여대생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욕심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훼손시키고 있다”며 “물질 만능 시대라고는 하지만 지킬 것은 지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석 르포라이터

입력시간 2002/08/0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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