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균 개그펀치] 연예계 뒷 소문은 영원한 베스트 셀러

아이디어 회의나 연습이 끝나면 연기자들과 PD, 작가들이 한데 어울려 식사를 같이 하는 경우가 많다. 일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니므로 밥을 먹으면서 회의를 연장한다거나 식사를 끝내고 연이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같이 어울리기가 꺼림직하다는 말들이 나온다.

“저기에 새로 생긴 냉면집이 괜찮다던데 같이 가요. 내가 쏠게.”

어느 연기자의 제안에 모PD는 머리를 저었다.

“야, 싫다. 그러다 너한테 접대 받았다고 잡혀갈라.”

“어, 이렇게 약한 모습을… 앞으로는 술도 같이 안 마실겁니까?”

“당분간은 몸 좀 사릴란다. 앞으로 너 나랑 친한 척 하지마라.”

맞장구를 쳐가며 주거니 받거니 농담 따먹기 식으로 떠들었지만 이 뜨거운 여름에 방송가의 분위기는 썰렁하다 못해 등골을 타고 흐르는 냉기가 장난이 아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프로듀서나 연예 기획자들이 줄줄이 엮이고, 알고있는 PD 몇 명은 갑자기 잠적 중이다. 어제까지 멀쩡하게 인사를 나눴던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없어져 잠수를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으면서 당혹감과 안타까움이 함께 교차한다.

풋내기 PD 하나는 얼마전 연기자가 여행을 갔다가 온 기념으로 선물한 열쇠고리를 돌려 줘야 하느냐고 심각하게 물어와서 모두를 뒤집어지게 만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특히 방송 연예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언행에 각별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게 요즘의 내 생각이다. 그 동안 연예계는 숱한 루머를 양산하며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경우가 많았다. 사회적으로 무슨 일이 터졌다 하면 약방의 감초처럼 연예인들의 이름이 오르내린 경우도 부지기수다.

어느 연예인이 갑자기 뜨면 “누가 뒤에서 봐준다더라” “모 PD가 상납을 받았다더라” 하는 말들이 떠돌고 아주 구체적인 사례까지 등장하는 일도 빈번하다. 그뿐인가. 전국민의 의혹 속에 십수년 동안 떠도는 소문들도 많다. 그것은 마치 전설처럼 아직도 풀리지않는 미스터리로 남아 우리의 궁금증을 배가시킨다.

오래전 중앙정보부의 이름이 시퍼렇게 빛날 때는 여자 연예인을 직접 관리한다는 소문도 있었다. 여자 연예인들의 은밀한 부위의 사이즈며 생리 주기일까지 파악된 파일을 중앙정보부가 가지고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

외국의 원수나 유명 인사가 방한하면 여자 연예인들의 사진첩을 주고 고르게 했다고도 하고 아프리카의 원수가 방한한 다음 그를 모셨던 여자 연기자가 아기를 출산했는데 흑인이었다는 소문은 아직까지도 끈질기게 나돌고 있다.

지금은 작고한 대통령이 모 여자 탤런트를 직접 만나러 가는 날이면 그 동네가 일순간에 정전이 됐다고 한다. 동네 사람들이 차량을 보지 못하도록 하기위한 조처였다는데 그 시절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을 것이다.

또 한 여가수의 노래를 너무 좋아했는데 얼굴은 영 아니라서 불러다가 병풍 뒤에서 노래를 부르게 했다는 얘기는 차라리 코미디와 같다. 역시 유명했던 재벌이 작고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몇몇 여자 연예인들의 이름이 거론됐고 엄청난 재산을 받았다는 소문과 함께 그가 임종할 때 모 여자 연예인의 무릎을 베고 눈을 감았다는 얘기도 들렸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옆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연예인들을 둘러싼 소문을 스스럼없이 얘기하는걸 듣게 된다. 마치 자기가 직접 본 것처럼 구체적인 사례까지 들어가며 세세하게 정황을 묘사하는걸 듣노라면 “그거 정말이예요?” 하고 진지하게 묻고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누군가 양심적으로 그 동안 연예계에 떠돈 갖가지 소문들의 진실을 양심선언 한다는 마음으로 책으로 펴낸다면 그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둘도 없는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다. 아니면 역사적 사명감을 가지고 진실을 파헤칠 국정조사를 벌여 몇십년 동안 베일에 싸여 국민들의 한 맺힌 궁금증을 풀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입력시간 2002/08/1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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