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데이트] '카멜레온' 이재은

"꿈과 사랑, 끼를 키우는 신세대 카멜레온"

“방송국에 놀러 오는 기분이에요.”

탤런트 이재은(22)이 신바람이 났다. 파격적인 노출 연기에서 참한 사극 연기까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이목을 집중시켜온 ‘카멜레온’ 이재은이 이제서야 본래의 모습을 찾았다.

MBC 일일드라마 ‘인어아가씨’를 통해서다. 그의 역할은 발랄하고 애교 넘치는 신세대 방송작가 마마린 역. 가정을 버린 아버지에 대한 딸의 복수를 그린 다소 어두운 분위기의 이 드라마에서 그는 특유의 경쾌함으로 맛깔스러운 양념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맛깔스런 연기로 세대 초월한 인기

“통통 튀는 신세대 마마린은 딱 실제의 저를 보여주는 것 같아요. 똑똑하면서도 엉뚱하고 그러면서도 귀여운 여자죠. 재미있어요. 좀 까불어도 되고….”

이번 역할은 사실 주인공인 장서희 우희진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다. 자칫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는 배역이다.

하지만 총명하면서도 코믹한 그의 캐릭터는 분위기 메이커로 빛을 발한다. 이런 연기는 그냥 캐릭터가 좋아서만 나온 것은 아니다. “뭘 맡겨도 잘 해낸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비중이 크고 작은 건 다음 문제죠. 그래서 타 방송 출연 제의도 거절했어요. 절 믿고 역할을 줬는데 몸이 피곤해서 성의있게 못 하면 안 되잖아요.”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확고하다.

이재은은 다섯살 때 화장품 광고모델로 TV에 처음 등장한 뒤 이듬해부터 드라마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1986년 대하사극 ‘토지’에서 어린 서희 역할을 맡았던 그는 아이답지 않게 당찬 연기를 펼치며 주위의 이목을 끌었다.

이후 ‘하늘아 하늘아’ ‘조광조’ ‘한명회’ 등 굵직굵직한 사극에 출연하며 촉망받는 아역배우로 성장했다.

아역 이미지를 벗고 성인연기자로 발돋움한 것은 1999년 개봉한 영화 ‘노랑머리’ 출연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국내 최초로 등급보류 판정을 받았다가 어렵사리 개봉한 이 영화에서 그는 노골적인 센스신 연기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해 내 호평을 받았다. 대담한 노출, 트리플 섹스신 등은 당시 영화에서 상상키 어려운 장면이어서 많은 화제를 뿌렸다. 아역시절의 이재은을 기억하는 팬들은 눈을 비비고 그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노랑머리’는 극적인 연기인생의 기회

“그때 제 나이로 영화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었어요. 아이 역할을 맡기에는 너무 컸고, 성인 연기를 하기에는 어리고…. 그러다가 노랑머리 출연 제의를 받았어요. 노출이 심하고 정사신이 많아 처음엔 망설였지만 성인 연기자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노출연기가 어렵지 않았냐는 질문에 “상대배우가 유부남이라 잘 리드해줬다”며 웃는다. 그는 또한 관객들의 수준을 믿었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노출연기를 하면 무조건 3류 연기자로 낮춰보는 경향이 많았어요. 그런데 그 무렵 ‘처녀들의 저녁식사’ ‘정사’같은 영화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주연 배우들에게도 ‘멋있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달라지고 있는 영화 문화를 확신했습니다.”

‘노랑머리’로 성인 신고식을 치른 후 그는 라디오 진행도 맡았고 댄스 가수로도 활동하며 잠재된 끼를 발산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즐거운 경험이었다.

“처음엔 가수 준비를 할 때는 ‘이 힘든 것을 왜 하나’ 했어요. 무대에 두 번째 올라가고 나니까 알겠더군요. 제 이름을 외쳐주고 노래를 같이 불러주는데 그야말로 짜릿했어요. 조금만 춰도 될 것을 온 몸이 부서져라 흔들게 되는 매력을 느꼈죠.” 그는 “묘한 끌림이 느껴지는 흥미로운 분야”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영역에 도전하겠다”며 대단한 의욕을 보인다. 그래도 이재은은 자신의 연예생활의 뿌리가 연기에 있음을 잘 안다.

9월 연극연출가 이윤택이 감독한 영화 ‘오구’에 출연해 다시 한번 영화배우로의 입지를 다져 나갈 작정이다. 1989년 초연된 이래 현재까지 매년 무대에 오르며 지금까지 약 27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연극 ‘오구’를 영화화하는 작품이다. “SF 판타지물에 멜로, 액션이 가미된 독특한 영화”라고 소개한다.

저승사자와 사랑을 나누는 여인 미연 역을 맡았다. “마을 청년들에게 성폭행 당한 뒤 홀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미혼모 역할”이라며 “어려운 연기인 만큼, 연기의 폭을 넓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이 작품에서 국악예고에서 갈고 닦은 특기인 ‘창’을 선보일 예정이다.


“푼수연기 해보고 싶어요”

18년 동안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매번 색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주위를 놀라게 만든 이재은.

그는 다음 번에는 “푼수 연기를 해봤으면 좋겠다”는 다소 의외의 바람을 보인다. “이상하게 저는 늘 똑똑하거나 깍쟁이 같은 역할만 들어오네요. 겉보기에는 멀쩡하면서 어딘가 모르게 백치미가 흐르는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동덕여대 방송연예과(4년)에 재학중인 그는 졸업 후 유학에 대한 꿈도 키우고 있다. 연극 연출을 공부하려는 계획이다.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연애를 못한다”며 일에 대한 애정을 과시한다. “친구는 많은데 사귀는 남자는 없어요. 아직 제 자신하고 약속한 시기가 안 됐거든요. 앞으로 1~2년은 더 열심히 일해서 부모님 집 사드리고, 시집 갈 밑천 장만하겠다고 결심했어요. 사랑은 그 다음에 키워갈래요.” 어렸을 때의 오밀조밀하고 귀여운 외모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그가 부쩍 조숙해 보인다.

배현정 기자

입력시간 2002/08/12 15:05


배현정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