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세계여행-20] 인도네시아 롬복(Lombok)

호젓함이 매력적인 南方의 속살

하늘의 별 따기 보다 어려운 일이 있다면 아마도 7, 8월 달 항공권 예약이 아닐까 싶다. 많은 사람들의 휴가가 여름철에 몰려 있는 탓에 마음먹고 떠나는 여행이 국내여행보다 못한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 중 여기가 한국인지, 다른 나라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많은 한국인들을 만나는 것도 혼자만의 휴식을 방해하는 한가지 요인. 정말 이번만큼은 남의 시선 의식하지 않고 온전히 자연 속에만 파묻히고 싶다면 이 곳 만한 곳도 없을 것이다.


발리와는 상반된 분위기

인도네시아 최고의 휴양지라는 찬사를 받고 있는 발리. 굳이 이런 저런 찬사를 붙이지 않아도 이미 ‘최고’라는 말은 발리를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다. 때문에 가까운 거리에 자리하고 있는 이웃 섬 롬복도 발리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마타람 공항에 내리는 순간 예상치 못한 분위기에 당황할 지도 모른다. 맨 처음 비행기에서 내린 후 자기발로 걸어 나가야 하는 것은 물론 공항 주변은 우리네 고속터미널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곳에 비한다면 번화한 편이지만 그 길에는 자동차 수만큼이나 많은 마차가 다녀 무척이나 상반된 분위기가 연출된다.

치도모라고 부르는 마차와 자가용이 한 도로 위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것이다. 치도모(Cidomo)는 롬복의 대중교통수단으로 대부분의 가정에서 승용차 대신 한 대씩 가지고 있어 이동 수단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아버지는 말을 조정하고 뒷자리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타고 가는 모습을 롬복 곳곳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산스크리트어로 ‘끝없는 길’이라는 뜻의 ‘롬보’에서 유래한 롬복. 롬복에 살고 있는 인구의 대부분은 사삭족(Sasak)이다. 이들의 종교는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80% 이상이 이슬람교다. 나머지 20% 정도는 힌두교, 카톨릭, 불교를 믿고 있다.

발리와는 비행기로 약 20분, 쾌속선으로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이지만 롬복의 생태는 발리의 그것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자바와 발리 사이의 바다는 깊이가 얕은 반면, 발리와 롬복 사이의 바다는 깊고 조류가 아주 빠르기 때문에 두 섬 사이에는 월레스 라인(Wallace Line, 동물 지리학적인 생태계 분류)으로 나누어져 있다.

설명을 덧붙이자면 발리섬으로부터 서쪽으로는 아시아 계통의 동·식물이 많은 반면 롬복에서부터 동쪽으로는 호주 계통의 동·식물이 많이 분포하고 있는 것이 바로 월레스 라인의 영향 때문이다. 일단 눈에서 보이는 경치만 보아도 마치 생태여행을 온 듯한 착각이 일 정도로 매우 이국적이다.


호젓한 휴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하여

므다나 비치(Medana Beach), 셍기기 비치(Sengigi Beach), 꾸따 비치(Kuta Beach)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롬복의 대표적인 해변이다. 이들 지역에는 세계적인 리조트 체인이 속속 문을 열고 있는데. 이중 셍기기 비치는 각국에서 온 여행객들로 넘쳐 나는 롬복 최대의 번화가이다.

레스토랑과 토산품 가게를 비롯해 화려하지는 않지만 나이트 라이프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발리의 꾸따와 이름이 같은 롬복의 꾸따 비치에 노보텔 코랄리아 롬복(Novotel Coralia Lombok)이 자리하고 있다.

발리의 번화한 해변 이름과 이름은 같지만 분위기는 정반대에 가깝다. 코랄리아 롬복은 노보텔 체인이 최초로 만든 리조트로 기존의 호텔이 갖고 있던 호화로운 인테리어 대신 편안하면서도 소박한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다.

롬복의 전통마을인 사삭 마을의 컨셉을 그대로 따르고 있어 리조트에 와 있다기 보다는 작은 마을에서 쉬고 있다는 느낌이다.

허니문을 떠나 온 사람들은 독립 빌라인 ‘사삭방갈로’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문을 열면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오션 뷰 빌라와 둘만의 은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풀 빌라가 있어 입맛에 맞는 객실을 고를 수 있다.

두 가지 타입의 객실 모두 내부 구조와 정원, 테라스, 베드 소파 등 기본 시설은 같지만 주변의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사전에 어느 곳으로 정할지 체크하면 된다. 매일 오후에는 허니무너를 위한 쿠키와 차, 과일이 서비스되는데 은근히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가족 또는 친구들끼리의 여행이라면 비교적 저렴한 디럭스 룸을 추천하고 싶다. 디럭스 룸 역시 전통 양식으로 꾸며져 있어 매우 안락한데다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이국적인 풍경을 창 너머로 감상할 수 있다.

창문 너머로 물소를 몰고 나온 롬복의 어린아이들을 볼 수 도 있지만 사진을 찍으면 돈을 달라고 조르는 아이들도 있으므로 이 정도는 염두에 두도록 한다.


롬복 스타일로 건강과 여유 되찾기

코랄리아 내에서의 대부분의 식사는 비치에 마련된 카페 칠리(Cafe Chilli)에서 제공된다. 리조트 내에 머무는 손님이 많을 경우에는 뷔페로, 비교적 적을 경우에는 세트메뉴로 서비스한다. 매일 발리, 롬복, 이탈리안 스타일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코랄리아의 식사시간은 기본 2시간 정도는 걸리므로 하루종일 밥만 먹는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처럼 식사시간이 평균 30분도 채 안 되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의 바쁜 생활을 잊게 해주니 건강과 여유를 찾게 해주는 일석이조의 즐거움이다.

파파야 바(Papaya Bar)에서는 간단한 칵테일과 음료를 맛볼 수 있다. 하루에 두 차례 시간을 정해 50% 할인을 해주기도 하니 저렴한 가격으로 신선한 음료를 마음껏 맛 볼 수도 있다.

여성 여행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서비스라면 단연 마사지를 들 수 있는데. 코랄리아 리조트 내에는 세계적인 스파 체인인 ‘만다라 스파(Mandara Spa)’가 있으니 잠시 짬을 내보는 것도 좋겠다.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으니 망설이지 말고 한 번쯤 받아보자. 전통 마사지인 사삭 마사지를 비롯하여, 훼이셜 마사지, 사삭 스파 샘플러, 헤어 브레이딩(Hair Braiding, 머리카락 땋기)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한편, 하루 정도 일정으로 길리 낭구, 길리 에어, 길리 메노 투어를 떠나기도 한다. 길리는 인도네시아어로 '섬'이라는 뜻이다. 낭구 섬으로 스노클링 등의 체험 스포츠를 하러 가는 길 또한 즐겁기는 마찬가지다.

사람이 많지 않아 여유 있게 해변을 거닐고 갖가지 색의 조개와 산호를 보는 재미도 크다. 리조트에서 낭구 섬까지 가기 위해서는 버스와 배를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롬복 서민들의 생활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진짜 커피 맛을 찾아라! 커피의 나라, 인도네시아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음료 중 하나로 커피를 꼽을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처음으로 소개된 때는 1895년 을미사변 때 러시아 공사가 커피 열매를 들여오면서부터라고 하는데. 그 이후 10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커피는 우리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잡았다.

커피가 어디에서 처음으로 생산되었는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오늘날에는 브라질 등 남미가 가장 큰 커피 생산지이고 인도네시아 역시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커피를 생산하고 있다. 커피 전문점에서 자바, 수마트라 커피라는 명칭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모두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커피 생산지를 가리키는 것이다.

이 중 토라자(Toraja) 커피는 인도네시아 슬라웨시의 토라자 지방에서 생산되는 커피로 신맛과 함께 향이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본연의 맛과 향이 잘 어우러진 커피로 볶으면 원두의 크기가 균등하게 변한다.

1999년에는 세계커피학회에서 4등으로 선정되기도 한 명품 커피다. 토라자 지방은 적도 바로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 고지대로 약산성 토양에다 일조량이 풍부해 커피 재배지로는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토라자 커피를 간혹 일본에서 생산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일본 기업인 (주)키 커피에서 황폐해진 토라자 커피 재배지를 복원시키고자 노력했기 때문이다.

면세점을 비롯하여 마을의 조그마한 상점에서도 다양하고 저렴한 가격의 커피를 판매하고 있어 인도네시아를 찾은 이들이 가장 손쉽게 살 수 있는 것도 커피이다.

실제로 커피, 바틱, 목공예품은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특산품이자 기념품이기도 하다. 호텔이나 레스토랑, 기내에서 서비스되는 인도네시아 커피는 보는 순간 한약을 연상케 할 정도로 진한 색깔을 나타내지만 보는 것과는 다르게 맛은 깊고 고소해 금새 ‘한잔 더’를 부탁하게 될 지도 모른다.


▦ 여행정보


가는 방법 : 롬복까지 가는 직항 노선은 없으므로 싱가포르를 경유해야 한다. 싱가포르에서 1박 후 다음날 롬복으로 떠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롬복 마타람 공항에서 코랄리아까지는 자동차로 약 1시간 가량 소요된다.


화폐 : 루피아(Ruphia)를 사용한다. 국내에서는 환전이 안되므로 미국 달러로 환전한 후 현지에서 다시 환전해야 한다. 10,000Rp = 약 1 미국 달러다.


시차 : 우리나라보다 1시간 늦다.


여행상품 섬과 휴양지 전문 여행사 클럽아일랜드센터에서 인도네시아 롬복과 발리 등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www.clubisland.co.kr, ☎02-512-5211

tip :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 중의 하나인 팁(tip). 그러나 팁은 무조건 얼마를 주어야 한다는 강요 사항은 아니므로 적정 수준만 따르면 된다. 일반적으로 룸메이드나 짐을 옮겨준 벨보이에게 미화 1달러 정도를 주면 적당하고 이 때 지폐를 펴서 불쑥 내밀면 상대방의 기분이 상할 수 있으므로 손에 말아 쥔 다음 악수를 하듯 슬며시 건네는 것이 예의다.

글 서태경(여행작가)

입력시간 2002/08/1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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