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反문명의 원초적 삶

■ 제목 : 망고 꽃을 든 두 명의 타히티 여인 (Two Tahitian Women with Mango Blossoms) ■ 작가 : 폴 고갱 (Paul Gauguin) ■ 종류 : 캔버스 유화 ■ 크기 : 94cm x 73cm ■ 제작년도 : 1899 ■ 소장 : 뉴욕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요즈음 많은 수의 직장인들이 임금인상 대신 휴가를 늘리기를 원한다고 한다. 하지만 시계추와 같이 생활하던 현대인들에겐 주어진 시간을 보람 있게 쓰는 데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모양이다.

귀하게 얻은 자유는 인파와 교통 체증에 묻히고 사람들은 ‘떠나면 고생스럽고 집이 최고다’라는 위안과 함께 다시 바쁜 일상 속으로 기꺼이 안주한다. 지금 사는 이곳이 천국이고 맡은 일이 천직인 양 살아가다 보면 나이만 먹고 그 동안 무엇을 하고 살았나 싶은 회의가 들기도 한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무엇이 되어, 어디로 가는가?’ 라는 제목의 유화를 남긴 프랑스 태생의 폴 고갱은 자신이 원하는 화가의 길을 가기 위해 직업과 가족을 버리고 평생을 가난과 씨름하면서 지냈다.

인간은 아름다운 자연의 한 부분이라는 고갱의 믿음은 파리와 브로타뉴 그리고 타히티로 이어지는 방황의 여정 속에서 강렬하고 생명력 있는 작품을 이루는 바탕이 되었다.

‘망고 꽃을 든 두 명의 타히티 여인’처럼 끊임없이 방랑하는 이국의 생활 속에서 그려낸 풍경과 여인들은 당시대인의 눈에 야만적인 모습으로 비춰졌다. 하얀 피부를 가진 우아한 파리지엔을 모델로 하고 빛을 받는 대상을 세련되게 표현하는 인상파의 그림에 익숙해진 파리 시민들은 원주민들의 까만 살결과 투박한 얼굴 표정을 친숙하게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자살을 기도 하기도 했던 고갱에게 소중한 가족을 떠나면서까지 이루고자 했던 작품세계는 너무나도 소중했다.

문명을 떠난 원초적인 인간의 자유롭고 강렬한 모습과 그에 어우러진 자연이야말로 ‘무’에서 시작되어 ‘무’로 끝나는 인간의 삶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일생동안 자신이 원하는 길을 위해 모든 안위를 포기하고 노력했던 고갱의 열정은 꿈을 잊은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겐 너무나 이해하기 어려운 것일지 모르겠다.

입력시간 2002/08/1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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