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 충청북도 영동

충북 영동은 본래 신라의 길동군(吉同郡)으로 때로는 영산(永山), 계산(稽山) 등으로 불렸다. 그러나 신라가 당나라라는 외세를 업고 고구려와 백제를 쳐부수면서 당을 사대(事大)했다. 경덕왕(景德王)은 아예 나라안의 고을이름을 당나라식 땅이름으로 ‘창지개명’하기도 했다.

경덕왕때 개명된 땅이름이 오늘의 영동(永同)이다.

영동은 삼도(충청, 전라, 경상도)가 접한다는 삼도봉(三道峰ㆍ1,293m)과 민주지산(珉周之山ㆍ1,241m) 그리고 각호산(角虎山ㆍ1,176m), 황학산(黃鶴山ㆍ1,111m), 막기항산(999m), 천만산(千萬山ㆍ943m), 삼봉산(三峰山ㆍ930m), 천마령(天摩嶺ㆍ925m), 지장산(智裝山ㆍ772m), 눌의산(訥誼山ㆍ734m), 국사봉(國師峰ㆍ714m) 등 많은 산들로 둘러 싸인 고을이다.

영동은 서울과 부산을 잇는 철도, 고속도로, 국도의 한 가운데 자리하여 교통이 편리하다.

생활권은 문물(文物)이 치밀한 대전(大田)과 김천(金泉)과 가깝다. 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언어도 분주한 발걸음 만큼이나 엇갈리고 있으니 황간, 황금, 매곡, 상촌 지방은 경북지방 방언을, 용화와 학산 지방은 전북지방과 말투를 같이 나누어 쓰고 있으니 삼도의 말씨가 영동읍에서 다시 뒤섞여 그 나름대로 하나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산이 높으면 물길도 길다고 했던가. 금강은 영동고을의 양산(陽山)면 송호(松湖)리에서 북향하여 충청남북도의 도계를 이루며 심천(深川)면 구탄(九灘)리를 떠나는 동안 영동천(永同川) 학산천(鶴山川) 남대천(南大川) 장교천(長橋川) 시향천(矢項川) 물한천(勿寒川) 청화천(靑化川) 황학천(黃鶴川) 송천(松川) 호탄(虎灘) 초강(草江)과 같이 많은 가지(枝川)를 ‘길게(永) 하나로(同)’로 모으니, ‘영동(永同)’이라는 땅이름을 실감케 한다.

산천에 사연이 많아 물이 흐르는 굽이마다 민요가 생기고 고개마다 전설을 탄생한 곳이 영동고을이다.

그 가운데서도 ‘영동할미제’의 이야기는 이 고장 사람이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옛날 이 고을에 마음 착한 구실아치 하나가 있었다. 게다가 효성이 지극해 늙은 어미를 극진히 모실뿐만 아니라 이웃간에도 인정이 두터웠다.

생기는 것이 있으면 어미를 먼저 즐겁게 하였고 남는 것이 있으면 이웃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구실아치의 어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구실아치는 어미를 잃은 슬픔에 식음을 전폐하고 있었다. 보다 못한 이웃이 구실아치에게 준 밥을 주고 이를 먹은 구실아치는 그만 식중독으로 죽고 만다.

그런데 그 이튿날부터 폭풍이 휘몰아쳐 고을을 유린했다. 어느 아낙이 고을의 현감을 찾아 마음씨 착한 구실아치의 원통한 죽음을 설명하고 그 혼을 달랠 제사를 올릴 것을 청해, 매년 2월초에 구실아치의 제사를 지내니 이것이 영동할미제다.

이것 말고도 영동에는 전해지는 민담이 75종이나 된다. 그러나 그 수량이 많기로는 노래를 따를 수 없다. 동요, 농요, 속요를 가릴 것 없이 대를 물리면서 부르는 것이 80여곡이나 된다.

그러니 당대의 악성 박연도 이 고을이 낳은 인물일 수 밖에… 많은 것은 노래만이 아니다. 파청루, 가학루, 금호루, 쌍청루, 여의루, 채하정, 빙옥정, 삼호정, 세심정, 괴강정, 강선대, 관어대 등 있을 법한 곳엔 으레 누대와 정자가 있다.

이홍환 현 한국땅이름학회 이사

입력시간 2002/08/17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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