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 집] 정선 곤드레나물밥

쌉싸름한 산나물과 구수한 밥의 절묘한 조화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 주게∼”

정선에 발을 디디면 발길 닿는 곳마다 아라리 가락이 흘러나올 것만 같다. 구수한 목청에 한이 서린 음색으로 불러 젖히는 아라리 가락처럼 구성진 게 또 있을까?

아라리의 고장인 정선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혹은 끝난 다음에 꼭 맛봐야 할 것이 있으니 바로 곤드레나물밥이다. 밥 한 그릇에 정선의 정겨움이 오롯이 느껴진다고 해도 그리 과장된 표현은 아닐 것이다.

곤드레나물밥이란 곤드레라는 나물을 넣어 지은 밥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궁핍하던 시절, 끼니를 때우기 위해 지어먹던 밥이다. 옛날에는 쌀보다 나물을 몇 배나 많이 넣어 훌훌 죽을 쑤어 먹기도 했다고 한다. 눈물로 삼키던 그 밥이 이제는 옛일을 추억하며 먹는 별미가 되었다.

곤드레는 취나물처럼 생긴 산나물의 일종이다. 봄철 한창 나물이 돋는 시기에 한꺼번에 많이 뜯어 놓았다가 1년 내내 사용한다. 나물밥으로 가장 흔히 알고 있는 것은 콩나물밥이다. 밥을 안칠 때 콩나물을 같이 넣어서 밥을 짓듯이 곤드레나물밥도 요령은 똑같다.

들기름을 살짝 두른 덕분에 밥맛이 더 구수하다. 밥을 짓는 동안 많이 사라지긴 하지만 그래도 밥을 퍼 놓으면 나물 고유의 쌉싸름한 기운이 느껴져 입맛을 돋운다. 밥은 비빔용 큰 그릇에 퍼준다. 구수하고 향긋한 나물밥 위에 갖은 양념을 한 간장을 넣고 슥슥 비벼 먹는다. 입맛에 따라 고추장이나 된장에 비벼 먹기도 한다.

싸리골 식당은 곤드레나물밥 전문식당으로 깔끔하고 편안하다.

오랫동안 곤드레나물밥을 지어온 싸리골 식당의 최정자사장은 “곤드레나물밥은 향기가 좋고 성인병을 예방하는 성분이 있어 어른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은 먹거리”라고 소개한다.

곤드레나물은 정맥을 확장하고 정맥종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으며, 지혈작용, 소염작용, 이뇨작용 등에도 도움이 된다. 당뇨와 고혈압, 혈액순화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므로 성인병에 좋다고 한다.

곤드레나물밥은 소화가 잘 되고 부담이 없어서 좋다. 조선 개국 당시 고려의 충신신들이 정선 거칠현의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은거해 살면서 곤드레나물을 주식으로 먹었다는 말도 있다. 나물은 밥을 해서 먹어도 되고 데쳐서 된장으로 살짝 무치거나 튀겨 먹기도 한다.

싸리골 식당 외에도 동박골 식당, 현대식당, 정선회관 등에서도 맛볼 수 있다. 메밀로 만든 콧등치기도 정선 고유의 먹거리다. 메밀가루를 반죽해 칼국수 면처럼 굵게 뽑아낸 국수로 담백하게 끓인 것이 콧등치기다. 후루룩 빨아 당기면 면발이 콧등을 탁 친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콧등치기는 정선 기차역 앞 동광식당이 잘한다.

정선에는 가리왕산, 아우라지, 구절리 등 갈 곳이 많다. 동강의 상류인 조양강에서 래프팅을 즐길 수도 있다. 아우라지는 구절리에서 흘러내린 송천과 임계에서 온 골지천이 하나로 만나 어우러지는 곳이다.

물은 여기서부터 조양강이 되어 정선읍내로 흘러간다. 아우라지는 정선아리랑의 발원지로도 유명하다. 한양으로 나무를 운반하던 뗏목터가 있던 곳으로 뱃사람들이 부르던 아리랑이 구성지게 울려 퍼지던 곳이다. 지금은 두 물줄기가 만나는 지점 앞에 정자와 아우라지 처녀상이 서 있다.


▦ 메뉴 : 곤드레나물밥 5,000원, 도토리무침 7,000원, 명태찜 20,000원. ☎033-562-4554


▦ 찾아가는 길 :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봉양리 정선 제1교 옆. 영동고속도로 새말IC로 빠져나간다. 42번 국도를 따라 안흥, 평창을 지난다. 평창과 정선 경계에 놓인 마전터널을 지나 10분쯤 달리다보면 솔치재가 나오고 재를 넘으면 곧장 정선읍내에 도착한다.

강을 건너 시가지 중심으로 들어가게 되는 데 싸리골 식당은 다리를 건너자 마자 오른쪽 첫 번째 집이다. 서울에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대중교통은 동서울터미널에서 정선행 시외버스를 이용한다. 안흥, 평창을 들러서 가며 하루 9회 운행. 3시간30분 걸린다. 어른 14,600원.

김숙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2/08/1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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