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올 더 킹즈 맨, 마지막 함성

정치가의 삶을 그린 영화의 결말은 두 가지 밖에 없다. 돈과 술수가 판치는 정치판에서 살아남기 위해 타협한 후 타락한 선배 정치인의 길을 그대로 밟거나, 좌절하고 발을 빼는 것이다.

물론 순진한 정치 초보자가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고 마는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와 같은 고전 영화도 있지만, 이는 인민주의를 표방한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판타지물일 뿐이다. 현실 정치는 이처럼 순박한 이상주의자의 접근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정치판의 생리를 생생하게 노출시키는 고전 영화 두 편을 DVD로 만나본다. 로버트 로센 감독의 1949년 작 <올 더 킹즈맨 All the King's Men>(15세, 콜럼비아)과 존 포드 감독의 1958년 작인 <마지막 함성 The Last Hurrah>(12세, 콜럼비아)은 3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실제 정치인을 모델로 한 소설이 원작이며, 오랜 세월 주인공 정치인을 지켜본 측근의 눈으로 현실 정치에 비판을 가하며, 주인공 역의 두 배우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는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는 점이다.

<올 더 킹즈맨>은 퓰리처상을 수상한 로버트 펜 워렌의 소설을 영화화한 정치 드라마다. 당시 루이지애나 주지사였던 휴이 롱을 모델로 한 소설은 큰 화제가 되었다. 이를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로센 감독이 각색하고 연출했다.

권투 선수였던 로센은 사회주의자로 활동한 경력으로 블랙 리스트에 올랐고, 그래서 개인 프로덕션에서 주로 작업했다. 국내에는 당구 소재 영화 <허슬러>와 알렉산더 대왕의 일대기를 그린 <알렉산더 대왕> 등이 소개됐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킹즈맨>도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기자 잭 버든(존 얼랜드)은 명예를 소중하게 여겼던 주지자 출신 아버지를 둔 명문가 자제다. 어머니가 돈을 전부로 아는 남자와 재혼하자, 이 때문에 더더욱 “새 세상을 위해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주장한다.

이런 시점에 만난 시골 농사꾼 출신 정치인 윌리 스탁(브로데릭 크로포드)의 용기와 청렴은 잭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다. 그러나 정치 입문에 거듭 실패한 윌리는 승리의 술수를 간파하고, 마침내 주지사에 당선된 후 아내와 자식을 배신하고 이용하며, 잭의 연인마저 가로채는 모사꾼이 된다.

존 포드의 연출 리스트 중 이례적인 정치 드라마 <마지막 함성>은 보스톤 시장이었던 제임스 컬리의 마지막 선거 캠페인을 모델로 에드윈 오코너가 쓴 베스트 셀러 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5번째 시장 임기에 도전하는 노련한 정치가(스펜서 트레이시)의 선거 캠페인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과 주변 인물과의 관계를 통해, 정치의 이면과 정치인의 허무한 말년을 드러내는 탄탄한 드라마다.

1940년대와 50년대의 미국 정치 이면을 엿볼 수 있는 드라마들이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시대와 지역이 달라도 정치의 본질은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지방 선거를 치렀고, 대선을 앞두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더욱 관심이 가는 영화들이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08/1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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