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10년] 중국의 한국 유학생 실태

중국의 외국 유학생들 10명중 4명은 한국인이다.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자 ‘기회의 땅’을 선점하기 위해 유학생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다.

중국 한국총유학생회(회장 박병욱29)에 따르면 7월을 기준으로 할 때 유학 및 어학연수 목적으로 중국에 온 한국 유학생은 1만5,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수교 직전인 1991년 베이징(北京)의 한국 유학생이 100여명에 불과했던 데 비하면 무려 150배나 늘어난 수다.

이는 중국에 머물고 있는 전체 외국인 유학 및 어학연수생 6만여 명의 25%에 해당된다.

칭화(淸華)대 평생교육학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이 가장 많았으며 앞으로도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유학생들이 늘고 있는 이유는 중국의 경제규모가 계속 확대되고 있고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중국어를 잘하거나 또는 중국을 잘 아는 인력들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수교 초창기에는 대부분 어학이나 문학 전공 유학생들이 많았으나 최근 들어 경제, 무역, 법학, 전자공학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베이징대를 졸업하고 한 무역회사에 다니는 송모씨는 “중국어를 잘 할 수 있어 취업에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 중국과 한국의 교역 규모 등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중국어를 잘하면서 중국 경제를 전공한 유학생이 취업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어 학습 붐, 부작용도 속출

유학생이 급증함에 따라 부정적인 측면도 나타나고 있다. 한 유학생은 “특정한 학과에 한국 학생들이 수 십 명씩으로 늘어나면서 시험을 한국 학생들만 분리해 보기도 한다”면서 “한국 학생들이 중국어만 배워가면 된다는 식으로 공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학교들도 한국 학생들을 ‘봉’으로 생각해 기숙사를 짓거나 교사를 신축할 때 한국 학생들이 낸 학비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실력이 모자라도 무조건 한국 학생들을 입학시킨다는 것이다.

한국 유학생들은 언어연수생과 중국 대학에 다니는 본과생, 석사과정 이상을 이수하는 연구생(대학원생) 등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이 중 상대적으로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 1년 정도의 단기 언어연수를 거쳐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다.

또 유학생들이 많다 보니 한국 학생들끼리 몰려다니며 학업에는 소홀한 채 유흥에만 빠지는 경우도 있다. 베이징대와 칭화대, 베이징어언(語言)문화대 등 한국 학생들과 어학 연수생들이 밀집한 우다오커우(五道口) 거리. 이곳에는 식당을 비롯해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업소들이 있다.

한 유학생은 “부모의 권유로 중국에 왔지만 한국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공부는 포기한 상태”라며 “대충 시간만 때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부 유학생들은 뚜렷한 목표의식이 없이 ‘중국어만 잘하면 취업이 된다’는 식으로 중국에 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주중 한국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유학생들이 어학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면서 “한국에서 전문지식을 쌓고 중국에 와서 어학연수를 하는 것이 오히려 생산적”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송대수 특파원

입력시간 2002/08/2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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