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10년] 세계 경제중심지로 용 틀임 하고 있는 '상하이'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은 1991년 상하이(上海)를 방문, “상하이를 국제금융중심지로 성장시키고 또한 상하이를 중심으로 장강(長江) 유역의 경제를 일으키자”고 선언했다.

이후 장쩌민(江澤民), 주룽지(朱龍基)를 중심으로 한 상하이 출신 인사들이 중앙 정계에 진출하면서 중국에는 이른바 ‘상하이방’이 형성된다.

상하이는 중앙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및 연해에 위치한 지리적 우위요소, 풍부한 인적자원, 산업대성(産業大省)인 장수(江蘇), 저장(浙江)성 등을 배경으로 ‘중국의 무역ㆍ금융ㆍ중심지’로 중국을 대표하는 경제중심지로 성장했다. 상하이 면적은 전 국토의 0.06%에 불과하지만 재정수입은 전체의 12.5%를 차지하고 공업생산액은 8.3%에 달한다.

개혁ㆍ개방의 상징이 된 푸둥(浦東)지역만 해도 1990년 당시 황폐한 농토에 불과했으나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된 92년 이후 10여 만에 마천루가 들어선 휘황찬란한 모습을 드러냈다.

2001년 1월 상하이 푸둥지구를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천지개벽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외국인 및 국내 기업들도 상하이의 변화상에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표현한다. 주재원 조차도 상하이 중심가를 거닐다 보면 놀라는 경우가 많다.


국제무역ㆍ금융의 중심으로 입지 다져

사실 현재 상하이의 와이탄을 중심으로 황포강 야경은 뉴욕이나 세계 어느 도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고 일부는 뉴욕의 맨하탄 보다 낫다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상하이는 이제 중국의 경제중심지로서가 아닌 아시아, 세계의 경제중심지로서의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8월 5일 상하이에서 열린 금융공작회의(金融工作會議)에서 상하이시의 천량위(陳良宇)시장은 “2020년까지 상하이를 아시아를 뛰어넘는 세계 금융중심지로 육성하겠다”며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요원한 일 같으나 10년 만에 개발된 푸둥 지역의 모습을 보면 결코 불가능한 일도 아닌 것 같다.

현재 상하이는 2002년 상반기 기준으로 외국계 금융기구가 3,300여 개사에 달해 중국 전체의 업체의 절반을 넘어설 정도로 국제 무역ㆍ금융 중심으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져가고 있다.

중국 최초의 증시개장, 외환거래소 개장, 중국 최초로 외국은행에 대한 내국인 대상으로 한 외환업무 개방(지금도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은 현지 진출 외국인을 대상으로만 영업이 가능) 등은 세계적인 금융중심지로 도약하는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상하이는 금융 중심지로서 뿐 만이 아니라 서비스 산업, 하이테크 산업의 중심지로도 부상하고 있다. 특히 푸둥지역에 위치한 장강하이테크 단지를 중심으로 반도체, 디지털 가전 등 IT산업 및 소프트웨어 개발원 및 신약 및 신재료 개발 등 ‘메디슨 밸리’ 등이 형성돼가고 있다.

상하이에 진출한 한 국내 IT업계 관계자는“IT 산업의 중심지는 베이징 중관춘이 아닌 상하이가 될 것”이라며 “실제로 소프트웨어 분야는 베이징 중관춘이 알려져 있으나, 반도체 공장 및 통신장비 업체는 상하이 지역에 몰려 있다”고 말했다.

국제적인 컨설팅 업체인 IDC사는 최근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화동지역이 중국 IT산업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국적기업들 중국시장 공략 거점

상하이의 정보산업 발전에 따라 인텔, MS, 도시바 등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이 R&D 센터 구축 등 중국시장공략을 위한 거점으로 삼고있다.

상하이시는 최근 인터넷 등의 급속한 성장에 따라 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자오허징(曺河涇)개발구, 쟈딩취(嘉定區), 푸둥, 송강취( 宋江區) 등 4개 지역에 ‘광(光) 밸리’를 육성하고 있다.

또 푸둥 국제공항, 기존 상하이항을 대체하는 심수항 건설 등을 통해 물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으며, 푸동에는 20만평㎡에 달하는 국제전시장을 건설 중이다. 이 같은 외적인 변화 외에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 후 상하이는 소프트웨어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

상하이시의 상하이외국투자추진센터(上海外國投資促進中心)의 쟝민(江敏) 연구원은 “푸둥지역의 경우 기존 투자신고에 4주가 걸렸으나 이를 7일로 단축시키는 조치를 취했으며, 올해 외국인의 상하이 투자는 1일 평균 11건씩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하이에 투자한 기업들 중 전세계 500대 기업 중 코카콜라, 인텔등 160여 개사에 달한다.

외환위기 이후 대(對)중 투자는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한ㆍ중수교 10주년이 되는 올해 대중교역 및 투자는 10년간 6배 이상 급성장했고 지난해부터는 일본을 제치고 우리의 제2 대 수출시장으로 등장했다.

한중교류의 급속한 확대에 따라 우리기업 및 주재상사의 상하이 진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상하이에 진출한 우리기업의 규모는 투자가 370여건에 투자액도 5억8,000만 달러에 달하고 있으며 상주 주재인원이 6,000여명에 달하고 있다.


협력파트너로 인식 전환할 때

특히 상하이의 신흥개발지역인 구베이신(古北新)구 및 홍챠오개발(虹橋開發)구의 경우 우리 기업 주재사무소가 밀집돼 있다. 상업 및 주거지역인 구베이 신구 거리의 경우 간판 대부분이 ‘중국ㆍ한국어’가 병행 표기되어 이곳이 중국인지 혹은 한국인지 구별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한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아울러 상하이 진출현황도 이전의 중소기업 위주에서 중견ㆍ대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삼성 SDI는 푸둥에 VFD(형광표시판) 생산하기 시작했고 LG전자는 DVD생산라인을 구축하였으며 연간 30만대의 DVD를 생산, 시장점유율 2위로 부상한 후 장기적으로 중국 최대의 DVD업체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EㆍMART의 경우 현지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진출한 순수 유통업체로 현지에 성공적으로 정착하여 상하이 유통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으며 제일모직의 경우 한 벌에 5,000~6,000 위안(평균 노동자 월급은 1,000 위안 내외)으로 고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급속히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우리기업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중국이 단순한 경쟁상대 및 수출국이 아니라 우리의 협력파트너로서 인식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하이의 놀라운 변화모습을 볼 때 면 두려움이 들 때가 간혹 있다.

한ㆍ중 10주년, 양국 교역 규모는 커졌고, 교역분야도 문화분야로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 시장은 과거 우리에게 선택적인 존재였지만 이젠 없으면 안 되는 존재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중국은 과거 ‘축약발전’을 위해 한국의 경제방식을 선택했지만 이젠 한국은 수많은 외국 중 하나에 불과한 셈이다.

입력시간 2002/08/24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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