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미의 홀인원] 가르치며 배우는 '임상레슨'

1997년 US오픈에서 박세리가 '맨발 투혼'을 펼치며 우승한 이후 지난 5년간 국내 골프계는 놀라운 대중화의 시대를 맞이 했다. 1990년대초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골프를 배울 수 있는 루트는 그리 많지 않았다.

주로 아는 사람에게 배우거나 아니면 연습장에서 프로에게 레슨을 받는게 전부였다. 당시 프로에게 레슨을 받는다는 사람은 골프에 상당한 관심과 흥미를 가진 열성파로 인식될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초보자를 위한 다양한 골프 레슨 루트가 생겼다. 골프 관련 서적이나 골프 스윙 머신, 동영상 비디오, 그리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레슨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다양하다. 굳이 연습장에서 프로에게 배우지 않아도 아마추어골퍼들이 스스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 만큼 골프 연습장 분위기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사적으로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한명의 프로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배우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요즘 아마추어 골퍼들은 '이 프로가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가차없이 프로를 바꾼다. 프로마다 각기 배운 과정이 다르고, 가르치는 스타일도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프로를 찾는 것이 당연시 된다.

이제 아마추어 골퍼들은 프로로부터 단순히 골프 기술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프로의 개서도 배우겠다는 야무진 생각을 하고 있다.

프로 입장에서 간혹 당혹스런 경우도 있지만 이런 현상은 골프 발전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레슨 프로들이 옛날처럼 틀에 박힌 레슨을 하면 안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 만큼 프로들도 부지런해 졌다.

한 골프 방송국에서 여러 프로가 한 사람을 돌아가며 가르치는 'VIP 레슨'이란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다수의 프로가 한명의 아마추어를 놓고 가르친다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한 명의 아마추어 골퍼를 놓고 이런저런 스윙을 시키다 보니 자칫 자신의 스윙을 못 찾고 '골프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정 짓기는 힘들지만 개인적으로는 여러스윙을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우선 스윙에 대한 개념의 폭이 넓어져 '이렇게 저렇게도 칠 수 있구나'하는 융통성이 생긴다. 여러 형태의 스윙을 생각하고 받아 들이면서 새로운 스윙에 대한 어색함이나 경험한다는 것은 굉장히 용감하면서도 축복 받은 사람이다.

음식도 먹어봐야 내 입맛을 알듯, 골프도 여러 스윙을 해봐야 내 스윙을 알고 느낄 수 있다. 고생스럽긴 하겠지만 분명히 나한테 맞는 스윙이 있다. 단지 그것을 찾지 못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안돼서 그렇지….

골프를 끝이 있는 완전한 운동이 아니다. 나는 고급 골프를 원한다면 가급적 여러 프로에게서 배워 보라고 권유한다. 아마추어를 가르치다 보면 정말로 교정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때면 어김없이 동료나 친구 프로에게 레슨을 해 보라고 시킨다.

이런 방법을 통해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는 '임상 레슨'이란 골프 교습 방법이 유행하고 있다. '임상 레슨'이란 내가 아무리 고치려고 해도 안되는 스윙을 다른 사람한테 똑같이 시켜보는 방법을 통해 나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교습이다.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을 가르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원리다.

상대가 안 되는 것을 3자의 눈으로 확인하면서, 자신의 결점을 더욱 절실히 파악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나의 문제점을 남을 통해 재현시킨 뒤 문제점을 알아내는 잔인한 '임상 실험' 같지만 효과는 기대 이상이다.

골프로 고민하는 아마추어들이다. 가끔은 절친한 친구를 '임상 실엄'의 대상으로 활용하라. 물론 자신도 종종 그 대상이 되라. 골프를 위한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박나미 프로골퍼·KLPGA정회원 올림픽 콜로세움 전속 전 국가대표

입력시간 2002/08/2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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