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강남 집값엔 천정이 없다

한풀 꺾인 상승세 불구, '집값 붙들기'

내 집 마련이 꿈인 수요자들은 요즘 갑갑하다. 비록 올 초부터 정부가 강도 높은 안정대책을 잇달아 내 놓았지만 그때마다 주춤할 뿐, 집값은 계속 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8.9 조치와 국세청의 전례 없는 세무조사라도 과연 집값 상승세가 꺾일지, 턱없이 높아보이는 지금이라도 집을 매입해야 하는지 고민은 늘어만 간다.

현재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는 일단 상승세는 꺾인 상태다. 하지만 많은 수요자들이 바라 듯 거품이 빠질 지는 미지수다.

올 하반기 과연 강남 아파트 가격은 더 오를 것인가, 아니면 안정세를 유지할 것인가. 단기적으로는 당분간 일부 강남 지역 아파트에 붙은 거품은 일단 빠질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러나 길게 내다볼 때 강남 지역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신도시가 나오지 않을 경우,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여기에 새로운 신도시에 강남구의 교육여건을 대체할만한 보완책도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조건은 당연히 포함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집값이 잡힐 것이냐는 물음에는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대체로 거시지표를 중심으로 시장을 해석하는 경제연구소 쪽에서는 여러 가지 지표를 통해 거품이 빠지고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반면 시장분위기 감지에 빠른 부동산관련 정보업체 쪽에서는 현재의 정책만가지고는 일시적인 바람일 뿐이라는 의견이 강하다.


정부대책 효과…집값 떨어진다

그 동안 강남 아파트 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터무니없이 많이 올랐고,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투기 대책이 효과를 보이면서 거품이 서서히 꺼질 것으로 진단하는 논리다. 물가상승률과 과거 경향을 분석한 결과 부동산 경기가 하강국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엄격한 용적률 적용으로 재건축이 어려워지면서 재건축 시장의 거품이 사그라지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또 “향후 입주 물량이 많은데다 여기에 정부 대책의 효과가 맞물리면서 7월의 상승 분만큼 다시 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김 소장은 “재건축 아파트, 분양권 등 저금리에 따른 투자상품이 전체 집값을 떠밀어올린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규제는 분명 값 상승세를 주저앉힐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공급량이 부족하고 전세갱신이 늘어나 값이 오를 것이라던 올 해도 전체적으로 집값이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며 “내년 이후에는 하락할 가능성도 꽤 높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입주가 끝난 수도권 아파트에 공실률이 높은 것을 봐도 자원의 효율적인 분배가 왜곡된 것이 수급불균형으로 비친 측면이 강하다”고 짚었다.

방경식 부동산개발연구원장은 “정부 대책이 집값 안정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원장은 “올 상반기까지도 정부의 대책이 월드컵, 지방선거 등의 특수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 시장에 팽배했으나 이제 방향성이 정해진 셈이어서 시장도 마음을 돌려 먹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심리가 커지면 내년 집값은 전체적으로 약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강남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것은 투기세력이 시장을 교란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번 조치로 가수요가 차단되는 만큼 적어도 재건축에 있어 개발이익을 넘어서는 거품은 걷어 낼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보업체 가운데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의 경우 이 번 조치의 영향을 높게 평가했다.

곽 이사는 "그동안 국세청이 판 사람에만 초점을 맞춰(양도소득세 조사) 매매는 끊겼으나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면서 "이번 조사는 산 사람을 타깃으로 한 만큼 투기성 수요가 자취를 감추고, 이에 따라 전체적으로 가격도 떨어 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땜질처방일 뿐…더 오를수도

정부가 근본적 대책을 내놓을 때까지 아파트 가격이 계속 상승세를 기록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근본적인 대책이 없는 정부정책으로는 시장의 심리를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 때문에 저금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반영한 논리다.

대부분 당장 거래가 끊겨 상승세가 주춤하겠지만 강남에 대한 무차별적인 선호, 이에 따른 강남 아파트값 강세지속->여타 강남대체지역 아파트값 추격상승-> 전체 아파트값 상승이라는 흐름이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용진 부동산뱅크 편집장은 “정부 정책의 신뢰성이 떨어져있는 데다, 투기 대책에 대한 시장의 내성(耐性)이 생긴 상황이어서 이번 대책의 효과는 단기에 그칠 것”으로 점쳤다.

김희선 부동산114 상무도 “터무니없이 부풀어오른 재건축 기대감은 꺾이겠지만 상대적으로 재건축 진행이 순조로운 단지는 더 가파른 가격 오름세를 보일 수 있다”며 “이 경우 차별적으로 강남아파트값이 오르면서 다시 인근 아파트값이 추격 상승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대표는 “10월까지는 안정세를 보이겠지만 11월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집값 상승은 해소되지 않은 수도권수요에 저금리로 투자수요가 몰린 것인데 저금리에 따른 부동자금 유입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진 편집장도 “강남권의 경우 일시 조정을 보인 후 다시 강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며 “강남만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강남 대체지역 건설이 과제

서로 의견은 엇갈리지만 모든 전문가들이 강남집중 현상을 해소하면 집값 상승은 꺾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품은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분당, 일산급의 쾌적한 신규아파트가 대거 공급되면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값이 올라가는 기현상은 사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관련대책 가운데 ‘강남권 수요층도 선호할 수 있는 다른 신도시 건설’이 대안으로 꼽혔다.

김희선 상무, 김용진 편집장, 황용천 대표는 모두“강남 거주자들이 매력을 느낄만큼 교육과 환경 인프라를 갖춘 신도시만 만들면 집중현상이 완화할 것”이라고 의견을 내놓았다.

김선덕 소장도 “재건축 규제로 새 집이 부족해지므로, 수도권의 택지 공급을 늘리고 전철·도로 등 광역 교통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권 학원의 다른 지역 이전을 유도하고, 단기적으로 수능 시험을 쉽게 출제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방경식 원장은 “근본적 교육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강남 집값을 잡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만 해소되면 강남권 거품은 급속히 빠지고 전체 집값도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종덕 매일경제 부동산팀 기자

입력시간 2002/08/2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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