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이 있는집] ‘반구정 나루터집’

장어구이와 매운탕을 전문 30년

경기도 일산을 비롯한 파주 인근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반구정이라고 하면 의례 장어구이집을 떠올린다.

사실 반구정은 조선시대 정승을 지낸 황희 선생이 노년을 보냈다는 임진강가의 누각을 가리키는데 그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는 반구정 나루터집이라는 식당이름과 혼돈을 일으킨 것이다. 그만큼 식당의 명성이 높다는 얘기다.

반구정 나루터집은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사목리 임진강이 흐르는 강변에 위치한다. 문화재로 지정된 반구정이 있는 황희 정승의 영당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원래 반구정 나루터집은 반구정을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집안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그후 1977년에 반구정과 영당이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지금의 자리로 옮겨와 '반구정 나루터집'이라 이름짓게 되었다.

그로부터 30여 년을 2대에 걸쳐 장어구이와 매운탕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을 이어오고 있는데 세월이 흘러도 한결같은 음식 맛에 장사진을 이룰 정도로 많은 손님들이 찾게 되었다. 그 명성에 걸맞게 예약하지 않고 들르게 되면 쉬 한 두시간은 기다려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나루터집의 장어구이는 30여 년이란 세월에 걸쳐 변함 없는 양념 맛에 그 비법이 있다. 고추장, 마늘, 파, 양파 등 14가지 재료를 섞어서 만든 양념장을 발라가면서 구워낸 장어 맛이 일품이다. 이 양념장은 주인 원성호씨의 모친이 개발한 것으로 지금까지 그 맛이 한번도 변하지 않은 전통을 지니고 있다. 달착지근하면서 담백함을 잃지 않는 조화를 이뤄내 은은하게 입에 붙는 맛이 좋다.

장어를 구울 때는 반드시 숯불에 굽는다. 이 역시 주인 원씨의 오랜 노하우다. 장어는 숯불에 구워야 제 맛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손님이 주문하면 그때부터 양념장을 바르며 구워서 한 마리씩 상에 올려준다.

이밖에도 주인 원씨는 고춧가루나 마늘 등 기본 양념의 경우 직접 농사지은 것을 사용하거나 인근 마을에서 사들인 것을 직접 말려 태양초 고춧가루를 만들어놓고 쓴다. 또 아무리 바빠도 직접 장어를 만져가며 일손을 돕는다는 점이 오늘의 명성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이다.

전통 한옥 구조로 야외에서 식사할 수 있어 가족이 함께 여행하기에 좋다. 비가 오는 날이면 실내에서 식사를 해야하는데 실내 역시 한옥의 기품과 여유를 느낄 수 있어 답답하지 않다.

또한 반구정 나루터집이 갖는 장점 중 하나로 식사 전후엔 주변의 관광지를 함께 돌아볼 수 있어 하루 코스의 여행일정을 잡을 수 있다.

임진각 통일안보 공원이 식당에서 불과 10여분 거리에 위치하고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가 훈련하는 파주 트레이닝센터가 20여분 거리에 위치해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하기에 좋은 코스이기도 하다. 특히 북한대표팀의 부산 아시안게임 참가,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교류 요즘처럼 활발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임진각 통일안보공원에서 통일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 찾아가는길

자유로를 통해 파주 문산 방향으로 달리다 문산 IC에서 빠져나와 주유소앞에서 좌회전 약 300m지점에 위치한다. 야외석을 합치면 모두 500석을 넘는 규모다. 주차장도 넓다. 가격은 장어 1㎏에 1만7,000원. 예약문의는 (031)952-3472

글·사진 전기환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2002/08/29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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