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분명한 시의회 만들겠다"

이성구 신임 서울시의회 의장, '경조사비 안받기 운동'

“새 집행부가 추진하고 있는 청계천 복원공사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주장대로 3,600억원의 예산으로 공사가 가능하면 찬성하되 공사비가 그 이상 과다하게 들어가면 당연히 반대할 겁니다. 친수(親水)공간 확보도 좋지만 시민혈세로 이뤄지는 공사 아닙니까”

이성구 신임 서울시의회 의장(60ㆍ한나라당 서초 1)은 이 시장의 청계천 복원공사 계획에 대해 ‘조건부 찬성’ 의사를 밝혔다. 뒤집어 보면 시의 공사비 산정과정을 더욱 꼼꼼히 따져보겠다는 얘기다.


시정에 대한 견제ㆍ감시기능에 충실

이 의장은 또 이 시장의 시청 앞 광장 조성계획도 교통문제를 들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시청앞 도로는 네잎 클로바 형태로 도심을 지나치는 모든 차량이 들어와 마음대로 유턴 할 수 있도록 조성된 곳입니다. 이런 교충지를 없앤다는 것은 시내 교통흐름을 생각치 않은 즉흥적인 발상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이 의장은 이명박 시장의 최대 역점사업인 청계천 복원공사와 시청 앞 광장조성 계획에 대해 적극 반대하거나 지지입장을 표명하되 선결 조건을 내세웠다. 이 시장과 같은 한나라당 소속이고 전체 시의원의 90% 가량도 같은 당 소속이지만 시정에 대한 견제와 감시기능을 담당하는 본연의 업무에는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기업가 출신으로 시의원 4선 경력의 이 의장은 지난달 제 7대 시의회 의장으로 선출된 뒤 이달 초에는 제9기 전국 시ㆍ도의회 의장협의회장으로도 뽑혔다. 이 의장은 취임사에서 효율적인 시의회 운영과 광역의원 유급화 도입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청계천 복원 쉽게 결정할 문제 아니다

- 청계천 복원공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금의 고가도로와 복개도로가 모두 12개 차로인데 복개되면 이중 8개 차로가 없어지고 천변 양측으로 2개씩 4개차로만 남습니다.

도심에서 서울의 북쪽 지역과 한강다리로 가는 내부순환로를 타려면 청계고가도로가 가장 빠른 길인데 차로를 축소시키면서 기존의 교통망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 지가 걱정입니다. 게다가 복개되면 천변 지역에서 재건축ㆍ재개발 바람이 불게 될 텐데 그러면 세입자 부분도 큰 문제점으로 대두될 것입니다”

- 그렇다고 청계천 복원공사에 반대 입장은 아니지 않는가.

“물론 (공사강행에) 문제점은 많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전체 시민들에게 도심을 관통하는 맑은 하천을 되돌려준다는데 있습니다. 다만 공사비가 이 시장측은 3,600억원으로 못박고 있고 일부 언론에서는 수조원이 든다고 까지 합니다.

아직 전문가들에 의한 완벽한 공사계획이 나오기 전이니까 뭐라 말할 수는 없어도 공사비가 터무니 없이 커진다면 주저없이 반대편에 설 겁니다”

- 취임하자마자 시장과 정무부시장이 잇달아 구설수에 올랐는데.

“개인적으로 이 시장을 만나보니 많은 분야에서 상당히 감각적이고 센스있는 분이란 걸 느꼈습니다. 확실히 거대한 기업을 운영한 CEO답다는 생각을 했지요. 히딩크 감독과의 가족사진 촬영건 등의 일은 기업과 전혀 다른 관료환경에 채 적응하기 전에 발생한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앞으로 그런 실수들은 두번 다시 안 하리라 보고 있으며 정무부시장도 같은 맥락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 지역구인 서초구의 추모공원 건립문제가 난항을 겪고 있다.

“고 건 시장이 결정해 놓은 일을 이 시장이 들어와서 완전히 뒤엎는다는 건 문제가 있다. 하지만 화장로 20기로 예정된 규모를 조금 축소해서 건립한다면 큰 무리가 없다고 본다”

- 경영마인드 및 경영행정이 도입된 시정은.

“고 시장이 행정의 달인이긴 했지만 경영쪽은 미흡한 면이 있다. 지하철 민영화와 교통방송 공기업화 및 시내버스 노선입찰제 등을 요구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그러나 기업가 출신 시장이 왔으므로 이제는 시정에 경영마인드를 접목시키는 행정이 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 최대 시정과제는 무엇인가.

“교통문제가 최대 현안이다. 지하철과 버스가 각각 37%와 27%의 수송분담을 하고 있는데 지하철은 분담율을 60%까지 올려야 하고 버스는 20%대를 유지시켜야 시내 교통문제가 어느 정도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또 차량증가에 따른 대기오염도 문제다. 대기오염원의 85.4%가 차량 매연임을 감안하면 결국 대중교통 활성화가 교통과 오염문제를 모두 최소화하는 첩경이라고 생각한다”


유급화는 인재들 시의회진입 돕는일

- 의원들의 유급화와 보좌관제 도입을 줄기차게 주장했는데.

“지방의회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의원들의 자질문제로 이는 무보수명예직이란 틀에서 비롯됐다. 무보수이다 보니 전문성을 갖춘 인재들이 지방의회 진입을 꺼려했고 그것이 전체 수준 저하를 가져왔다.

서울시만 놓고 보자. 1,030만 명의 시민에 시의원은 102명이니 의원 1인당 10만명의 시민을 상대하는 셈이다. 보수도 없이 보좌관도 두지 못하는 상황인데 시의원에게 쏟아지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은 국회의원보다 훨씬 많다.

이는 시민 민원이 대부분 구청이나 시청을 상대로 한 것들이지 정부나 국가를 상대로 한 것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유급화를 도입한다고 해서 엄청난 세비증가를 가져오지도 않는다. 의회가 요구하는 금액은 1인당 연 2,000만원 정도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의원들이 보좌관을 두던가 아니면 유능한 인재들이 의회 진입을 희망하게 되므로 전체 정치수준도 크게 향상될 것이다”

- 개인적으로 경조사 축ㆍ부의금 안받기 운동을 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이 의장은 이 부분에서 양팔을 걷으며 기자쪽으로 다가와 목소리 톤을 높였다) 우리에게 하객 수는 권력의 척도로 여겨지면서 동시에 수입과 직결하는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예전 못살던 시대에는 서로 한푼씩 도와서 잔치를 치르곤 했지만 이젠 웬만한 행사는 스스로 치를 만한 여건이 됐다고 봅니다. 그러면 마음속으로 정말 축하해줄 가까운 사람들만 초청해 접대하면서 행사를 치르는 쪽으로 바뀌어져야 합니다. 언제까지 동창회 명부보고 주소록을 훑어가면서 청첩장을 돌려야 하겠습니까”


시정에 이시장 경영마인드 접목 돕겠다

-1991년 이후 내리 시의원 4선을 했는데 곁에서 본 역대 시장을 평가한다면.

“고 시장은 별명대로 역시 행정의 달인이다. 그만큼 소탈하고 꾸밈이 없는 데다 행정을 꾸려나가는 데에는 치밀하고 빈틈이 없다. 조 순 시장의 경우 관선에서 민선으로 바뀐 초대 시장으로 들어와 남모르는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현 이 시장의 경우 평가는 이르지만 CEO 출신 답게 축적된 경영마인드는 상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전임 시의회 의장은 임기후 구청장 출마를 했는데 이 의장의 향후 계획은.

“시의회 의장이 구청장으로 나가는 건 격에 안 맞는 다고 본다. 시장이면 몰라도…(웃음) 시의원에서 시의회 부의장과 의장까지 해봤으나 정치에는 더 이상 미련이 없다. 전반기 임기인 2년 동안 의장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생각뿐이다”

염영남 기자

입력시간 2002/08/31 12:04


염영남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