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와일드 패트롤, 디스턴트 섀도우

범죄를 가벼운 범죄와 무거운 범죄로 나눈다는 것이 말이 되나 싶기는 하다. 그러나 이런 배경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아름답고 평화로운 소도시. 할 일 없는 경찰은 마을의 유일한 외부 진입로인 고속도로 변에 죽치고 앉아 트집거리를 찾는다. 속도 위반 차량이라도 걸리면 모든 경찰이 몰려들어 위반자를 골탕 먹인다. 밉지않은 고속도로 순찰대원들의 소소한 장난 범죄다.

이와는 반대로 어머니가 비참하게 살해되는 현장을 목격한 소녀가 있다. 아버지마저 행방불명되어 고아로 성장했다. 일자리 찾기는 힘들고 집 주인은 밀린 집세를 독촉한다. 그 때 아버지라고 나타난 사나이가 있다. 생부라 자칭하는 그는 범죄의 어두운 그림자를 길게 드리운다. 이어 들이닥치는 청부 살인업자들. 내가 죽이지 않으면 죽을 상황인데, 살인을 마다할 수 있을까.

전자의 가볍고 즐거운 범죄 영화는 제이 칸드라세카의 2001년 작 <와일드 패트롤 Super Troopers>(18세, 폭스)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 지대인 버몬트의 소도시. 5명의 한심한 망나니 고속도로 순찰대원들은 예산 삭감으로 자신들의 일자리를 없앤다는 소식을 듣고, 라이벌인 시 경찰에 맞서 마약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갖가지 소동을 일으킨다.

지능이 모자라는듯한 이들의 망나니 짓에는 근무 중 인형을 세워두고 낚시하기, 시럽 빨리 마시기 시합, 과속한 여자 운전자의 유혹에 지퍼 내리기, 중요 부분만 깡통으로 가린 동료를 표적 삼아 사격 연습하기 등 엽기적 상상력과 성적 농담으로 넘쳐 난다.

<와일드 패트롤>은 <폴리스 아카데미>의 새로운 버전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2001년 선댄스영화제에서 관객의 인기를 독점했다.

또한 300만달러의 제작비로 미국 박스 오피스 9위에 올라 1,8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짭짤한 코미디의 시나리오는 주연을 맡은 5명의 배우가 공동으로 썼고, 극 중 유일한 흑인인 소니 역을 맡은 제이 칸드라세카가 대표 감독을 맡았다.

브로큰 리저드(Broken Lizard)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5명의 배우는 캠퍼스 코미디 에 이은 <와일드 패트롤>로 집단 코미디 작업의 성과를 확인한 셈이다.

얼굴도 이름도 낯선 다섯 젊은이는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중견 배우를 조연으로 내세워 극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내 아들이라면 벌써 질식사시켰을 것"이라며 한심한 부하 다섯 명을 거느리고 고군분투하는 순찰 대장 역은 브라이언 콕스가, 라이벌인 시 경찰 대장 역은 다니엘 폰 바겐이, 주지사 역으론 <원더 우먼>의 린다 카터가 깜짝 출연한다.

다음은 후자의 무거운 범죄 스릴러물로 하워드 제이 포드 감독의 2000년 작 <디스턴트 섀도우 Distant Shadow>(15세, 크림)가 있다. 정부의 비밀 계획 하에 수백만명에게 약물 실험을 했다는 마고 작전의 전모를 담은 디스켓이 발견된다.

이 음모 이론을 배경에 깔고 16년 전에 어머니가 참혹하게 살해된 것을 목격한 미셸(로지 펠리너)과 컴퓨터 전문가인 그녀의 애인 스티브(앤드류 폴크너)가 미셸의 생부라는 찰스(스티븐 틸러)와 얽히게 된다.

스케일은 작지만 스릴을 앞세우는 범죄 액션물을 꾸준히 내놓고 있는 영국산인 <디스턴트 섀도우> 역시 젊은이의 머리에서 나온 소품이다.

감독 하워드는 13살 때부터 혼자 영화를 만들기 시작해, 21살에 감독으로 데뷔했다. 촬영을 맡은 존은 하워드의 형이다. TV 광고와 단편 영화를 만들며 동생과 호흡을 맞추다, 두 번째 장편인 <디스턴트 섀도우>까지 형제애를 발휘하고 있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09/03 14:34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