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특집-독서] 책 속에 보물이 있는것 아세요?

미래를 설계하는 사색의 도구 '책'

흔히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휴가철의 들뜬 분위기도 가라앉고 날씨도 선선해져서 책을 읽기에도 사색하기에도 좋은 계절인 것이다.

우리들 각자가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아갈 것인지 책을 통해 사색해보는 것은 어떨까?


  • 물러설때를 준비하는 <중년이후>
  • 그런 사색에 도움을 주는 책으로 일본 작가 소노 아야코의 <중년 이후>(리수)가 있다. 오늘날 중년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일까? 자녀 양육, 부모 부양, 사회적 지위와 역할에 맞는 책임 등의 무게가 힘겹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의 권태, 함께 살아 온 배우자에 대한 무감각, 실직의 두려움 속에 커지기만 하는 무기력감도 크다.

    소노 아야코는 이 책에서 물러 설 때를 늘 염두에 두며 살라고 충고한다. 물러 설 때를 염두에 둔다는 것은 잃어버림을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잃어버림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노 아야코는 주변의 사람도, 재물도, 의욕도 자신의 곁을 떠나가는 것이 중년 이후의 숙명이라고 말한다.

    그런 숙명에도 불구하고 중년의 연륜은 미움과 절망까지도 품을 수 있고 인간을 한결 따스하게 바라볼 수 있는 성숙함 그 자체이기도 하다. 그런 성숙을 이루려면 스스로에게 엄격해야 하며, 시간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정신적, 육체적 노력도 필요하다. 소노 아야코는 그래서 중년에게 시간은 두렵고 잔혹하다고 말한다.


  • 진정한 행복찾기<피터의 원리>
  • 앞만 보고 달려왔던 사람이라면 <피터의 원리>(로렌스 피터, 레이몬드 헐 공저, 나은영 역, 21세기북스)를 읽어 볼 필요가 있다.

    피터의 원리란 ‘위계 조직 안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무능력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승진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몇 차례의 승진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자신의 능력을 더 이상 발휘할 수 없는 단계, 즉 무능한 단계에 도달하게 된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부서는 무능한 사람들로 가득하게 된다.

    그렇다면 무능력 단계에 도달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는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파악하고 능력 이상의 지위까지 승진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끝없는 승진보다는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하며 건강한 행복을 찾으라는 얘기다.


  • 지나간 일상의 모습<옛날신문을 읽었다>
  • ‘치안국은 18일 상오 스트리킹을 할 경우 형법 245조(공연음란)를 적용 형사처벌하도록 전국 경찰에 지시했다…(중략) 스트리커를 검거하기 위해 경찰이 나체 질주자 수사본부라는 이색 간판을 내걸고 1주일간 100여 정사복 수사관을 동원했으나 수사에 진전은 없다.’

    옛날 신문 찾아 읽기라는 취미를 지닌 이승호 씨의 <옛날 신문을 읽었다>(다우)에 인용되어 1970년대 중반 모 신문의 기사 내용이다. 야간 통행금지, 장발족 단속, 혼분식 장려 운동, ‘양아치’라 불린 넝마주이, 기행충 박멸 운동, ‘쫀드기’로 대표되는 불량식품. 지나간 우리 시대 일상의 다양한 모습들이 때로는 웃음 짓게 만들고 때로는 씁쓸하게 만든다.

    전기를 훔쳐 쓰다 적발된 방송국 직원을 ‘철면피 반역자’, ‘극형감’으로 공격하는 50년대 신문 기사는 절전이 곧 구국이었던 섬뜩하면서도 어려운 시절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밖에 혼식도시락을 안 싸왔다고 학부모 이행각서를 쓰게 했던 70년대, 김일성을 때려잡아 관에 넣기를 비는 80년대 스포츠지 신년만화 등이 모두 지나간 우리 사회의 여실한 자화상이다. 이 책을 읽노라면 ‘그 때는 그랬었지’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추억에 잠길 수 있다.


  • 험난한 보물 찾기 여정<연금술사>
  • 소설을 읽고 싶어도 어떤 소설을 택할지 망설여진다면, 미국의 전대통령 클린턴이 한없이 쌓아놓고 읽고 싶다고 말했다는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의 대표작 <연금술사>(최정수 역, 문학동네)를 읽어보자.

    이 소설은 평범한 사내였던 산티아고가 보물을 찾아 떠나는 여행담이다. 집시여인, 늙은 왕, 도둑, 화학자, 낙타몰이꾼, 아름다운 여인 파티마, 절대적인 사막의 침묵과 죽음의 위협 그리고 마침내 연금술사를 만나 자신의 보물을 찾기까지, 그의 극적이며 험난한 보물찾기 여정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연금술사의 말을 들어보자.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무언가를 바라는 마음은 곧 우주의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때문이지. 그리고 그것을 실현하는 게 이 땅에서 자네가 맡은 임무라네.’


  • 노인의 사랑과 성<로망스>
  • 노인에 대한 공경이 강조되는 우리 사회에서 노인을 소재로 발칙한 내용의 만화를 그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바로 그런 쉽지 않은 일로 <로망스>(애니북스)가 있다. 만화가 윤태호는 노인들의 일상을 개그 감각으로 그려내는데, 특히 노인들의 성생활을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게 그려 낸 부분이 압권이다.

    한창 때 월남전에서 날렸다는 지루한 수다로 저승사자마저도 재워버리는 파랑새 노인, 어린 손자의 우유를 빼앗아 먹는 반치매 노인, 과부의 외로움도 바람난 아주머니의 가정까지도 커버해주는 열쇠장이 노인 등 다시 어린애가 돼버린 듯한 등장 인물의 모습들을 보고 웃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만화는 노인들을 소재로 하지만 노인들만을 위한 만화는 아니며, 노인들을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만화는 더욱 아니다. 늙는다는 것에 대해 그리고 주위의 노인 분들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 재충전의 시간<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58>
  • 마지막으로,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58>(로저 로젠플라트 저, 권진욱 역, 나무생각)을 통해 삶의 태도를 재충전해보자.

    ‘당신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쁜 일은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 두라’, ‘당신이 잘못한 일은 당신이 먼저 야유를 퍼부어라’, ‘친구에게 그 친구를 중상하는 소식을 전해주는 사람이 되지 말라.’

    이 책은 위와 같은 법칙 58가지를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풀이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젊은 사람은 읽을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다음 충고를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른이 넘었으면 자기 인생을 부모 탓으로 돌리지 말라. 이 나이를 스물다섯으로 낮춰라.’

    표정훈 독서평론가

    입력시간 2002/09/04 10:10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