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부처꽃

무더위가 일찍 시작하여 올 여름은 참 더울 것 같더니 정작 성하에는 비가 끝없이 내렸다. 이제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아닌가 싶다. 청명한 가을이 간절하지 않은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여름이가기 전에 해야할 이러저러한 일들이 생각나 가는 여름의 꼬리를 잠시 잡고 싶은 심정이다.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한듯 여름이면 우리의 산골짝 냇가, 들판이나 구릉지의 못 혹은 습한 초원지역에 피어나 아름다운 무리를 이루더니 한 여름 내내 계절을 풍미하고도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끝까지 피고 지고를 계속하며 물가를 온통 강렬한 붉은 색으로 채우는 꽃이 있으니 바로 부처꽃이다.

부처꽃은 북으로는 백두산의 1,000m가 넘는 곳의 초지에서부터 남으로는 제주도 초원에서까지 만날 수 있으며 식물에 관심만 있다면 전 국토의 물가에서, 쉽게는 북한강 혹은 남한강을 따라 가다 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부처꽃은 물을 아주 좋아하며 물가에 사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한 두 포기 있으며 그저 그렇다가도 여러포기 모여 있으면 금새 화려한 꽃 무리로 변신을 하게 되는데 꽃 색도 진분홍빛이어서 여간 인상적인 것이 아니다. 높이는 1m 정도 자라는데 곧게 갈라진 줄기 끝마다 진한 분홍색의 작은 꽃들이 층층이 모여 달리는데 꽃이 핀 모습을 멀리서 보면 붉은 꽃 방망이처럼 느껴진다.

여섯갈래의 꽃잎 가운데 수술부분은 노란색이어서 하나 하나의 꽃 모양은 더욱 귀엽다. 아주 비슷하지만 잎에 가는 털이 나고 꽃잎에 주름이 지는 것은 털부처꽃이다.

부처꽃이란 이름은 왜 붙었을까? 워낙 특별한 여름이어서 반드시 그 이유가 있을 터인데 아쉽게도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학명 중 족명 라이쓰럼(Lythrum)은 피라는 뜻의 히랍어 라이트론(lytron)에서 유래된 것으로 꽃이 붉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강렬한 꽃의 빛깔 때문인지 꽃말도 호수와 정열이다. 종속명 살라카리아(salicaria)는 길쭉한 잎이 버드나무속의 잎과 비슷하기 때문에 붙여졌다.

부처꽃의 가장 큰 용도는 아무래도 관상용이다. 빼어나게 아름다우면서 수변에 심을 수 있는 소재가 흔치 않은 실정을 감안하면 부처꽃의 존재는 단연 돋보인다.

특히 개화 기간이 길고 재배가 손쉬운 장점을 지니고 있다. 사실 우리가 물가에 핀 식물까지 관심을 두고 보기 시작한 지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연못을 만드는 공원이나 가정이 늘면서 물가에 꽃을 심어 두고 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이 때문에 최근 부처꽃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더욱이 요즈음에는 생태공원 또는 하천복원 같은 것이 유행이어서, 옛날처럼 깨끗이 정비하여 콘크리트로 마감하던 시설을 깨어내고 다시 식물을 심고 물고기가 집을 지을 수 있게 만드는 등 자연으로 다시 돌아가는 작업들이 진행 중이다 보니 부처꼬처럼 아름다우면서 이러한 조건을 두루 갖춘 식물들이 새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한방에서는 털부처꽃과 함께 천굴채하고 부르는데 방광염, 종독, 이뇨, 수종 등에 사용한다.

특히 사카린과 탄닌이 함유되어 있어 지사제로 많이 쓰이며 피부궤양에는 말린 식물체를 가루로 만들고 기름에 개어 환부에 바른다고 한다.

부처꽃의 붉은 꽃들이 가는 여름을 조금만 더 잡아 주길 바라기 때문일까. 새삼 이땅에 피고 지는 식물들이 만들어내는 그 고운 빛깔과 자연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시원한 풍광이 마음에 담겨 지워지질 않는다.

여름이 가기 전에 이 꽃을 꼭 보고 싶다면 필자가 근무하는 국립수목원을 방문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사.

입력시간 2002/09/0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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