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러브 템테이션

제작자 이스마일 머천트, 감독 제임스 아이보리, 시나리오 작가 루스 프라워 자발라는 우아한 시대극을 많이 만든 찰떡 콤비다.

19세기 귀족주의 잔재와 20세기 신흥 부르주아 대두를 시대 배경으로 한 E M 포스터와 헨리 제임스의 소설을 즐겨 영화로 만들어온 이들은 <전망 좋은 방> <모리스> <하워즈 앤드> <남아있는 나날>로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또한 대통령이 되기 전의 제퍼슨을 주인공으로 한 <대통령의 연인들>과 피카소의 여성 편력을 중심으로 한 <피카소>와 같은 전기 영화도 이들 콤비의 작품이다.

감독인 아이보리는 유럽을 배경으로 한 단아하고 고전적인 작품을 많이 내놓아 영국 감독으로 오해받지만, 사실은 미국 출신이다. 머천트는 인도 출신이고, 자발라는 인도인과 결혼한 독일 출신 여류 작가.

인도와의 인연 때문에 이들은 초기에 인도를 무대로 하여 동서양 문명 사이에서 갈등하는 유럽 지식인을 주인공으로 한 <더 하우스홀더> <인도에서 생긴 일> 등을 내놓기도 했다.

이 트리오의 2001년 작 <러브 템테이션 The Golden Bowl>(15세, 새롬)은 헨리 제임스의 소설 ‘황금의 잔’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초기작인 <더 유러피안>과 <더 보스토니안>도 미국 출신의 영국 귀화 작가인 제임스의 소설에서 취한 바 있다.

헨리 제임스(1843-1916)는 엄청난 재산가이자 예술 애호가였던 부친 덕분에 어릴 때부터 유럽 여행을 다니며 예술적 안목을 키웠고, 척추 부상으로 평생 독신을 고수하며 영문학사에 중요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제임스의 소설 중 영화화된 또 다른 수작으로는 제임 캠피온 감독의 <여인의 초상>과 이안 소프틀리 감독의 <도브>가 있다.

1904년 작인 '황금의 잔'은 '비둘기의 날개' '사절들'과 함께 헨리 제임스의 후기 3대 걸작으로 꼽힌다. 유럽과 미국의 문화를 대비해 보이는 풍부한 문화적 소양,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주인공들의 심리와 사랑의 기류를 완벽하게 묘사한 난해한 소설로 평가받는다.

천박한 우리말 제목을 붙인 <러브 템테이션>은 소설 분위기를 비교적 잘 간추린 심리 드라마다. 가정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사랑의 희생, 그리고 반대로 남녀의 사랑을 지속시키기 위한 가족의 희생. 네 주인공의 성격 묘사가 빼어나다.

미술품과 문학 작품에 대한 풍부한 인용과 해설, 더할 수 없이 우아한 건축물, 장식품, 의상, 춤 등은 시대극의 묘미에 흠뻑 빠지게 한다.

1903년 로마. 페허가 되다시피한 우골리니 궁전을 돌아보며 상속자인 아메리고(제레미 노담)왕자와 연인 샬롯(우마 서먼)이 쓰라린 이별의 말을 나눈다. 아메리고가 미국 최초의 억만장자인 아담 버버(닉 놀티)의 딸 매기(케이트 베켄세일)과 결혼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아메리고와 매기를 중신한 페니(안젤리카 휴스톤)는 순진한 매기의 행복과 모두를 위한 새 출발을 위해, 아메리고와 샬롯의 관계를 숨기겠다고 샬롯에게 약속한다.

1905년. 아들을 낳고 행복하게 살고있는 매기 부부와 아담의 영국 저택에 샬롯이 찾아온다. 매기의 어릴 적 친구인 샬롯은 아담으로부터 큰 환대를 받고, 매기 부부가 우골리니 궁전 수리를 위해 이탈리아로 간 사이 아담의 청혼을 받아 들인다. 옛 연인 사이인 샬롯과 아메리고는 장모와 사위로 한 집에서 살게되는데…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09/0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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