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정기국회는 대선 전초전이 아니다

올해 정기국회가 9월2일 개회됐다. 김대중 대통령 정부에서의 마지막 정기국회다. 이번 정기국회는 연말 대선 일정을 감안해 100일 회기를 30일 정도 단축하기로 했다.

이번 정기국회는 그 어느 때보다 굵직한 민생, 정치 현안을 처리해야 한다. 새해 예산안 및 선거법을 포함한 각종 정치개혁 입법, 공적자금 국정조사, 정부기관에 대한 국정감사 등은 물론이고 새 국무총리 지명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인준안 표결,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은폐 의혹 공방 등으로 여야간의 대격돌이 예상된다.

하지만 정기국회 개회를 바라보는 국민여론은 편치 않다. 대선과 맞물려 가열된 정쟁이 국회에서 더욱 격렬하게 타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민은 정치 공방전으로 민생현안이 실종될 것으로 우려한다. 이번 정기국회가 ‘역시나’의 파행상을 보일 경우 태풍 ‘루사’에 짓눌린 국민의 정치 염증은 더욱 커질 것이다.

사실 이번 정기국회 회기는 주요 후보들의 중요 대선 레이스 일정과 겹친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대선 선대위 진용을 확정해 발표하고, 무소속 정몽준 의원은 대선 100일 전인 9월10일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도 9월 안에 선대위를 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전 구도가 일단 ‘3자 정립’의 형세를 갖추게 되면 국회에서의 기세 싸움은 더욱 격렬해지고, 이에 따라 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공적자금 국정조사에서는 한나라당이 현 정권의 실정을 부각시켜 병풍을 잠재울 계산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특히 증인으로 진념 전 경제부총리 등 경제관료와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 김 대통령의 차남 홍업씨 등을 요구함으로써 공격 효과를 최대화할 심산이다. 반면 민주당은 공적자금 문제에 대한 경제논리적 접근 원칙을 내세워 한나라당의 정치공세를 둔화시킬 계획이다.

민주당은 ‘병풍’문제가 대선의 최대 쟁점인 만큼 의혹을 최대한 부각시킨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나라당은 이를 정치공작으로 몰아세우는 한편 김정길 법무장관 해임안을 다시 제출해 맞불을 놓는 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다.

총리 인준 문제는 여야 상호간에 부담이 됨에도 불구하고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청와대가 총리서리를 다시 임명하는 위헌을 강행할 경우 김 대통령에 대한 탄핵발의도 검토할 것이라며 강경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총리직 장기 공백의 책임이 국회 다수당의 횡포에 있다며 역공하고 있다. 신임 총리서리가 재임명될 경우 파란이 올 가능성이 크다.

11월18일께 처리키로 잠정 합의된 예산안(113조원 규모) 처리는 민주당의 원안통과와 한나라당의 대폭 삭감이 맞서 진통이 불가피하다. 각 당이 이번 정기국회를 노골적으로 대선과 연계시켜 극한적으로 대립할 경우 국민여론과 정치권의 괴리는 더욱 커질 것이다. 정치권이 궁극적인 패자가 된다는 이야기다.

배연해 기자

입력시간 2002/09/09 10:42


배연해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