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세계여행-24] 태국 방콕

찬란한 에메랄드빛 물의 도시

방콕은 동남아를 여행하는 배낭족들 사이엔 여행의 출발점이자. 한곳을 여행하고 다음 여행을 준비하는 휴게소이며, 온갓 여행정보가 모여드는 사랑방 노릇을 하는 배낭족의 메카와 같은 곳이다.

동양적인 색채가 선명하면서도 현대적이고 국제적인 면모를 동시에 지닌 천의 얼굴을 가진 도시이기도 하다.

태국사람들은 방콕을 '천사의 도시'라는 의미의 끄룽텝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복잡하고 화려하며 가득한 천사가 어디 있을까마는 경건함이 흘러 넘치는 불교사원이나 혼탁한 듯 하면서도 세상살이의 아픔을 고요히 끌어 안은 채 묵묵히 흘러가는 짜오프라야 강을 보노라면 인간의 고뇌를 이해하는 천사의 얼굴이란 이런 게 아닐가 하는 생각이 잠시 스치기도 한다.


화려하고 섬세한 불교사원

태국은 국민의 95%가 불교인 불교 나라이다. 그만큼 불교사원도 많고, 스님도 많다. 하지만 방콕 시내를 거닐다 보면 절이 보이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우리 눈에 절 이라고 생각되는 건물이 보이지않는다. 우리나라에서 보던 절과 테국의 절은 전혀 다르다.

반짝거리고 화려한 장식을 다고, 엄청나게 크다. 조용하고 깊은 산 속을 찾아 들어가는 우리네 절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스님 또한 사람들 틈에서 잘 띄지 않는 무채색인 회색의 가사장삼이 아니라 발랄한 오렌지빛 천으로 몸을 휘감고 있다.

방콕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원은 에메랄드 사원이다. 태국어로 왓 프라깨우(What Phra Kaew)라고 하며, 왓은 불교사원을 의미한다. 사원에 모셔둔 에메랄드 불상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하지만 사실 불상은 에메랄드가 아니라 옥으로 만들어진 것. 이 사원은 왕궁 안에 자리한 왕실사원으로 태국에서 가장 화려한 사원이다.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치켜 든 지붕 처마선은 온통 금색 칠에 화려한 문양을 하고 있고, 건물 외벽에도 어느 한 군데 빈 곳이 없도록 반짝이는 작은 거울 조각과 금빛 장시긍로 배곡하게 붙여 놓았다.

햇살이 쏟아지는 맑은 날에는 사원에 반사되는 빛이 눈을 찌른다. 건물 내부도 색채가 화려한 탱화가 모든 벽면에 그려져 있다.

옥으로 만든 불상은 앞쪽 가운데 높은 단 위에 있다. 원래 스리랑카에서 만들어졌는데 태국 전역을 떠돌아 지금의 왕실사원 안에 모셔졌다. 불상은 여러 벌의 옷을 가지고 있는데 새로운 계절이 시작될때마다 왕이 친히 옷을 갈아 입힌다고.

왕궁은 에메랄드 사원 뒤쪽에 자리한 건물이다. 현재 국왕은 이 곳이 아니라 두씻에 있는 궁전에 살고 있다. 새하얀 벽면에 유럽풍 창과 테라스, 태국 전통의 지붕이 인상적인 짜끄리 전은 외국에서 귀한 손님이 올 때 맞이하는 영빈관에 해당한다.


태국 마사지에 피로 '싹'

왕궁에서 한 블록 떨어진 곳에 왓 포가 있다. 와불사원으로 알려져 있는데 길이 46m의 불상이 사원 안에 누워 있기 때문. 왓 포는 방콕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이며 규모도 제일 크다. 사원에는 수많은 탑들을 세워뒀다. 불탑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아무런 장식없는 석탑이 아니라 종을 뒤집어 둔 것 같은 모양에 끝은 뾰족하고 컬러풀한 타일과 거울 조각을 붙인 독특한 탑이다.

왓 포를 찾는 첫번째 이유가 어마어마한 와불상이라면 두번째 이유는 마사지 때문이다. 태국 전통 마사지가 시작된 곳이며 지금은 마사지 학교가 자리하고 있어 많은 여행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린다.

손가락에 힘을 줘 몽친 근육을 풀어주는 태국식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부드럽게 전신을 쓰다듬는 발리식 마사지와 비교할 대 어깨를 꺾고, 발가락을 세게 당기는 등 과격한 편이라 받는 동안 얼얼하기도 한데 끝나면 온몸이 개운해지며 피로가 풀린다.

안마사는 마사지 학교 학생들이기 때문에 10대 후반, 20대초반의 젊은이들이 대부분이다. 1시간정도가 기본 코스인데 200바트 정도. 자신을 마사지해 준 안마사에게 팁을 주는 것도 잊지 말자. 마사지 학교에서 짧은 기간 동안 마사지 강습을 받을 수 있다.

왓 포에서 강 건너편으로 보이는 불교 사원은 새벽사원으로 알려진 왓 아룬이다. 배를 타고 건너갈 수 있지만 가까이에서 보는 것 보다 강 건너편에서 보는 전망이 더 낫다. 가운데 높이 솟은 크메르 양식의 불탑 때문에 유명한데 탑에 조명을 비추는 밤이면 은은한 아름다움을 발한다.


방콕의 젓줄 짜오프라야

서울에서 한강이 있듯 방콕에는 짜오프라야 강이 흐른다. 방콕 사람들에게는 삶의 일부분처럼 친숙한 강이다. 도로가 발달하기 전에는 강에 배를 띄워 물건을 나르고 사람들이 이동했으며 지금도 강의 넉넉한 품에 기대어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방콕의 명물인 수상시장 역시 강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가장 가장 방콕 사람다운 시장의 형태였던 것이다.

낮에 보면 강은 흙탕물 색깔로 지저분해 보인다. 짜오프라야 강뿐만 아니라 태국의 많은 강이 이런 빛깔이다. 강물에 흙이 많이 섞여 있기 때문이란다. 저녁놀이 내리기 시작하면 강물도 빨갛게 물들어 낭만 어린 모습으로 변하낟. 특히 강물에 솟은 건물에서 나온 온갖 색깔이 물에 어려 짜오프라야의 야경은 무척 아름답다.

고급 호텔들,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이나 카페 역시 강이 연출하는 야경을 감상하기 좋도록 강변에 자리잡고 있다. 호텔 레스토랑에서는 태국 전통 공연을 보며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은 곳도 있다.

태국 전통 춤은 의상이 화려하고 지방마다 독특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 흥미롭다.

강의 야경을 즐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유람선을 타는 것이다. 저녁식사 시간에 맞춰 운행하는 디너 크루즈는 약간 비싼편이지만 한번쯤 경험해 보고 싶은 낭만이 있다.

일반 사람들이 이용하는 수상버스를 타면 저렴하게 강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하루 정도를 유람선 여행에 투자할 수 있다면 방콕에서 옛 수도이자 아름다운 건축물이 많이 남아있을 아유타야까지 가는 크루즈 프로그램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겠다.

크루즈 여행은 로얄 오키드 쉐라톤 호텔 옆에 자리한 리버시티 선착장에서 출발한다. 시간대, 가격대, 내용 등 입맛에 맞는 크루즈를 골라 즐길 수 있다.


태국인의 일상이 고스란히 '수산시장'

흙탕물 같은 짜오프라야 강이 하구에는 태국 최대의 수상시장 담넌 싸두악이 있다. 배와 배 사이를 노련하게 지나가는 길고 날렵한 배에는 야채며 과일이 가득 담겨 있다. 방콕 시내에서 두시간 남짓 걸리는 꽤 먼 곳이지만 수상시장의 묘미를 맛보려면 담넌 싸두악을 찾아야 한다.

물론 방콕 시내에도 수상시장이 형성되어 있지만 관광객을 위한 명소 정도로 전략해 버려 진짜 수산시장의 맛을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동네 사람들 위주로 형성된 작은 수상시장을 담넌 싸두악 대신 보는 것도 괜찮다.

시장은 아침 일찍 시작된다. 해가 뜨지 않은 새벽, 사위가 밝아오는 5시경이면 배들이 나타난다. 아침 7시나 8시 사이에 본격적인 장이 시작되고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파장한다. 가녀린 배 한가운데 사람이 앉고 앞뒤에 물건을 산더미처럼 쌓아 정을 찾는데 불과 몇 시간만에 모두 팔고 빈 보트에 자기가 필요한 물건들을 사 가지고 돌아온다.

꽃을 가득 실은 소녀, 면에 육수를 부어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쌀국수를 파는 배, 텃밭에서 금방 따온 싱싱한 야채를 실은 배 등 가지가지다.

수상시장이라고 하지만 모두가 배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운하 양쪽에 계단식으로 마련된 공간에 좌판을 벌인 노점상도 숱하게 만핟. 평범하고 소박한 태국 사람들의 일상을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장소가 아닌가 싶다.


진짜보다 더 아름다운 트랜스젠더들의 알카자쇼

방콕에서 가장 가까운 해변 휴양지 파타야는 밤낮할 것 없이 흥겹고, 복잡하고, 시끌벅적한 도시, 파타야 나이트라이프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알카자 쇼일 것이다. 이 쇼를 한번쯤 보지 않는 한국인 여행자들은 드물다. 단순한 쇼라고 치부해버리기엔 무척 흥미롭운 볼거리이기 때문이다.

알카자쇼를 보러 가면, 화려하고 큰 무대에 놀라고 등장하는 쇼걸들의 숫자에 놀라고 마지막으로 그처럼 아름다운 쇼걸들이 여자가 아니라 트렌스젠더라는 사실에 놀란다.

우리나라도 하리수를 비롯해 트랜스젠더들이 연예계에 진출해 활도하고 있어 그리 이상하지는 않지만 수십명의 트랜스젠더를 한 무대에서 본다는 사실을 흥미진진할 수 밖에.

쇼는 아름다운 무희들의 춤으로 일관하는데 세계의 춤을 보여주는 코너에 한복을 입고 추는 부채춤도 끼여 있다. 어색한 부채춤이기 하지만 이국 땅에서 보는 우리춤이라 한편은 감동적이고, 그네들의 몸놀림은 조금 코믹하다.

쇼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육감적인 몸매를 뽐내던 무희들과 쇼가 끝난 다음에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도 있다. 마음에 드는 무희와 사진촬영을 하면 되는데 약간의 팁을 주는 것이 기본.

쇼 입장권은 여행사에서 구매하거나 한국인 식당 등에서 구할 수도 있다.




☞ 항공- 방콕행 직항편을 운항하는 곳으로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 타이항공등이 있다. 케세이퍼시픽은 홍콩, 싱가포르항공은 싱가포르를 경유해서 들어간다. 직항편의 경우 5시간 정도 걸린다.

☞ 시내교통- 태국처럼 다양한 교통수단을 가진 나라도 드물 것이다. 특히 방콕은 모두 종류의 탈 것이 있어 여행자의 눈에는 무척 신기해 보인다. 3륜이라는 의미의 쌈러는 자전거로 만든 쌈러와 오토바이를 개조한 툭툭 두 가지가 있다.

툭툭은 방콕을 제외한 작은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교통수단으로 뒷좌석에 두명 정도를 태울 수 있는 오토바이 택시로 이해하면 된다.

미니 트럭의 짐 싣는 뒷칸에 양쪽으로 앉을 수 있게 개조한 것은 썽태우라고 부른다. 물론 일반버스와 마을버스 정도의 크기인 미니버스, 일반 택시 등 평범한 것들도 방콕의 복잡한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 쇼핑- 태국 물건 중에 여성들이 좋아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나라야(Naraya)라는 브랜드의 가방이다. 태국 제품임에도 유럽 분위기가 풍기는데 커다란 리본과 단순하면서도 여성스러운 디자인 덕분체 최근 몇 년 들어 우리나라 여성들(특히 여대생) 사이엔 인기를 끌고 있으며 서울에 나라야 매장도 생길 정도다.

방콕에 있는 나라야 매장들은 최신 모델과 꾸준하게 팔리는 스테디셀러까지 다양한 물건을 구비하고 있다.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세배 정도 저렴하다.


입력시간 2002/09/1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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