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용환 한나라당 선대위 공동의장

“이번 선거는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정몽준 후보간의 3강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노ㆍ정 후보간 단일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국민적 공감대가 뒷받침 되지 않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리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한나라당 선거대책위 공동의장인 김용환 의원은 지난달 26일 주간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제16대 대선은 3강구도 속에 권영길 후보 등 군소후보 군이 틈새를 파고 드는 형국으로 흐를 것”이라며 “노ㆍ정 단일화는 성사되기도 어려울 뿐 더러 국민을 기만하는 깜짝쇼의 일환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정몽준 의원을 겨냥해 “단일화를 통해 무임 승차하려는 명망가들도 문제”라고 꼬집는 한편,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서는 “충청권에서 정 의원이 1위를 했다고들 하던데 여론조사 결과만을 믿고 예단해서는 큰 오산”이라며 “무응답층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좌우된다”고 거품론에 무게를 실었다.

13대부터 충남 보령에서 내리 4선에 성공한 김 의원은 정치적 은사 격인 김종필 자민련 총재에 대해 “한 시대를 풍미한 정치 지도자이지만 이젠 JP의 역할은 퇴색되는 시점”이라며 “정치를 마무리하면서 뜻 있는 결심을 하지 않겠는가”고 은근히 JP를 압박했다. 이는 자민련 의원들의 한나라당 입당설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나온 말이라 주목된다.

- 공동의장으로서 이번 선거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예전에 한나라당에도 주류와 비주류 등으로 나뉘어졌던 때가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거당적으로 당력이 집중돼 있습니다. 선대위 본부를 중심으로 지역별로 조화롭게 운영되지요. 저와 최병렬 김덕룡 이연숙 의원 등 4명의 공동의장은 선거대책 전반에 대한 개관과 함께 각자의 위치에서 이 후보에게 조언을 하는 것으로 선거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 민주당이 친노ㆍ반노파 등으로 나뉘는 등 내홍에 휩싸여 있는데.

“무슨 수를 쓰더라도 재집권을 해야 한다는 흑백논리식 사고가 가져온 결과입니다. 정치개혁의 백미라고 일컫던 국민경선을 통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해 놓고 일시적 지지하락을 이유로 그를 쫓아내고 다른 방법을 쓴다는 게 말이 됩니까. 한 정당의 후보로 나서려면 그 정당에서 오랜 노력을 기울여 인정을 받은 인사가 나서는 게 당연한 수순이지요.

‘이런 사람이 당선돼야 나라가 잘될 것’이라던가 ‘당의 정체성에 비춰볼 때 이런 인사가 후보로 영입돼야 새 시대 정치발전에 보탬이 된다’는 최소한의 명분도 없이 오직 여론조사 결과만 보고 추대해야 한다는 발상 자체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게 모두 정권을 빼앗기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라도 좋다는 사고방식에서 나왔다고 봅니다” (김 의원은 이 부분에서 ‘재집권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다’ ‘누구라도 좋다’는 사고가 문제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강조했다)

- 정몽준 의원이 이 후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정 의원이 곧 신당을 만든다고 합디다. 새로운 당을 출범하려면 이념적 성향을 밝혀야 하고 기본적인 노선과 정체성도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정 의원이 신당을 만든다고 하면서도 현재까지 아무것도 뚜렷하게 내놓은 것이 없어요. 창당시점이 10월 말이 될 지 11월이 될 지는 모르나 기본 노선을 밝힌 뒤 이를 통해 국민에게 검증받는 게 순서지요. 그 다음은 유권자들이 국가지도자로서 과연 누가 적합한 지, 어느 정당의 정체성이 가장 국가발전에 합당한 지를 판단해 가려낼 겁니다”

- 지난 대선에선 DJP연합이 승리의 결정적 고리 역할을 했습니다. 이번에도 그만한 효과를 가져올 요인이 있습니까.

“민주당은 노ㆍ정 후보간 단일화를 마치 예전의 DJP 연합과 동격(同格)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만 천만의 말씀입니다. 15대 총선이후 당시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무려 1년 반 동안 정책공조를 통해 국정에 참여했으며 공개적으로 후보간 단일화를 이끌어 냈습니다.

선거막판에 이르러 세가 불리해지자 느닷없이 들고 나온 단일화는 명분도 없을 뿐더러 국민에게 환영받을 수도 없습니다. 다만 시간이 흘러 국민선택이 보다 명확해질 경우 한나라당은 문을 걸어 잠그고 있는 정당이 아니므로 많은 사람들이 우리 당쪽으로 모일 가능성은 있겠지요”

- 역대 선거를 보면 JP를 중심으로 한 세력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예가 많았습니다.

“3김 정치로 일컬어지는 구시대 정치문화에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영남과 호남, 충청권 등으로 갈라지는 지역구도라는 시대특성에다 3김이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분들이 있었기에 나타난 현상이지요. 대통령 중심제에서는 본질적으로 양당구도로 가는 게 바람직합니다. 아마 이번 대선부터 그런 현상이 명확히 드러나게 될 겁니다”

- 김 의원의 친정 격인 자민련이 거의 고사직전에 있습니다. JP가 어떤 선택을 할 것으로 보는지.

“(다소 멋쩍은 표정으로) 옛말에 친정은 너무 가까이 해서도 안되고 친정 이야기를 자주 해서도 안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김종필 총재를 모시고 자민련을 창당한 사람으로서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자민련이 제3당으로 정치권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시기가 지났습니다.

또 김 총재에게 실례되는 이야기인지 모르겠으나 정치권에서의 JP 역할은 퇴색되고 있습니다. JP도 서서히 정치를 마무리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것 아닙니까. 국민 바람이 뭔지를 잘 파악해서 뜻 있는 결심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어 기자가 “그럼 자민련이 통째로 한나라당에 합류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까”라고 물었더니 김 의원은 손사래를 치며 “아까 얘기했듯이 친정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해서 되겠느냐. 이제 그만하자”고 말을 끊었다)

- 자민련 소속 의원들의 입당설이 끊이지 않는데.

“비단 자민련뿐아니라 민주당이라도 뜻을 같이 하는 사람과는 손잡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다만 일부 언론에서 ‘의원 누구누구가 오늘 내일 중 바로 한나라당으로 옮길 것 같다’는 보도는 조금 성급한 것 같습니다. 지역구 사정도 있는데 당적을 그렇게 쉽게 바꿀 수가 있습니까. 해당 의원들에게 실례되는 말입니다”

- 그렇다면 이한동 이인제 박근혜 의원 등도 본인이 희망하면 입당할 수 있는지.

“(웃음) 그 분들은 이미 다른 곳에서 대선출마를 선언하지 않았습니까”

- 지난 대선에서는 이회창 후보의 반대편에 서 있었고 이번은 근거리에서 이 후보를 돕고 있습니다. 그때의 이 후보 패인은 무엇이고 이번 선거의 이 후보 아킬레스건이 있다면.

“지난 대선은 3김이 왕성하게 정치 전면에서 활동할 때입니다. 역시 DJP연합의 공세를 이 후보가 막아내지 못한 게 주된 낙선 이유겠지요. 당시 국민적 소망은 정권 교체를 통한 기성 정치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데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이 후보에게 마이너스가 되는 점은 마치 과거의 기성 정치인 대표로 인식되고 있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지지율이 답보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아마 최종적으로는 국민이 국자지도자로서 이 후보를 선택할 것으로 믿습니다”

- 각기 다른 정당에서 생활해 오다 한나라당에서 처음으로 만난 셈인데 근거리에서 본 이 후보를 평가한다면.

“‘차갑고 딱딱하다’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다른 정치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런 말을 들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본인이 스스로를 극기하려는 의지에서 비롯된 특징입니다. 그러다 보니 필요이상으로 오해를 받는 측면도 없잖아 있습니다. 이 후보의 내면을 이해하고 바라보면 무척 마음이 따뜻한 분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 민주당은 줄곧 이 후보와 관련한 병풍, 세풍 의혹 등의 진상규명을 주장하고 있는데.

“민주당 정권 5년간의 가장 위협적인 상대가 바로 이회창 후보였습니다. 그래서 민주당은 모든 공권력을 동원해 이 후보 주변을 이 잡듯이 샅샅이 뒤졌고 그래서 의혹을 제기한 게 아까 말씀하신 병풍 세풍 등 그런 일입니다. 그러나 보십쇼. 아무것도 증명해 낸 게 없이 단지 의혹제기에 그쳤잖습니까. 그렇다면 이런 일련의 사건들은 민주당 측에서 만들어낸 음모로 밖에 볼 수 없지요”

- 한때 ‘내각제 전도사’로 까지 불렸는데 지금도 내각제 개헌을 주장하는지.

“제왕적 대통령 체제의 폐단을 막기 위해 내각제 개헌을 주장했고 또 가능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DJP 연합의 전제조건이던 내각제로의 개헌 약속을 DJ가 집권 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쳤고 JP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본인 스스로 사실상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갔습니다.

양 지도자가 전면에 서서 강행했다면 책임정치가 가능한 내각제 개헌이 성사될 수 있었는데 천재일우의 기회를 두 분이 버린 셈이 됐죠. 그래서 저는 16대 총선을 앞두고 자민련을 나와 한국신당을 만들면서 내각제 꿈을 접게 됐습니다”

- 만약 이 후보가 집권하면 총리로 지명될 것이란 때이른 관측도 있는데.

“현 정권에서도 재경부를 맡아달라는 요청이 수 차례 있었고 이를 계속 고사하자 김대중 대통령이 매우 서운해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되기 이전에 이미 재경부 장관을 역임했던 저로서는 공직생활은 그것으로 끝을 내고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자고 다짐한 바 있습니다”

염영남 기자

입력시간 2002/10/04 14:53


염영남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