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만드는 사람들] KS·법조 양대 인맥이 주류

‘21세기 첫 결전장’인 16대 대선을 두달여 앞두고 각 후보 캠프로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들고 있다. 후보들의 대선 공약에서 정책개발 및 유세 방향에 이르기까지 선거전략에 대한 자문과 조언으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사람들이다.

이들은 후보나 소속 정당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캠프에 직ㆍ간접으로 참여를 하고 있으나 공개적인 활동을 하는 이는 거의 없다. 대부분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베일 뒤에 숨은 동지’들이다.

주간한국이 게재하는 ‘캠프 참여자’들의 면면도 당과 후보 주변 관계자들의 설명을 조합해 정리한 것으로 일부 인사는 캠프의 참여 혹은 지지와는 별도로, 일반적인 조력 수준에 그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력 대선후보와 근거리를 유지하는 전문가의 조언은 어떤 형태로든 차기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선 정국에 관여하는 지식인들을 보다 광범위하게 밝혀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선택할 때 참고가 되도록 기획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캠프는 1997년 대선이후 공고히 유지되고 있는 당 조직을 축으로 출신학교인 KS(경기고-서울대) 인맥과 법조계가 양대 산맥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부터 연결된 정ㆍ재ㆍ학계 인맥과 구 여권 인사들의 지원도 폭 넓게 이뤄지고 있어 세 후보중에서는 가장 탄탄한 우군들을 확보한 상태다.

당내에서는 오랜 측근인 신경식 대선기획단장을 필두로 대학-법조계 후배인 김영일 사무총장, 대변인 등 요직을 거친 권철현 비서실장 등이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측근정치’ 논란이 일었던 양정규 하순봉 김기배 의원 등도 여전히 지근거리에서 후보를 보좌하고 있으며, 김용환 강창희 의원 등 ‘입당파’들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또 원외에서도 고교 동문인 이자헌 전 의원 등이 앞장서 세를 모으고 있다.

측근으로는 총재 중심으로의 당 체질 전환에 앞장섰던 윤여준 의원이 ‘오른팔’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의 유승민 여의도연구소장이 ‘왼팔’로 분류되고 있으며 각종 정책 아이디어를 내는 ‘씽크탱크’(think tank)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외연이 확장돼 가는 특보단에는 안기부 2차장 출신의 이병기 정치특보와 한국일보 편집국 부국장을 지낸 이종구 공보특보 등이 그림자 보좌를 하고 있으며, 차명진 조해진 홍희곤 보좌역 등이 뒤를 받치고 있다. 원내ㆍ외 조직과 특보단 등은 선대위를 중심으로 상호 유기적인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한때 비주류로 분류됐던 김덕룡, 이부영 의원 등도 선대위에서 활동하는 등 별다른 잡음없이 지내고 있다.

당 밖에서는 친위대격인 후원회 조직 ‘부국팀’이 운영되고 있다. 지난 대선 때부터 운영된 부국팀은 외곽 인맥의 총본산격으로 해외까지 지부가 설치된 거대한 사조직의 형태를 띠고 있다.

고교 후배이면서 총리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한 이흥주 특보가 지난 대선에 이어 계속 실무를 총괄하는 가운데 후원회장인 이정락 변호사와 김두희 전 법무, 윤동신 전 체신장관이 지원사격을 하고 있다.

정책자문은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포럼 식으로 운영된다. 통일ㆍ안보 분야의 ‘희망포럼’, 법조 분야의 ‘포럼저스티스’, 국방관련 ‘경성포럼’, 문화ㆍ예술계를 아우르는 ‘문화사랑포럼’ 등이다. 희망포럼에는 유세희 한양대 부총장과 신경현 경희대 대학원장, 백영철 건국대 교수 정종욱 아주대 교수 등이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전직 장관 출신인 김시중 안응모 박윤흔 송정숙씨 등도 참여 중이다.

정보ㆍ통신 분야는 숭실대 신용태, 숙명여대 최종원, 고려대 강현국, 광운대 정관수 교수 등이 자문을 맡고 있으며 벤처업계의 송세엽 한국벤처컨설팅 대표와 송관호 한국인터넷정보센터원장 등도 돕고 있다. 이밖에 대학 교수와 벤처기업 사장, 시민운동가 등 각계 전문가 100여명으로 구성한 ‘북악포럼’도 정책개발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이 후보의 경기고 49회 동기동창 모임인 ‘청하회’를 중심으로 한 고교 동문들의 움직임은 더욱 왕성하다. 오성환 전 대법관, 서정우 변호사, 현홍주 전 주미대사 등이 음지에서 뛰고 있고 서울대 법대를 바탕으로 하는 법조계는 이 후보 인맥이 워낙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힘들다. “법조계 중진급 이상이면 대부분 이 후보 지지자로 보면 된다”고 말할 정도.

학계에서도 연세대 송복, 고려대 박영철, 서강대 이상우, 국민대 김영작 교수 등이 자문상대역이지만 이름 밝히기를 꺼려한다. 또 최근에 합류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위인 윤상현 경제학 박사와 정문헌 동국대 겸임교수, 여성분야의 노미혜 전 서울시 여성정책관과 나경원 전 서울행정법원 판사 등도 근거리에서 돕고 있다.

이 후보의 가신 격으로는 이흥주 부국팀 특보를 비롯, 진영 변호사와 이명우 보좌관, 장다사로 보좌역 등이 이 후보의 신한국당 입당 때부터 곁을 지켜온 ‘묵은 장’ 같은 동지들이다.

염영남 기자

입력시간 2002/10/18 15:42


염영남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