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예술적 잣대와 미의 기준

■제목 : 핑크 팬더
■작가 : 제프 쿤스
■종류 : 도기 조각
■크기 : 104cm x 52cm x 48cm
■제작년도 : 1988   


유행의 흐름 속에 바뀌는 옷차림과 머리모양처럼 미인의 기준 역시 흐르는 역사와 함께 다양하게 변화되어 왔다. 아시안 게임을 응원하고자 방문한 북한 응원단 여인의 모습에서조차 바뀌어가는 미의 기준을 실감하게 되는데 이처럼 주관적이고 변질적인 미의 기준에 절대적 개념을 부여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미술사 속 여인들의 모습은 풍만함과 가녀림 또는 우아함과 대범함을 오가며 당대의 고유한 아름다움이 표현됐다. 과거의 기준이 됐던 미의 잣대는 더 이상 현재의 잣대가 아니라는 가정이 성립한다면 미술 양식의 엄청난 변화를 조금 더 침착하게 바라 볼 수 있지 않을까?

제프 쿤스의 작품들은 예술이란 과연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고민을 대중에게 의기양양하게 던져 놓는다. 그의 작품 중 금빛으로 뒤 덮인 마이클 잭슨과 원숭이 도자상을 보고 다소 흥미를 느끼던 대중도 유리 진열장안의 기성품 진공 청소기 앞에서는 냉소를 보내고, 포르노 배우 출신 아내와의 정사장면 조각상을 대하면 역겨움과 불쾌감을 토로한다.

예술 작품에는 그것이 바르거나 아름답다는 기준과 상관없이 작가 정신의 흐름을 담고 있으며 그 정신의 흐름은 당 시대의 영향을 받게 된다.

미국 태생의 쿤스는 현재 물질적이고 상업적인 극한의 미국 사회 모습과 유리될 수 없는 대중과의 호흡을 가시화 시키며 그와 함께 형성되는 일상적인 부산물들을 주연으로 승격하여 대중 앞에 노출시킨다. 대중적 스타와 만화주인공의 이미지를 깨어지기 쉬운 도자기로 즐겨 표현하여 대중들이 믿고 있는 스타들의 진실한 이미지에 대한 공허함을 전달하기도 한다.

“대중을 이루는 세계와 삶에 대한 인식 그리고 그것들과의 상호작용을 응축시켜 표현했다”고 언급한 쿤스의 작품을 단순한 키취(kitschㆍ속물 취향의 작품)로 해석하여 비난을 퍼붓는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를 향하는 모욕이 될 지도 모르겠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2/10/1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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