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뭇거리면 必敗…내 갈길 간다

3인3색 李·盧·鄭 "2등은 없다" 분주한 대권행보

10월초 민주당내 반노파 의원 등을 중심으로 후보자단일화협의회(후단협)가 결성되면서 정국은 풍랑속에 휩싸였다.

후단협 회장인 김영배의원은 곧바로 자민련 김종필 "정몽준 의원의 신당은 물론, 이한동 박근혜 의원 등을 총망라하는 5자연대를 통해 반창(反昌) 단일 후보를 옹립하겠다"고 공언했고, JP도 "큰 변혁이 있을 수 있다"고 화답했다.

후단협은 시기와 방법론 등을 둘러싸고 다소간 내부 이견이 있었지만 집단 또는 개별 탈당이 대세인 듯 노 후보측을 압박했고 원외 인사들도 이에 가세 , 한영애 전 의원을 시작으로 10여명이 집단 탈당하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민주당은 노 후보를 정점으로 한 호남파와 김영배-김원길 의원 등 후단협 중심의 비호남파로 나뉘어 분당 초 읽기에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후단협 소속 의원들에게는 "이 상태로는 대선은 물론 차기 총선에서 지역구 당선도 어렵다"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가 깔려 있었기 때문. 하지만 상황은 또다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중이다.

반전에 계기가 된 것은 "국민경선은 사기극"이라는 김영배 의원읨 극한 발언. 김의원의 말에 잠재돼 있던 후단협 내부의 불만들이 솟구쳤다. 장태완 의원이 가잔 먼저 후단협에서 발을 빼 '원위치'했고 김원길 의원을 비롯, 다른 의원들도 김영배의원의 회장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정몽준 의원도 본인 이미지를 고려한 '옥석 구분론'을 내세우며 "무분별한 영입은 반대한다"는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고, 당내 개혁파의원 모임인 쇄신연대도 '선(先) 노 후보지원, 후(後) 단일화 추진'을 앞세워 후단협과 조기 탈당파 의원 설득에 나섰다.


노무현, 노풍 재현에 안간힘

벼랑 끝까지 몰렸다가 재기의 기회를 잡은 노 후보는 '뺄셈 정치'를 주장하며 "내 갈길을 가겠다"며 다시 지방 행군을 강해했다. 후단협이 내무 분열로 명분을 잃은 만큼 당초 우려처럼 분당사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에서 비롯 된것.

정의원도 후단협과의 연계 여부를 뒤로 미룬 채 독자 행보르 가속화했다. 신당인 '국민통합 21'의 창당 시기를 11월초로 연기하며 여전히 민주당 탈당파와의 제휴 여지를 남겨놓긴 했지만, 5자연대 등 큰 그림속의 후보 단일화 카드는 일단 접어 놓은 상태에서 선거전에 임하고 있다.

대선구도가 이처럼 엎치락뒤치락하는 와중에서 서서히 '3강구도'로 정리돼감에 따라 각 후보 진영은 저마다 상황 변화에 따른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총력을 쏟고 있다.

한나랑 이회창 후보 측은 3자대 결시 2위로 바짝 뒤쫓고 있는 '정몽준 의원 공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민주당 노 후보는 4억달러 대북 비밀지원 의혹과 관련, 검찰의 계좌추적을 요구하며 현정부와의 차별성 및 우회적인 정 의원 공격에 나섰다.

이는 정 의원으로의 후보 단일화를 막기 위한 노 후보측의 승부수다. 정의원 측도 이 후보를 겨냥, 영남권을 상대로 한 행보를 계혹하고 있다.


이회창, 호남투어로 지지율 굳히기

'정몽준 때리기'에 나선 한나라당은 현대그룹 부실에 따른 정 의원의 사재출연을 요구하며 연일 정의원-현대-김대중정권과의 연결고리를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의원을 DJ의 '제2의 양자'에 비유하며 공세의 고삐를 늦추기 않고 있다.

여기에다 상대 후보들이 내부 문제로 주춤거리는 양상을 보이자 지지율 격차를 벌릴 수 있는 호기하고 판단, 발빠른 지역 투어를 강행하고 있다. 10월 12일에는 '적지'인 광주까지 찾아가 "어미니의 고향인 전남지역을 향해 정치보복을 하겠느냐"며 대탕평 인사와 지역균형 발전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두 후보를 상대로 한 무차별적인 정치공세보다 안정적인 이미지 심기와 함께 정 의원 견제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선거전략에서 나왔다.

노 후보도 후단협 측의 약세를 틈타 지지율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먼저 노품의 진원지인 호남지역을 방문, 머리 숙이며 '제2의 노풍'을 기대했다. 노후보는 전북지역에서는 김제 등 농촌지역에서는 농심에 호소했고, 이어 광주에서 열린 국민참여운동 출범식에 참석, "아이를 낳았으면 책임져달라"거 애원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호남지키기'에 나선 노 후보는 또 "92년 돈 보따리를 싸들고 정치와 국민을 농락한 국민당을 기억하느냐"며 정 후보와의 차별성을 거듭 강조했다. 노후보 측을 정의원 견제와 DJ 와의 차별화 전략속에 후보자 합동 TV토론으로 후보간 직접 비교가 가능해지면 1위 탈환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정몽준, 영남 표심 향해 러브콜

정 의원은 이 후보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영남 표심 확보가 관건이라며 1주일에 세번이나 부산행을 강행하며 공을 들이고 있다. 아시안게임 참관을 명분으로 부산을 방문, 정치적 고향인 울산과 인접한 부산을 영남지역 지자세 확산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생각에서다. 부산에서 시장과 경기장 등을 방문해 시민들과 직접 접촉을 늘리는 한편 영남 출신 전·현직 의원인 박근혜·박철언씨 등에 '러브 콜'을 보내고 있다.

정 의원측은 원내세력 규합에 실패하더라도 참신한 이미지를 유지하면 이회창 후보에게 거부감을 갖고 있는 상당수의 표심이 노 후보측으로부터 이동해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노후보를 향한 공격을 자제하면서 지지세 확산에만 주력하고 있는 이유다.

'이상동몽(異床同夢)' 속의 세 후보는 이한동 의원과 권영길 후보까지 포함한 다자간 대결을 염두에 두고 마지막 남은 60여일의 스케줄을 짜고 있다.

입력시간 2002/10/2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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