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햔국경제 향후 3개월이 고비다] 엎어진 경제, 기지개는 언제?

국제경기 침체·불확실한 정치상황등 '장기불황' 우려

"종합주가지수가 940선을 돌파한 올 상반기와 경제 펀더멘털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삼성전자만 봐도 상반기 실적과 하반기는 별 차이가 없다. 이젠 주가수익비율이 저평가됐다는 논리도 먹히지 않낳는다.(임춘원 삼성증권 상무)"

"미국 증시가 안정을 찾기 못하는 이상(증시에서) 바닥 찾기는 의미가 없다. 국내적으로도 경기 둔화와 기업실적 악화 가능성이 우려돼 투매 현상이 앞으로 한차례 더 올 가능서도 배제할 수도 없다.(신성호 우리증권 상무)" "금융부문 신용대란이 현실화되는 가는 더 지켜봐야 하겠니만 '10·10 충격'으로 이미 가계 부채 증가와 부실 가능성이 증시에 반영되고 있다.(박민철 메리츠증권 연구원)"

연말을 앞두고 '가을 랠리(뜨거운 상승세)'를 꿈꾸어온 국내 증시가 대외적인 악제로 종합주가지수가 지난해 11월9일 이래 11개월만에 연중 최저치(584.04)를 기록하는 등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수출 둔화 등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디플레이션 위험에 노출된 가운데 대내적으로는 집값·유가 불안 등 인플레 요인이 잠복해 있는 등 내우외환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12월 대선이 끝나면 내년 상반기가기 경기가 급속하게 냉각되면서 우리 경제가 '경(更) 착륙하는 '소위 '위기 시나리오'마저 불쑥불쑥 고개를 내밀고 있다.

과연 우리 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대내외의 경제적 환경 악화에 따라 고조된 불안감을 이미 주요 기업들의 내년 사업 방향 설정과 상시 구조조정 체제 유지 등에서 감지되고 있다.


기업환경 악화 대비, 보수적 경영체제로

서울 강남의 한복판 역삼동에 위치한 지상 20층, 지하 8층, 연면적 1만4,700여평 규모의 삼성중공업 사옥. 완공된 지 2년 여밖에 안된 이 건물을 삼성이 1,225억원을 받고 한국발명진흥회측에 넘기기로 매각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생명도 최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전 중동중고 부지 1,902평을 부동산 전무개발 업체인 신영측에 매입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팔았다. 올해 사상 최대의 실적(세적 이익총 15조원)을 예상하고 있는 삼성이 자산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사전에 감지라고 한 듯 손해를 보면서까지 소유 부동산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이다.

삼성그룹 한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계열사들이 지속적인 재무구조 강화를 위해 수익이 떨어지는 유후 부동산에 대한 매각을 추진중에 있다"며 "매각 대금은 계열사 별로 차입금 상황에 사용, 재무구조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산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보다는 기업 수익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들어 수익이 늘고 현금이 쌓이자 한편으론 유동성을 확보하고, 또 한 편으론 빛을 갚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 2조7,000억원(43%)의 부채를 올 연말까지 1조9,000억원(36%)으로 한껏 줄일 계획이다.

또 수익성이 떨어지는 노트북과 전자레인지 라인의 해외 이전과 매각도 추진중이다. 삼성전기는 9월 전해 콘덴서 사업을 삼화전기에 매각했다. 삼성증권와 에스원등도 희망퇴직 등을 통해 인력을 조정하고 있다.

삼성 외에도 LG와 SK, 현대자동차등 주요 그룹의 내년 사업계획 작성을 위해 각 계열사에 제사한 가이드 라인은 허리디를 바짝 졸라 매라는 주문으로 가득하다. 이들 그룹은 한결같이 내년도 경여환경이 극도로 불확실한 만큼 비용지출을 줄이거나 올해 수준으로 동결토록 지시했다.

삼성의 경우 계열사별로 효율을 중시하는 경영계획을 짜되 경상비용을 제외한 관리·광고선전비 등 각족 비용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 10%수준까지 절감하라고 특별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또 상시 구조조정 체제를 유지해 수익성이 낮고 미래 사업성이 불투명한 분야는 분사 또는 매각을 통해 정리한다는 기본 방침을 굳혔다.

LG도 예외는 아니다. 내년에 금리 상승, 원화 강세, 유가 급등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내실 위주의 경영을 통해 현금흐름 중심의 경영을 편다는 게 주된 화두다. LG화학은 올해 안에 부채를 2,000억원 이상 줄여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160%로 줄일 계획이고, LG상사는 업종과 무관한 계열사 주식을 매각, 매각대금 1, 768억원을 전액 차입금 상환에 활용하는 등 재무구조의 건실화에 주력하고 있다.

SK도 안정기조 속의 성장을 추구한다는 원칙에 따라 내실을 최우선적으로 다지고 무리가 없는 범위내에서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SK관계자는 "내년 경영환경 악화에 대비, 내실 위주의 경영을 한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며 "경영목포 달성에 필요한 필수 실행계획을 중심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 경제가 계속 침체상황을 보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출선 다변화 전략 등을 통한 리스크 분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최근 2년간 적자행진을 끝마치고 올해 최대 흑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이라크 전쟁 발발 가능성 등을 예의주시하며 유가상승에 대한 대응전략을 강구 중에 있다.

대한항공은 올 4사분기부터 이미 사업비용을 대폭 줄이는 등 긴축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김석중 전국경영인연합회 상무는 이러한 기업 동향에 대해 "대기업들은 미국의 경제회복 지연, 이라크 전 반발 가능성, 부동산 및 주가 하락, 소비 둔화 등으로 인해 내년 기업 환경이 크게 악화할 것으로 판단하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유동성 확보와 빚 줄이기 등 보수 적인 경영계획을 수립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정권교체기의 경제정책 방향에 촉각

내년 경기의 불확실성에 대해 기업들이 느끼는 불안감에는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와 새정부의 경제정책 수립 방향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재계는 전통적으로 대선 직훈 각 3개월동안 국내외 경제환경의 불확실성 보다는 정권 교체기에 발생할 새 정부의 과도기적인 경제운영 방향에 더 신경을 곤두세운다.

또 대선을 치를 때마다 돈이 많이 풀리지만 정확히 얼마나 풀리는지는 통계에 정확히 잡지히 않는다. 시중의 현금 유동성은 이미 15조원에 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선거기간 전후로 물가 상승률은 평균보다 상승하는 반면 산업생산은 선거 후 다소 위축됐다. 선거를 앞두고 경기가 뜨지만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다가 선거가 끝나면 물가는 상승하고 산업 생산은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이번 대선의 경우 대선이 경기 침체기와 겹치면서 경기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학자들은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경기 사이클은 대략 확장 37개월, 수축 19개월의 5년 주기로 움직여 왔는데 공교롭게도 이 주기가 바로 대선이 치러지는 기간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새로 들어설 차기 정부가 현 정부로부터 넘겨받을 가계부가 온통 재정적자 투성이라는 게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차기 정부는 공적자금 156조원 중 회수가 불가능한 부분을 메우기 위해 매년 이자를 갚아야 할 상황인데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재정의 부실화 등 땜질을 해야 할 재정부담은 간과할 수 없는 불안 요인이다.

김병주 서강대교수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경기부양책을 앞세울 경우 금리인상 등 경제정책과 혼선을 빚을 수 있고 기업 경영 혼경을 불확실하게 만들어 설비투자 의욕을 더욱 위축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선거로 물가가 불안해질 경우 가계의 실질 구매력 감소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 내수 위축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9월 말 현재 205조8,000억원으로 전달 대배 17.2% 급증하는 등 눈덩이처럼 불어나 과도한 개인대출에 따른 신용거품 붕괴의 우려감도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최근 은행등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60%로 제한하고 가계 대출 충담금 적립기준을 대폭 발표했지만 시장에서는 벌써 저금리 상황에서 가계대출 수요를 제어 하기엔 역부족 이라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여기에다 수출 증가율은 9월말 현재 12.6%로 전월의 18.9%에 비해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9월 수출은 지난해 9·11 뉴욕테러 사태여파로 아주 낮은 수준이었지만 올해 이를 회복하려면 20% 정도는 늘었어야 한다"며 "설비투자가 감소하고 이라크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수출에 이미 비상등이 켜진 상태"라고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향후 세계경제의 침체 장기화 가능성과 개인파산, 부동산 시장 버블 붕괴 가능성, 이라크 전 발발 가능성 등 여러 불안 요인들이 대선 후 경기 하락기와 맞물려 새 정부의 경제정책과 혼선을 빚을 경우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 심리는 상호 연쇄작용을 일으켜 심각한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입력시간 2002/10/2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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